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창간이 던진 신선한 충격<신문로 칼럼 - 10/30일자>

신문로 칼럼

지역내일 2000-12-31 (수정 2000-12-31 오후 4:32:02)
석간 내일신문의 창간은 아주 신선한 충격이다. 수십 년 전통과, 막강한 인력과 재력을 갖춘 일간지
들도 일부 휘청거리고 있고, 다양한 뉴 미디어의 등장으로 신문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때에 새
로운 일간지의 창간은 경이롭기까지 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것은 요즈음 잘 나가는 분야
의 전문 일간지도 아니고 국제 정치 경제분야를 주로 다루겠다고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대표적 전국지 들도 국제뉴스보다 지역뉴스, 정치 경제 보다는 자질구레한 생활뉴스, 연예 문화의
지면을 확대해 가는 추세인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제, 정치, 경제 뉴스로 제한하여 다루겠다고
하니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아슬아슬한 실험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주간 내일신문을 키워온
팀들의 면면을 떠올리면 온갖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성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신문의 창간을 보면서 연상된 것은 <르 몽드=""> 신문의 자매지인 <르 몽드="" 디플로마틱="">의 편집장
이냐시오 라모네가 작년에 출간하여 최근 우리나라에 번역이 된 《언론의 횡포》라는 책이다.
그는 오늘날 언론, 특히 신문의 병리적 현상들을 분석하고 있는데 그의 비판을 역으로 엮어 보면 그
가 바람직하게 보는 신문상이 보이고 내일 신문이 표방하는 것이 그것과 유사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
이다.

진실추구 대신 판치는 모방주의 언론
그의 언론 비판은 대충 이렇다. 오랜 세월, 신문이 앞장서서 쌓아 왔던 진실추구라는 언론의 사명,
민주적 시민사회의 구축을 위한 파수견(把守犬)으로서의 역할은 나날이 퇴색되고 있다.
신문은 국제 정치 경제 등의 뉴스보다 지역 생활정보 등에 지면을 넓혀가며 ‘왜소’해지고 있다.
뉴스 제작은 진실 파헤치기가 아니라 잘 팔리는 상품 만들기가 되어버렸고 TV를 뒤쫓느라 뉴스제작
에 분석과 성찰의 시간이 줄어든 대신 무의미한 실시간 신속성과 선정주의가 판을 친다. 선정주의
와 극도의 이윤 경쟁이 기자들의 날조, 위조, 꾸밈을 빈번하게 양산해 가고 있다.
진실성의 추구노력이 약화된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모방주의이다. TV를 신문이 모방하고, 다른 신문
과 라디오가 뒤를 이으면서 미디어끼리 서로 같은 내용을 베끼며 반복해가는 것이다. 그런 모방의
반복과정에서 거짓도 진실이 되어 버린다.
모방주의와 함께 신문을 타락시켜 가는 것은 뉴스와 정보의 과잉이라는 함정이다. 기자들은 끊임없
이 쏟아지는 사건들, 보고들, 자료들 더미에 묻혀 일종의 질식 상태에 있다. 문제는 새로운 정보와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정작 중요한 사실들이 미디어의 병풍 뒤로 사라져 세인들의 관심으
로부터 멀어지는 병풍효과를 만든다는 데 있다. 권력은 이 같은 병풍 효과를 잘 알고 이를 힘껏 이용
한다,
예컨대 모니카 르윈스키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클린턴 대통령은 1998년 봄, 걸프 지역의 군사적 긴장
을 인위적으로 조장함으로서, 그리고 8월에는 수단과 아프가니스탄에 폭격을 가하고 같은 해 12월에
는 바그다드와의 갈등상황을 재 조성함으로서 문제의 사건이 미디어의 관심을 벗어나게 하려고 시도
했다. 굳이 남의 나라 경우만이 아니고 우리나라의 정치 권력도 걸핏하면 써 먹어온 방법이 아니던
가.
이같은 병풍효과를 최대한 이용해서 교활한 정치가들은 뉴스의 삭제나 금지 같은 전체주의적 검열
이 아니라 뉴스 과잉의 상태로 만들어 정작 중요한 것이 은폐되도록 하는 ‘민주적 검열’이라는 은
밀한 방식을 즐겨 쓴다는 것이 라모네의 지적이다.
그는 또한 몇몇 스타급 논설위원이나 TV 진행자를 제외한 다수의 기자들은 전문직이라기 보다 테일
러식 단순노동자로 전락하고 있음을 서글퍼하고 있는데 우리 나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기자들이
관급 뉴스와, 통신사의 뉴스, 온갖 공공 기관, 사기업, 사회단체들이 홍보요원을 두고 끊임없이 생
산해내는 보도자료에 의존해 그것을 정리하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바치는 단순 노동자로 전락해가
는 현상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정의에 대한 기자의 신념이 성공의 열쇠
선정주의 모방주의 병풍효과와 민주적 검열, 테일러식 노동의 함정에서 여하히 벗어날수 있느냐가
내일신문의 성패를 좌우 할 것이다. 소수의 인력을 바탕으로 일반 독자의 흥미를 끌 만한 뉴스 영역
을 과감히 제외하겠다는 신문이라면 라모네의 말처럼 ‘약화된 민주주의를 염려하고 새로운 행동을
준비하기 위해 깨닫기를 갈구하는 독자들을 되찾고자 하는 신문’을 의미할 것이다.
그것을 이룩하기 위한 처방은 단 한가지, ‘진실과 정의의 승리에 대한 기자들의 신념’밖에는 없다
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내일 신문은 성공예감을 가질 수 있게 한다. 내일신문이 가진 것,
혹은 의존할 수 있는 것은 그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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