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품이 중소기업 죽인다

프라이팬에서 속옷까지 대형할인점 점령…중소기업 제품 국내서도 설 자리 좁아져

지역내일 2004-09-01 (수정 2004-09-01 오후 12:49:51)
프라이팬에서 의류,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중국에서 직수입된 제품이 할인점에서 급증하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까르푸, 월마트 등 대형할인점은 최근 중국 전담팀을 구성, 중국 직소싱(직접매입) 제품 비율을 해마다 늘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소싱이란 중간 유통업체(벤더)를 거치지 않고 현지에 상주하면서 상품기획에서 개발까지 일련의 매입과정을 유통업체가 직접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현황 = 2002년부터 중국 소싱팀을 운영하고 있는 이마트는 전체상품 중 중국 상품이 차지하는 비율을 현재 10%에서 향후 30%까지 늘릴 계획이다. 품목수도 30개에서 올 하반기 90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상품 종류도 다양해졌다. 지난해 3월 중국 직소싱 1호 제품으로 수납함을 선보인데 이어 지난해 11월부터 옷걸이, 여행가방, 거실화 등의 품목을 추가했다.
올해는 생활용품 뿐만 아니라 중국 직수입 패션의류도 크게 늘려 90개 품목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지난해 말 총 8명으로 구성된 ‘글로벌 소싱 파트’를 본부로 격상시키고 특히 중국으로부터의 글로벌 소싱을 확대하고 있다. 올 6월에만 소형가전 4가지, 의류 10가지, 완구 70가지, 인라인스케이트 15가지 등 약 100여개의 중국 직소싱 상품을 선보였다. 또 중국 직소싱 상품을 연내 5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전체 상품 매출 중에서 중국 직소싱 비율은 현재 1.9%이며 점차 비율을 더욱 높여나갈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올해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상품 직소싱에 나섰다. 지난 2월 중국 상해사무소를 개설, 5명의 직원이 수익성 확보와 중국원산지 상품의 직매입 및 개발, 중국진출을 위한 정보수집 등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7월 첫 상품인 ‘장우산’을 수입해 1차 주문량(5000개)을 모두 판매한 데 이어 앞으로 품목을 확대해 올해 말 120여개 품목을 중국에서 직수입할 계획이다.
까르푸의 경우 글로벌 기업으로서 홍콩 등 아시아 각 지역의 구매본부를 통해 해외직소싱 상품을 유통하고 있다. 올 상반기 140여개의 중국 직소싱 상품을 판매했으며 올 연말까지 누적 350개의 품목을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소형 가전제품의 경우 해외직소싱 상품 중 80%, 총 100여개 상품이 중국 직소싱 상품으로 선풍기, 히터, 헤어드라이기 등 소형가전제품과 카메라 삼각대 등 가전용 액세서리가 이에 포함된다. 생활용품에서는 전체수입물량의 80%, 의류에서는 전체 수입물량의 70%가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제품이다.
한편 월마트코리아는 글로벌소싱 전담 관계사인 월마트 글로벌 프로큐어먼트 차이나 오피스를 통해 중국상품(공산품류)을 직수입하고 있으나, 구체적 품목은 밝히지 않았다.
◆국내 제품,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 할인점에서 중국 직소싱 상품을 늘리는 것은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최저가 상품을 지향하는 할인점의 특성상, 국내 제조업체 제품보다 20∼40%까지 저렴한 중국 직소싱 상품의 판매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디자인이 덜 고려되는 단순기능성 제품은 가격에 따라 매출이 크게 좌우되므로 앞으로도 중국 직소싱 제품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마트에서 해외소싱 1호 품목으로 선보였던 ‘리빙박스 57L(수납함)’은 개당 판매가격을 7800원으로 책정, 기존 1만3000원대의 제품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 뒤 일반 수납함보다 4배정도 많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계 할인점은 한국의 전담자와 본사의 글로벌 소싱 전문인력이 중국에서 함께 활동하면서 자체 상표를 개발하기도 한다. 홈플러스는 중국에서 선풍기 제품 판매 1, 2위를 다투고 있는 ‘미디아(Media)’라는 업체를 통해 소싱하고 있고, 기타 중국에서 직수입한 소형가전은 ‘아이템스’(Items)라는 상표를 붙여 판매한다.
삼성테스코 글로벌소싱 본부 신동화 차장은 “최근 들어 중국 상품의 품질이 좋아지고 있으며 할인점에서는 중국 상품을 직매입으로 전환함으로써 원가 절감이 기대되고 이는 곧 고객에게 가격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직소싱 상품이 급증할수록 국내 중소기업 제품이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진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할인점에서 중국 업체로부터 직수입하는 품목은 △가정용품 (프라이팬, 도마, 냄비, 옷걸이, 청소도구 등) △소형가전 (가습기, 다리미, 헤어드라이어, 커피메이커, 선풍기 등) △완구 및 스포츠 용품(인형, 미니카, 물놀이용품, 장난감 총, 블록, 인라인스케이트 등) △의류(면바지, 스웨터, 패딩점퍼) 등으로 국내 영세 중소기업이 주로 생산하던 제품들이다. 즉 국내 중소기업 제품이 ‘가격경쟁’에서 중국 직수입 제품과 경쟁하기 어려운데다가, 그나마 PB(자체브랜드) 상품으로 할인점에 납품하던 제품들도 중국 직수입 제품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할인점에 소형 가전을 납품하는 중소기업 한 관계자는 “국내 대형 제조업체는 그나마 브랜드 인지도를 내세워 중국 제품과 경쟁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제품은 중국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인건비는 계속 오르고, 유가마저 올라서 원가를 줄일 방안도 없는 상황”이라며 “할인점 바이어들과 대화할 때마다 언제 납품이 중단될지 몰라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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