민노당 “조직기반 확대” 기대…노총 “합병 앞둔 독자적 판단”

조흥은 노조 700여명 민노당 입당 두고 엇갈린 해석

지역내일 2004-09-10 (수정 2004-09-10 오전 11:11:52)
9일 민주노동당은 사뭇 들뜬 분위기였다. 이날 민노당은 김창현 사무총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10만 당원 확대운동본부’를 발족하고, 첫 사업으로 한국노총 소속의 조흥은행 노조 조합원 700명과 민주노총 소속 대성 MPC 조합원 104명의 단체 입당식을 가졌다.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민노당에 입당하는 것은 지난 7월 이용득 위원장의 ‘민노당 참여 검토’ 발언 이후 처음인데다 최근 들어 집단 입당이 별로 없었다는 점에서 민노당은 ‘경사’ 분위기였다.
일각에서는 두 갈래였던 노동계가 하나로 통합되는 신호탄 아니겠냐는 기대섞인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정보기관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기도 했다.
민노당 최규엽 홍보위원장은 “민주노동당으로서도 좋은 일이지만 한국 노동운동이라는 큰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한껏 의미를 부여했다.
◆ 꿈에 부푼 민노당 = 민노당이 이렇게 흥분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첫째 조흥은행 노조 입당을 계기로 한국노총 소속 노조들이 민노당에 속속 합류할 경우, 민노당이 대중정당으로 갈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의미가 있다.
최근 총선 이후 ‘거품’이 꺼지면서 슬금슬금 당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직기반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라는 것이 당 안팎의 공통적인 인식이다. 이 때 가장 현실적인 조직 확대의 대상 집단은 한국노총과 전농밖에 없다는 것.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은 “지금으로선 민주노총에서 집단 입당을 기대할 수는 없다”면서 “현실적으로 조직 확대를 하기 위해선 또 하나의 노동자 집단인 한국노총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한국노총이 민노당에 집단적으로 참여할 경우 ‘민주노총 당’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노동계·농민을 아우르는 유일한 진보정치 세력으로서 위상을 확보할 수도 있다.
김배곤 부대변인은 “한국노총은 지도부에서 한번 결정하면 그 이후에 밑에까지 전달되는 속도나 집행력 측면에서는 대단하다”면서 한국노총 지도부에서 정치적 결정이 내려질 경우 민노당의 세확대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전망하기도 했다.
◆ 침묵하는 한국노총 = 그러나 이런 민노당의 기대와는 달리 한국노총 내부 흐름은 그리 단순하지는 않은 듯하다.
9일 한국노총에서는 조흥은행 노조의 민노당 당원 가입과 관련 어떤 공식적인 반응도 나오지 않았다. 조흥은행 노조의 독자적 판단일 뿐이라는 것이 그나마 나오는 반응이다. 조흥은행이 신한은행과 합병을 앞두고 독자적인 세과시를 하기 위해 상부지침과 상관없이 민노당에 합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노총 내부에 파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조흥은행이 독자적으로 움직였다고 해도 정치세력화에 실패한 역사의 후과가 나오고 있다는 분석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한국노총의 정치적 판단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3월 한국사회민주당 창당을 주도했고 지난 2월 녹색평화당과 합당을 통해 녹색사민당을 출범해 17대 총선에 임했으나, 녹색사민당은 정당득표율이 0.5%에 그쳐 원내진출에 실패하자 총선 직후 자진 해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대안은 결국 민노당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지만, 그렇다고 민노당의 기대처럼 쉽게 정리될지도 미지수인 애매모호한 상태다.
◆ 내년이 분수령 = 한국노총이 과연 대안으로 민노당을 선택할 것인가는 내년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선을 노리고 있는 현 이용득 위원장의 재선 여부가 큰 흐름을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위원장은 민노당 참여에 우호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는 민주노총 또는 민노당과의 관계 설정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경우 한국노총 내부의 보수파가 결집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신중한 입장이다. 또 혹시 이 위원장이 재선된다 해도 한국노총이 민주노동당에 ‘올인’하는 방식은 있을 수 없다는 분석도 많다.
이외에도 민노당 내부나 민주노총 내부의 역학도 만만치 않다. 몇 년 고생해서 어느 정도 당을 만들어 놨더니 한국노총이 숟가락만 얹는 것 아니냐는 ‘밥그릇 싸움’식 사고가 고개를 들 가능성도 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