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 시인의 꽁트칼럼(14)

무서워라, 전화 구신

지역내일 2001-01-03
휴대전화 다들 갖고 계시죠?
어제였어요. 정말 기가 막히더라구요. 바로 <잰순>이라구 여러분도 아시죠? 학교 때부터 <잰순>이라고 하두 불러서 실제이름은 가물가물 하답니다. 그런데 막상 <잰순>이는 자기 별명이 <잰순>인지 몰라요. 어찌나 뻐기고 재는지 눈이 부셔서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거든요. 그야말로 별 쓰잘데기 없는 걸 다 재거든요.
이 <잰순>이가 어쩐 일로 새해부터 만나자는 전화를 했더군요. 별 특별한 일도 없고, 그 동안 어찌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약속장소에 나갔지요. 사람을 불러놓고 딴 짓거리 하는 사람들 있지요? 바로 <잰순>이가 그랬어요. 도대체 왜 만나자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더군요. 만나는 그 순간에도 통화 중이었답니다.
이 <잰순>이가 끊임없이 휴대폰으로 쉴새없이 지껄이는 거 있죠. 차 마시는 동안 내내, 밥 먹는 동안 내내 통화를 하더군요. 별 내용도 아니랍니다. 지난 연말에 어디에서 세일을 했다나 뭐라나, 뭘 샀는데 잘 샀다나, 못 샀다나 하면서 끊임없이 혼자 떠들더라구요. 연초부터 재수가 없으려니 별꼴을 다 겪는다고 생각했답니다.
하두 기가 막혀서 그냥 가려고 했지요. 그랬더니 뭐 바쁜 일 있냐며 붙잡더라구요. 이거 한 통화만 하고, 이거 한 통화만… 하면서 쉴 새 없더군요. 이제 끝났나 싶으면 또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정말 끝났나 싶으면 어디선가 또 전화가 오더군요. 그러면서 누가 꼴불견이었다던가, 누구 옷이 후졌다던가 하는 이야기를 나누더라구요. 차를 마시고 장소를 옮기면서도 통화를 하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전화통화를 하는데 정말 웃기더군요.
나를 왜 만나자고 했는지 정말 기가 막혀서 웃음도 나오지 않았답니다. 통화중이라는 영화가 저절로 생각이 났습니다. 12시에 만나서 찻집이며, 밥집이며 장소를 옮기는 동안에 나랑 나눈 대화라고는 고작 2∼3분도 안됐답니다. 그것도 서로의 안부가 아니라 연말에 누구누구 만났냐는 그 물음이 고작이었어요. 내가 뭐라 채 대답을 하기도 전에 전화가 오고 말았으니 따지고 보면 아무 말도 안한 셈이지요.
휴대전화 자랑을 하려고 나를 만나자고 했다면 그건 성공한 셈이군요. 신물이 나도록 그 휴대전화로 지껄여대는 걸 들었으니까요.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찻값을 내가 내니, 밥값은 지가 계산을 하더군요. 그런데 심지어는 계산 할 때도 통화 중이어서 가방을 떨어뜨리고, 지갑을 흘리고 야단이었어요.
설마라구요?
정말이라니 까요.
5시간 동안 내내 통화만 하더니 이만 바빠서, 어쩌구 하더니 바이바이 하는 거 있죠. 내가 더 멍청하지요? 한시간도 아니고 5시간 동안 내내 <잰순>이가 통화하는 걸 들으며 바보처럼 히죽거리고 앉았지 뭡니까. 돌아와 생각해보니 내 잘못이 더 크더라구요.
여러분도 이런 친구 조심하세요.
아이구, 참!

지은이 소개 : 하는 짓은 어린애 같이 굴면서 나이 먹는 걸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 새해에 떡국도 제대로 못 먹고 돌아다니며 한 살 더 먹었다고 큰소리치는 사람. 남이 자기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는 관심도 없으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만 열중하는 사람. 자기 집은 엉망진창이면서 남의 집 청소에 열올리며 열심히 청소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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