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김 모씨에게 5000만원을 빌려줬다. 하지만 1년 후 갚겠다던 김씨는 종적을 감췄고 이씨는 수소문 끝에 김씨가 사는 곳을 겨우 발견했다. 김씨는 갚을 돈이 없다며 이씨의 양해를 구했지만 이씨가 알아본 결과 김씨는 여러 금융기관에 상당액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씨는 결국 김씨를 상대로 소송을 했고 법원의 승소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김씨가 빚을 안 갚고 버티자 이씨는 마지막 희망으로 법원에 재산명시신청을 냈다.
채무자로부터 빚을 받아내기 위한 법원의 재산명시신청이 경기침해 여파로 지난해에 비해 10% 증가하는 등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 제도를 통해 빚을 돌려받는 사례가 극히 적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9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재산명시신청건수는 총 9만522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만5522건에 비해 10.1% 증가했다. 재산명시신청은 채무자가 직접 법원에 나와 판사 앞에서 자신의 재산목록을 제출하는 것으로 채권자는 재산목록을 보고 채무에 해당하는 재산을 압류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집행과 관계자는 “재산명시신청을 통해 법원에 출두하는 채무자는 30~40%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실제로 이 제도를 통해 빚을 받아내는 채권자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신청 기간 동안 재산 빼돌려” = 재산목록을 내면 재산이 압류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재산을 보유한 채무자는 법원 출두 이전까지 제3자 명의로 재산을 빼돌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채무자에게 법정에 나와 자신의 재산목록을 내라고 통지한 이후 한 달에서 두 달 후 법원 출두 일자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법원 관계자는 “재산명시를 통지받은 채무자가 법원 출두 이전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산을 빼돌리면 이를 발견할 방법이 없다”며 “채무자의 재산을 직접 조회할 수 있는 재산조회신청은 재산명시신청을 거친 후 하게 돼 있어 이에 대한 채권자들의 불만이 높다”고 말했다.
재산조회신청은 채무자의 모든 재산을 조회하는 것으로 알지 못하는 채무자의 재산을 발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재산조회는 재산명시신청을 반드시 거친 후 신청하게 돼 있어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주고 있는 셈이다.
◆“재산조회신청 100여건 불과” = 이러한 제도상의 한계로 인해 재산조회신청을 내는 채권자는 극히 드물다.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재산명시신청은 매달 1000여건이 넘지만 재산조회신청은 100~200건에 불과하다.
이 제도는 한 번의 조회로 모든 기관에 등재된 재산을 조회할 수 없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이름만 입력하면 개인의 모든 재산관계를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채권자가 신청한 해당 기관만 재산의 존재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 조회를 위해서는 이를 담당하고 있는 법원행정처라는 기관을 선택하고 토지·건물의 소유권을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 등의 소유권을 알기 위해서는 전국에 있는 광역시·도에 각각 신청을 의뢰해야 한다. 금융기관은 더 복잡하다. 한번 검색으로 모든 은행의 구좌를 검색할 수 없고 각 은행별로 별도의 신청을 해야 한다. 전국 54개 은행(외국계 은행)을 포함해 금융분야만 조회 신청할 데가 163곳이다.
조회는 법원에서 하기 때문에 신청자는 조회할 기관만 선택하면 되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한 기관당 별도의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모든 기관을 조회하려면 비용이 상당히 든다. 한 기관당 조회비용이 5000원인데 농업협동조합 등 조합은 2만원이 든다. 송달비까지 계산하면 많게는 최고 200만원까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재산을 찾아낸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채권자들이 신청에 주저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채무자 재산 알고 있다면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해야” = 법원 관계자는 채무자로부터 빚을 받기 위해서는 재산명시나 재산조회신청을 이용하기보다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전부명령’은 채무자가 제3자에게 받을 돈을 채권자에게 이전시키는 제도다. 채무자의 이름과 주민등록 번호를 알고 거래하는 금융기관을 파악하고 있으면 된다.
‘전부명령’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채무자인 피고의 채권을 압류해야 한다. 전부명령을 하면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채무를 변제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재산명시와 재산조회를 하더라도 결국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채무자의 재산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면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먼저 신청하는 게 효과적이다.
법원 관계자는 “재산명시를 신청하는 주 채권자는 금융기관인데 금융기관 직원들의 목적은 돈을 돌려받기 보다는 채무자의 빚을 끝까지 받아내려 했다는 의지를 상부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혹시나 빚을 받아낼 수 있을까하고 법원을 찾은 개인 채권자들 대부분은 실망하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씨는 결국 김씨를 상대로 소송을 했고 법원의 승소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김씨가 빚을 안 갚고 버티자 이씨는 마지막 희망으로 법원에 재산명시신청을 냈다.
채무자로부터 빚을 받아내기 위한 법원의 재산명시신청이 경기침해 여파로 지난해에 비해 10% 증가하는 등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 제도를 통해 빚을 돌려받는 사례가 극히 적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9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재산명시신청건수는 총 9만522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만5522건에 비해 10.1% 증가했다. 재산명시신청은 채무자가 직접 법원에 나와 판사 앞에서 자신의 재산목록을 제출하는 것으로 채권자는 재산목록을 보고 채무에 해당하는 재산을 압류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집행과 관계자는 “재산명시신청을 통해 법원에 출두하는 채무자는 30~40%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실제로 이 제도를 통해 빚을 받아내는 채권자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신청 기간 동안 재산 빼돌려” = 재산목록을 내면 재산이 압류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재산을 보유한 채무자는 법원 출두 이전까지 제3자 명의로 재산을 빼돌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채무자에게 법정에 나와 자신의 재산목록을 내라고 통지한 이후 한 달에서 두 달 후 법원 출두 일자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법원 관계자는 “재산명시를 통지받은 채무자가 법원 출두 이전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산을 빼돌리면 이를 발견할 방법이 없다”며 “채무자의 재산을 직접 조회할 수 있는 재산조회신청은 재산명시신청을 거친 후 하게 돼 있어 이에 대한 채권자들의 불만이 높다”고 말했다.
재산조회신청은 채무자의 모든 재산을 조회하는 것으로 알지 못하는 채무자의 재산을 발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재산조회는 재산명시신청을 반드시 거친 후 신청하게 돼 있어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주고 있는 셈이다.
◆“재산조회신청 100여건 불과” = 이러한 제도상의 한계로 인해 재산조회신청을 내는 채권자는 극히 드물다.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재산명시신청은 매달 1000여건이 넘지만 재산조회신청은 100~200건에 불과하다.
이 제도는 한 번의 조회로 모든 기관에 등재된 재산을 조회할 수 없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이름만 입력하면 개인의 모든 재산관계를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채권자가 신청한 해당 기관만 재산의 존재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 조회를 위해서는 이를 담당하고 있는 법원행정처라는 기관을 선택하고 토지·건물의 소유권을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 등의 소유권을 알기 위해서는 전국에 있는 광역시·도에 각각 신청을 의뢰해야 한다. 금융기관은 더 복잡하다. 한번 검색으로 모든 은행의 구좌를 검색할 수 없고 각 은행별로 별도의 신청을 해야 한다. 전국 54개 은행(외국계 은행)을 포함해 금융분야만 조회 신청할 데가 163곳이다.
조회는 법원에서 하기 때문에 신청자는 조회할 기관만 선택하면 되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한 기관당 별도의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모든 기관을 조회하려면 비용이 상당히 든다. 한 기관당 조회비용이 5000원인데 농업협동조합 등 조합은 2만원이 든다. 송달비까지 계산하면 많게는 최고 200만원까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재산을 찾아낸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채권자들이 신청에 주저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채무자 재산 알고 있다면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해야” = 법원 관계자는 채무자로부터 빚을 받기 위해서는 재산명시나 재산조회신청을 이용하기보다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전부명령’은 채무자가 제3자에게 받을 돈을 채권자에게 이전시키는 제도다. 채무자의 이름과 주민등록 번호를 알고 거래하는 금융기관을 파악하고 있으면 된다.
‘전부명령’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채무자인 피고의 채권을 압류해야 한다. 전부명령을 하면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채무를 변제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재산명시와 재산조회를 하더라도 결국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채무자의 재산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면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먼저 신청하는 게 효과적이다.
법원 관계자는 “재산명시를 신청하는 주 채권자는 금융기관인데 금융기관 직원들의 목적은 돈을 돌려받기 보다는 채무자의 빚을 끝까지 받아내려 했다는 의지를 상부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혹시나 빚을 받아낼 수 있을까하고 법원을 찾은 개인 채권자들 대부분은 실망하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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