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한강 수계에 산천어 마구 방류
일본 원산 산천어 … “우리나라 토종 산천어 남아 있는지도 의문”
지역내일
2004-08-06
(수정 2004-08-06 오후 12:20:41)
마구잡이식 산천어 방류가 토종 생태계를 어지럽히고 있다. 특히 낙동강이나 한강 등 원래 산천어가 살지 않았던 산간계곡에 산천어가 마구 방류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원래 산천어는 강원도 영동지역, 동해안으로 흘러드는 하천에만 서식하며 경북 울진 이남지역에는 살지 않는 어종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 일본 산천어가 수입·증식되면서 낙동강 수계인 지리산 계곡, 경북 봉화군 고선계곡 등은 물론 경기도 양평의 사나사 계곡, 충북 제천의 덕동계곡, 단양의 어의곡·남천·선암계곡·다리안계곡(소백산국립공원), 보은의 달천, 괴산의 쌍곡계곡 등 남한강 지류에도 산천어들이 대량 방류되고 인공 양식장까지 들어서 토종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
◆토종 산천어인지도 의문
강원 영동의 산천어가 영서지역에 오면 외래어종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우리나라 자연생태계에서 백두대간을 기준으로 그 양쪽의 물고기들은 완전히 별개의 나라에 서식하는 물고기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산천어는 계곡 생태계에서 결코 ‘얌전한’ 물고기가 아니다. 배스(민물농어)만큼 커다랗게 자라지는 못하지만 계곡의 먹이사슬에서 최정점에 위치한 사나운 물고기다. 특히 작은 산간계곡에서 산천어의 천적이 될 만한 존재는 인간과 수달밖에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자연생태계의 먹이사슬에는 아주 엄정한 ‘물리법칙’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어떤 계곡에 산천어가 방류되어 그 계곡에 사는 물고기의 몸무게 총합에서 20%를 차지하게 되었다면 그 20%의 비중만큼 다른 물고기들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물고기 몸무게 총합이 500kg이었던 계곡에 산천어 200kg을 방류한다고 해서 그 계곡의 물고기 총량이 700kg으로 늘어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민물고기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수입된 발안란을 조상으로 해서 양식된 후 전국의 계곡에 방류된 산천어 때문에 이제 우리나라 토종 산천어가 과연 남아 있기는 한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어류학회의 한 회원은 민물고기 관련 홈페이지에서 “이제 아주 정밀한 유전자 분석을 해본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산천어와 일본산 산천어의 차이를 밝혀내기는 힘들 것”이라며 “우리나라 토종 ‘산천어’나 일본산 ‘야마메’나 ‘아마고’의 후손이나 다 같은 산천어라고 하는 건 ‘진돗개’와 일본산 ‘아끼다’가 같은 종자라고 주장하는 꼴”이라고 흥분하기도 했다.
◆네티즌 사이 격론 오가기도
자연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그 변화의 결과는 최소 수만년 단위로 나타난다. 100년을 채 못 살고 가는 인간이 그 변화를 포착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고기 한마리가 어떤 계곡에 자리잡고 살아가는 것은 인간에게는 거의 무한한 시간이라고 느껴질만큼 장구한 세월을 거치며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같은 강원도지만 동해안으로 흘러드는 간성군 북천의 ‘산천어’와 서해로 흘러드는 인제군 내린천의 ‘열목어’ 한마리 한마리는 위에서 언급한 모든 지질시대를 겪으며 태어난 존재들입이다.
근래 들어 민물고기 연구나 플라이낚시를 즐기는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런 활발한 문제제기와 토론이 오가고 있다.
이들의 토론은 단순한 수계 구분 정도를 넘어 △토종 민물고기 유전자 보전 문제 △양식장에서 방류된 물고기들이 야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등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오가고 있다.
문제는 토종생태계를 보호해야 할 환경부나 내수면 어업을 지도하고 있는 해양부 관계자들의 인식이 아직 여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원래 산천어는 강원도 영동지역, 동해안으로 흘러드는 하천에만 서식하며 경북 울진 이남지역에는 살지 않는 어종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 일본 산천어가 수입·증식되면서 낙동강 수계인 지리산 계곡, 경북 봉화군 고선계곡 등은 물론 경기도 양평의 사나사 계곡, 충북 제천의 덕동계곡, 단양의 어의곡·남천·선암계곡·다리안계곡(소백산국립공원), 보은의 달천, 괴산의 쌍곡계곡 등 남한강 지류에도 산천어들이 대량 방류되고 인공 양식장까지 들어서 토종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
◆토종 산천어인지도 의문
강원 영동의 산천어가 영서지역에 오면 외래어종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우리나라 자연생태계에서 백두대간을 기준으로 그 양쪽의 물고기들은 완전히 별개의 나라에 서식하는 물고기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산천어는 계곡 생태계에서 결코 ‘얌전한’ 물고기가 아니다. 배스(민물농어)만큼 커다랗게 자라지는 못하지만 계곡의 먹이사슬에서 최정점에 위치한 사나운 물고기다. 특히 작은 산간계곡에서 산천어의 천적이 될 만한 존재는 인간과 수달밖에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자연생태계의 먹이사슬에는 아주 엄정한 ‘물리법칙’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어떤 계곡에 산천어가 방류되어 그 계곡에 사는 물고기의 몸무게 총합에서 20%를 차지하게 되었다면 그 20%의 비중만큼 다른 물고기들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물고기 몸무게 총합이 500kg이었던 계곡에 산천어 200kg을 방류한다고 해서 그 계곡의 물고기 총량이 700kg으로 늘어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민물고기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수입된 발안란을 조상으로 해서 양식된 후 전국의 계곡에 방류된 산천어 때문에 이제 우리나라 토종 산천어가 과연 남아 있기는 한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어류학회의 한 회원은 민물고기 관련 홈페이지에서 “이제 아주 정밀한 유전자 분석을 해본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산천어와 일본산 산천어의 차이를 밝혀내기는 힘들 것”이라며 “우리나라 토종 ‘산천어’나 일본산 ‘야마메’나 ‘아마고’의 후손이나 다 같은 산천어라고 하는 건 ‘진돗개’와 일본산 ‘아끼다’가 같은 종자라고 주장하는 꼴”이라고 흥분하기도 했다.
◆네티즌 사이 격론 오가기도
자연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그 변화의 결과는 최소 수만년 단위로 나타난다. 100년을 채 못 살고 가는 인간이 그 변화를 포착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고기 한마리가 어떤 계곡에 자리잡고 살아가는 것은 인간에게는 거의 무한한 시간이라고 느껴질만큼 장구한 세월을 거치며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같은 강원도지만 동해안으로 흘러드는 간성군 북천의 ‘산천어’와 서해로 흘러드는 인제군 내린천의 ‘열목어’ 한마리 한마리는 위에서 언급한 모든 지질시대를 겪으며 태어난 존재들입이다.
근래 들어 민물고기 연구나 플라이낚시를 즐기는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런 활발한 문제제기와 토론이 오가고 있다.
이들의 토론은 단순한 수계 구분 정도를 넘어 △토종 민물고기 유전자 보전 문제 △양식장에서 방류된 물고기들이 야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등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오가고 있다.
문제는 토종생태계를 보호해야 할 환경부나 내수면 어업을 지도하고 있는 해양부 관계자들의 인식이 아직 여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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