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막말하는 지식인, 막가는 사회(임춘웅 2004.09.01)

지역내일 2004-08-31 (수정 2004-09-01 오후 1:37:28)
막말하는 지식인, 막가는 사회

‘입조심’ ‘말조심’은 모든 사람이 지켜 유익한 생활훈이다. 하물며 글로 특정인을 비방하는 일이란 여간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국회의원, 교수, 지식인등 이른바 사회지도층인사들이 폭언과 막말을 서슴없이 해대고 망발을 일삼는 세상을 살며 ‘입조심’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스스로 발가벗는 수치심을 무릅쓰고 이 글을 쓴다.
지난 28. 29일 전남 구례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연찬회에서 행한 박세일의원의 주제발표부터 살펴보자.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 연구소장이기도 한 박 의원은 “지금 정치 경제 사회적 불안과 위기는 시대에 맞지 않는 반민주, 반시장, 반민족 세력의 등장에서 기인한다”면서 특히 “1980년대 이후 민주화운동은 분명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빈민주, 반시장세력이 중심을 이뤄왔고 이는 기본적으로 좌파 반체제운동”이라고 주장했다.

민주화 운동을 반민주화 운동이라 매도
그의 앞부분 말은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바로 박 의원과 그런 부류의 사람들에게 해야 할 말이다. 이런 경우를 두고 적반하장이라고 하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듣고 있던 같은 당의 김명주 의원이 나서서 “저쪽을 친북 용공으로 매도하다가 (이제 와서)반민주, 반시장으로 매도하는 것은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반박했겠는가.
박 의원 말대로라면 5·18 광주 민주화운동도, 87년 ‘6월 항쟁’도 모두 반민주 운동으로 둔갑해 버린다. 이 무슨 역사의 도착인가.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박 의원이 학계에 있을 때는 평판이 나쁘지 않았던 교수였다는 점이다.
군사평론가로 널리 알려진 지만원이란 사람은 자신이 발간하는 ‘시국진단’ 8월호에 “김 구 선생을 현대판으로 해석하면 오사마 빈 라덴 같은 사람”이라고 썼다. 잘 알다시피 라덴은 9.11 미국테러의 주모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어 그는 “김 구 선생을 포장하여 이승만 대통령을 비하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저런 것들도 사람일까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아무런 능력도 없는 병신들이 100년전 머리 좋아 일본육사 가고 동경제대 간 사람을 조사한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고도 했다. 아무래도 정상이 아니다. 시정잡배도 입에 담기 어려운 언사의 조악함은 말할 것도 없으려니와 이 보도를 본 많은 사람은 “○○○ 저것도 사람일까” 하지 않았을까 싶다.
얼마 전 어느 모임에 갔는데 시국얘기 끝에 한 고명한 목사님이 이대로 가다간 나라가 곧 망하는데 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20대, 30대 젊은이들이다. 나라가 망해도 그들 때문이니 나라가 망한 설움은 그들이 받게 될 것이고 우리들과는 상관없다고 했다. 잘못됐다 싶었는지 옆 사람이 이 나라는 지금까지 잘 발전해왔고 앞으로도 발전해 갈 것이니 목사님이 그렇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하자 참으로 이상한 사람을 다 본다는 표정을 지었다. 잘은 모르겠으나 이 목사님이 신도들을 천당으로 인도할 것 같지는 않다.
어느 언론인 모임 얘기도 해야겠다. 중장년층이면 그 이름을 다 알만한 방송 출신 한 원로 언론인이 사회를 보다 불쑥 “○○○ 개새끼”를 연발하는 것이었다. 친목자리여서 지나치긴 했으나 한 참석자가 이제 이 모임도 나이 제한을 해야겠다는 푸념을 했다. 노욕을 버리지 못한 원로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군사 쿠데타 충동하는 교수도 있는 세상
지난 3월에는 모 대학 교수가 공개강연에서 “합법적으로 성립된 좌익정권을 타도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복원하는 유일한 길은 군부 쿠데타”라고 역설했다. 그런데 얼마 후 현역 군 장성이 한국에서 쿠데타가 불가능한 이유들을 조목조목 정리해 내놓았다. 교수는 쿠데타 하라고 부추기고 군인은 안 된다고 하는 한국은 외국인들에게 참으로 연구해 볼만한 나라 일 것이다.
왜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된 것일까. 작은 이기심이, 잠시의 소외감이, 꽉 닫힌 마음이 이런 현상의 바탕 일 것이다. 모두가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 함께 사는 우리사회의 건강을 위해서도 그렇거니와 그들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그렇다. 역사는 그들의 하찮은 이기심과 관계없이 바른 길로 도도히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임 춘 웅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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