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소유주 80% 동의 얻은 사업 지체, 민간업체 손실 눈덩이처럼 불어
행정관청 업무권한 분명히 안해 말썽 자초 … 합리적 개발안 마련해야
자치단체의 떠넘기식 행정으로 사업이 지연돼 민간업체가 그 손실을 하소연하는 등 논란을 빚고 있다.
부산시청은 지난 20일 현대산업개발과 대원플러스건설이 제안한 ‘수영만매립지 지구단위계획변경안’에 대해 ‘해운대구청 권한사항’이라며 일체의 서류를 해운대구청으로 이관한다고 밝혔다.
이 제안서는 지난 1월 처음 접수된 후 10개월 동안 무려 네 차례나 부산시청과 해운대구청을 오락가락하다가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 것.
두 민간업체는(최초에는 등기미이전으로 대원플러스건설이 아닌 교보생명 명의) 올 해 1월 계획안을 부산시청에 접수시켰다. 하지만 부산시는 “해운대구청이 예전부터 검토해 오던 사항”이라며 업무를 해운대구청으로 넘겼다.
하지만 구청측은 다시 “관련 조례가 지난해 10월 개정돼 지구단위계획 입안권이 구청에서 시청으로 이관됐다”며 제안서를 반려했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업체측이 제안서를 자진 철회하고 비슷한 내용의 새 제안서를 4월`에 다시 시청에 접수시켰다. 이 과정에서 업체측은 새 제안서에 필요한 80% 주민동의를 받느라 3개월을 보내야 했다.
또 지난 5월 관련 조례가 또 다시 개정되면서 지구단위계획 입안권이 다시 구청으로 위임됐다.
하지만 시청은 접수된 제안서를 즉각 구청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5개월 동안 관련 부서와 협의를 진행했다. 접수 당시 시청이 입안권을 가진 사안은 시청에게 권한이 있다고 잘못 해석한 것.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에서 수영만 난개발문제를 제기하는 등 논란이 일자 자체 감사를 벌여 ‘구청 권한사항’이라는 결론을 내고 최근 부랴부랴 구청에 서류를 넘겨버렸다.
결과적으로 개발계획에 대한 적정성 여부와는 무관하게 서류 접수에만 10개월이 걸린 셈. 이에 대해 민간업체는 “가만히 앉아서 금리부담 등 수백억원의 손실을 떠안게 됐다”며 항의하고 있다.
수영만 매립지 개발 논란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과 센텀시티 인근에 위치한 수영만 매립지(전체 면적 39만6000㎡)는 부산시가 86년 아시안게임 요트경기장 건설과 연계해 지난 83년 조성했다.
당시 해운대지역의 부족한 상업용지를 공급한다는 취지였지만 사업성 부족 등으로 20여년간 방치돼 왔다.
90년대 후반 부동산 경기 활성화와 함께 급속히 개발된 매립지에는 이미 아파트 1735세대와 사실상의 아파트인 주거용 오피스텔 2454세대가 이미 완공됐거나 건축 중이다.
이러다 보니 이 지역은 학교 파출소 등 공공시설이 전혀 없어 아파트 입주가 본격 시작되면 또 다른 대규모 민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지는 등 난개발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지난 해 “주민불편 해소를 위해 학교 등 공공시설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인근 센텀시티에 대규모 상업 및 위락시설이 조성 중이어서 이미 이전의 상업용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게 도시계획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두 민간업체는 마지막 남은 부지 11만8000㎡의 절반 가량을 학교 및 녹지 공간 등으로 내놓고 나머지 부지에 4000여 세대의 아파트와 호텔 및 상업시설을 짓겠다고 지구단위계획변경을 제안했다.
시민단체에서 이 계획에 대해 “자치단체가 업체에게 엄청난 이익을 안겨주는 특혜이자 난개발”이라고 주장, 논란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업체측은 “이미 기능을 상실한 상업시설만 고집하면 민간사업자로서도 사업성이 없어 포기할 수 밖에 없다”며 “이럴 경우 공공용지 확보 등이 불가능해져 오히려 난개발을 방치하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형평성 논란
이번 논란의 핵심은 애초 도시계획대로 상업시설을 짓지 않고 초고층 아파트를 짓느냐는 것이다.
해운대와 수영만 일대는 30~50층 높이의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난개발 논란에도 불구하고 바닷가 초고층 아파트 숲은 이미 하나의 ‘풍경’이 된 셈.
특히 부산시가 수영 비행장터에 대규모 복합산업단지인 이른바 ‘센텀시티’를 개발하면서 고층화 추세는 가속화됐다. 조만간 분양예정인 한 아파트도 60층 인가를 받았다.
이들 아파트들이 특별한 제약없이 높은 용적률의 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은 것은 부산시의 특별한 ‘배려’ 때문이다.
부산시는 센텀시티의 부지 분양이 지지부진하자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판촉에 나섰고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복잡한 도시계획관련 절차없이 건축심의 만으로 고층아파트 건립을 허가했다.수영만 매립지의 주거단지화도 이와 유사하다는 것.
부산시는 시 소유 일부 부지를 매각하면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를 허용했다. 뒤이어 주거용 오피스텔 등 법의 허점을 이용한 아파트 개발을 묵인하다 뒤늦게 해운대구청은 오피스텔 허가를 3년간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현실적 개발안 서둘러야
이번 논란이 된 부지는 과거 대우건설이 90년대 중반 107층짜리 초고층 건물을 추진하다 터파기만 한 상태로 방치된 곳이다. 매립지 내 마지막 남은 이 곳은 그동안 소유주가 바뀌면서 수 년간 개발방향을 둘러싸고 해당관청과 민간업체가 실랑이를 벌여왔다.
입안권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다시 받게 된 해운대구청은 “관광특구에 걸맞는 상업시설로 개발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 한 채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인근 땅 소유주의 80% 동의를 받은 민간의 지구단위계획안을 무조건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아파트를 지을 경우 민간업체에게 막대한 개발이익을 주는 특혜라는 일부 여론도 부담스러운 눈치다.
반면 개발이익의 규모는 당시의 부동산 시장조건 등 복합요인에 좌우돼 예측이 어렵고 행정절차가 지연되면 막대한 손실을 감당할 수 없다는 업체의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수영만 매립지 마지막 남은 부지의 개발방향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부산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행정관청 업무권한 분명히 안해 말썽 자초 … 합리적 개발안 마련해야
자치단체의 떠넘기식 행정으로 사업이 지연돼 민간업체가 그 손실을 하소연하는 등 논란을 빚고 있다.
부산시청은 지난 20일 현대산업개발과 대원플러스건설이 제안한 ‘수영만매립지 지구단위계획변경안’에 대해 ‘해운대구청 권한사항’이라며 일체의 서류를 해운대구청으로 이관한다고 밝혔다.
이 제안서는 지난 1월 처음 접수된 후 10개월 동안 무려 네 차례나 부산시청과 해운대구청을 오락가락하다가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 것.
두 민간업체는(최초에는 등기미이전으로 대원플러스건설이 아닌 교보생명 명의) 올 해 1월 계획안을 부산시청에 접수시켰다. 하지만 부산시는 “해운대구청이 예전부터 검토해 오던 사항”이라며 업무를 해운대구청으로 넘겼다.
하지만 구청측은 다시 “관련 조례가 지난해 10월 개정돼 지구단위계획 입안권이 구청에서 시청으로 이관됐다”며 제안서를 반려했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업체측이 제안서를 자진 철회하고 비슷한 내용의 새 제안서를 4월`에 다시 시청에 접수시켰다. 이 과정에서 업체측은 새 제안서에 필요한 80% 주민동의를 받느라 3개월을 보내야 했다.
또 지난 5월 관련 조례가 또 다시 개정되면서 지구단위계획 입안권이 다시 구청으로 위임됐다.
하지만 시청은 접수된 제안서를 즉각 구청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5개월 동안 관련 부서와 협의를 진행했다. 접수 당시 시청이 입안권을 가진 사안은 시청에게 권한이 있다고 잘못 해석한 것.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에서 수영만 난개발문제를 제기하는 등 논란이 일자 자체 감사를 벌여 ‘구청 권한사항’이라는 결론을 내고 최근 부랴부랴 구청에 서류를 넘겨버렸다.
결과적으로 개발계획에 대한 적정성 여부와는 무관하게 서류 접수에만 10개월이 걸린 셈. 이에 대해 민간업체는 “가만히 앉아서 금리부담 등 수백억원의 손실을 떠안게 됐다”며 항의하고 있다.
수영만 매립지 개발 논란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과 센텀시티 인근에 위치한 수영만 매립지(전체 면적 39만6000㎡)는 부산시가 86년 아시안게임 요트경기장 건설과 연계해 지난 83년 조성했다.
당시 해운대지역의 부족한 상업용지를 공급한다는 취지였지만 사업성 부족 등으로 20여년간 방치돼 왔다.
90년대 후반 부동산 경기 활성화와 함께 급속히 개발된 매립지에는 이미 아파트 1735세대와 사실상의 아파트인 주거용 오피스텔 2454세대가 이미 완공됐거나 건축 중이다.
이러다 보니 이 지역은 학교 파출소 등 공공시설이 전혀 없어 아파트 입주가 본격 시작되면 또 다른 대규모 민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지는 등 난개발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지난 해 “주민불편 해소를 위해 학교 등 공공시설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인근 센텀시티에 대규모 상업 및 위락시설이 조성 중이어서 이미 이전의 상업용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게 도시계획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두 민간업체는 마지막 남은 부지 11만8000㎡의 절반 가량을 학교 및 녹지 공간 등으로 내놓고 나머지 부지에 4000여 세대의 아파트와 호텔 및 상업시설을 짓겠다고 지구단위계획변경을 제안했다.
시민단체에서 이 계획에 대해 “자치단체가 업체에게 엄청난 이익을 안겨주는 특혜이자 난개발”이라고 주장, 논란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업체측은 “이미 기능을 상실한 상업시설만 고집하면 민간사업자로서도 사업성이 없어 포기할 수 밖에 없다”며 “이럴 경우 공공용지 확보 등이 불가능해져 오히려 난개발을 방치하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형평성 논란
이번 논란의 핵심은 애초 도시계획대로 상업시설을 짓지 않고 초고층 아파트를 짓느냐는 것이다.
해운대와 수영만 일대는 30~50층 높이의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난개발 논란에도 불구하고 바닷가 초고층 아파트 숲은 이미 하나의 ‘풍경’이 된 셈.
특히 부산시가 수영 비행장터에 대규모 복합산업단지인 이른바 ‘센텀시티’를 개발하면서 고층화 추세는 가속화됐다. 조만간 분양예정인 한 아파트도 60층 인가를 받았다.
이들 아파트들이 특별한 제약없이 높은 용적률의 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은 것은 부산시의 특별한 ‘배려’ 때문이다.
부산시는 센텀시티의 부지 분양이 지지부진하자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판촉에 나섰고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복잡한 도시계획관련 절차없이 건축심의 만으로 고층아파트 건립을 허가했다.수영만 매립지의 주거단지화도 이와 유사하다는 것.
부산시는 시 소유 일부 부지를 매각하면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를 허용했다. 뒤이어 주거용 오피스텔 등 법의 허점을 이용한 아파트 개발을 묵인하다 뒤늦게 해운대구청은 오피스텔 허가를 3년간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현실적 개발안 서둘러야
이번 논란이 된 부지는 과거 대우건설이 90년대 중반 107층짜리 초고층 건물을 추진하다 터파기만 한 상태로 방치된 곳이다. 매립지 내 마지막 남은 이 곳은 그동안 소유주가 바뀌면서 수 년간 개발방향을 둘러싸고 해당관청과 민간업체가 실랑이를 벌여왔다.
입안권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다시 받게 된 해운대구청은 “관광특구에 걸맞는 상업시설로 개발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 한 채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인근 땅 소유주의 80% 동의를 받은 민간의 지구단위계획안을 무조건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아파트를 지을 경우 민간업체에게 막대한 개발이익을 주는 특혜라는 일부 여론도 부담스러운 눈치다.
반면 개발이익의 규모는 당시의 부동산 시장조건 등 복합요인에 좌우돼 예측이 어렵고 행정절차가 지연되면 막대한 손실을 감당할 수 없다는 업체의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수영만 매립지 마지막 남은 부지의 개발방향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부산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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