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10만엔의 주인공’이 산 땅(임재경 2004.09.22)

지역내일 2004-09-21 (수정 2004-09-22 오후 1:01:03)
‘10만엔의 주인공’이 산 땅
임재경 언론인

중국 동북부의 하얼빈 역에서 안중근 의사가 1909년 10월 민비 시해와 <을사보호조약>(1905년 일본이 구 한국 국권 강탈을 명문화 한 것)의 원흉인 이또히로부미를 저격한 것은 초등학교 교육을 마친 사람 정도이면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안 의사는 이또를 저격한 이듬해 3월 여순감옥에서 순국하였고 그로부터 5개월 뒤 일본은 한국을 명실공히 식민지로 만든 저 악명 높은 <한일합방조약>을 실현했던 것이다.
을사조약을 전후하여 이또는 일본으로부터 3백만 엔의 공작금(당시의 쌀값을 기준으로 지금의 구매력을 산출한다면 1천억원 내지 3천억원)을 들여와 이완용, 송병준, 박제순, 이용직등 친일파 거물들에게 10만엔(현재의 30억원 내지 70억원 상당액)씩을 지급했다.(<내일신문> 8월 25일자 및 <오마이뉴스> 9월 18일자 참조)
‘10만엔의 주인공’들이 세칭 나라 팔아먹은 돈을 전액 유흥비에 탕진했을 리는 만무하고 많은 부분은 당시의 유일한 가치 저장수단인 토지의 구매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 때 친일파들이 장만했던 토지는 지금 누구의 명의로 부동산 등기부에 기재되어 있을까.

반민족 친일파 재산 몰수 가능
그 토지가 언제 어떤 방법으로 증식되었고, 누구누구에게 양도되었거나 매도되었는지는 정확히 아무도 모르며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60년이 지나는 동안 공공기관은 적극적으로 이를 규명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아니하였다. 1949년 반민특위가 강제 해산된 여파로 보면 될 것이다.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재산 환수 특별법(이하 친일재산환수 특별법) 공청회에서 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이 제시한 ‘친일재산환수 특별법안’은 대통령 소속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위원회를 두고 친일 반민족 재산을 관리-소유하고 있는 자의 출석요구 및 진술 청취 그리고 국가기관, 시설, 단체들에 관련자료를 요구하여 친일 반민족 재산의 현황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법안에서 주목할 내용은 조사 결과 친일 반민족행위에 의해 형성된 재산으로 판명되었을 때 재산을 몰수해 국가에 귀속시킨 다음 독립운동 기념사업 또는 교육사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한편 친일 반민족행위자 재산을 은폐하기 위해 자료를 위조하거나 숨기는 등 조사활동을 방해하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친일 반민족행위조사 특별법안에 대한 보수층의 반발과 유사하게 이 법안이 선보이기 무섭게 사법부 및 법조계 일각에서는 헌법 제13조 2항의 “모든 국민은 소급 입법에 의하여….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는 근거를 들어 위헌적 입법이라고 반대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공법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은 헌법 전문에서 밝힌 헌법 기본 취지(…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아…)로 볼 때 주권을 일본에게 넘기는 대가로 취득한 재산을 국가가 보호할 의무는 없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이를테면 사법연수원 교수인 이선희 부장판사는 “적극적 친일이 인정될 경우 친일재산 회수법 적용이 가능하다”는 견해인가 하면 건국대 임지봉 헌법학 교수는 “헌법에 명시된 법률상 불소급의 원칙은 명백한 공익적 목적이 있고 그것이 소급돼 제한되는 것보다 다른 차익이 월등히 클 때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도되었다.
다 알려진 대로 친일파의 대명사이자 이른바 ‘을사 오적’의 우두머리인 이완용의 후손은 선대로부터의 소유인 토지 17건, 일진회(一進會)의 총재로 “조선을 1억엔에 팔겠다”고 호언했던 송병준의 후손 4건등 모두 27건의 친일 후손들의 땅 찾기 소송이 진행되었으며 그 승소율은 절반에 달한 것으로 집계된다.

17대 국회의원의 책무
특히 이 가운데 국민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 것은 2002년 9월 인천시 부평동 소재의 대림아파트 땅 1만6740평 가운데 817평에 대하여 송병준 후손들이 소유권반환소송을 낸 사건인데 이로 인해 대림아파트에 입주하고 있는 1400여 가구가 소송결과에 따라서는 재산권을 위협받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부동산 등 친일 후손들의 선대(先代) 재산찾기 소송에는 악질 토지 브로커와 악덕 변호사들의 농간이 적지 않게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 세간의 평이다.
현행법의 고식적 해석으로 선의의 제3자가 재산상의 피해를 보는 것은 결코 방치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친일재산환수특별법이 조속히 햇빛을 보는 것은 필요하다. 사회 정의와 국민통합의 실현이란 차원에서 17대 국회 의원들은 좀 더 용기 있게 나서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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