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싸움판에 멍드는 민생

내일시론

지역내일 2001-01-08 (수정 2001-01-08 오후 10:06:37)
정치 싸움판에 멍드는 민생

체 게바라는 20세기 '전설적인 혁명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억압받는 민중의 해방을 위해 불꽃같이
짧은 삶을 살다 갔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해 그의 서거 33주기를 맞아 이 땅의 젊은이들 사이에 불었
던 추모열풍이 해를 넘기고도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의 생애를 담은 '체 게바라 평전'( 장 코르
미르 지음. 실천문학 번역판)이 지난 한해는 물론 새해 들어서 까지 전국 주요서점의 베스트 셀러 10
위 권에서 밀러난 적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공산주의가 몰락하고 자본주의적 질서가 세계를 재편하고 있는 21세기 첫해부터 한반도 남쪽
대학가에 왜 새삼 '체 게바라' 열풍인가. 지난 군사정권시절, 반 독재 투쟁이 한창이던 70년대와 80년
대에 대학가를 중심으로 진보적인 젊은이들 사이에 거세게 불었던 '체' 에 대한 추모 바람이 보수보
다는 진보세력, 가진 자 보다는 못 가진 자들의 지지로 집권한 '국민의 정부'시대에 왜 다시 불고 있
는지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빈부격차 심화 속 '체 게바라' 열풍
우리는 '체 게바라 평전'이 추적한 그의 일대기를 통해 혁명의 시대나 이념의 시대가 아님에도 그런
시대의 '게릴라 영웅'에게 큰 매력을 느끼는 이유를 가늠할 수 있다. 게바라는 1928년 아르헨티나 상
류층에서 태어나 의사의 길을 걷다가 혁명가로 변신, 쿠바혁명을 진두 지휘해 성공하자 다시 남미 혁
명운동에 가담했다가 1967년 볼리비아 정부군에 검거돼 처형된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인술
을 펴겠다는 꿈에 부풀었던 새내기 의사의 가슴에 '혁명의 불꽃'을 지핀 불씨는 칠레의 추키카마타
구리광산 광부들의 참담한 생활상이었다고 한다. 미국인 소장이 하루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거둬가
던 이 구리광산에서 사고로 숨진 1만여 광부가 묻힌 거대한 공동묘지를 보면서 그는 혁명가로 변신했
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나라 형편은 어떤가. 새해 벽두부터 여야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위해 '진흙탕 개 싸움판' 을
벌이며 민생의 고달픔을 외면하고 있다. 느닷없이 민주당이 '의원 임대'로 싸움판의 불씨를 지피더
니 '안기부 자금 총선 지원' 공방으로 사생결단의 전면전에 빠져 있다.
특히 김영삼 정권 때 안기부 수뇌부가 15대 총선 여당후보들에게 1000억 원에 이르는 국고를 선거자금
으로 지원한 사건은 검찰이 적법한 수사절차에 따라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 피의자를 사법처리 하는
것이 온당한 수순이라고 본다. 그런데 왜 집권여당의 당대표와 대변인까지 나서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성명전을 벌이며 싸움을 부추기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 같은 정치싸움판의 후유증으로 민생은 멍들고 있다. 세간에서는 지금 이 나라가 체 게바라가 변혁
을 노렸던 남미, 그 중에서도 아르헨티나를 닮아가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들리고 있다. 반복되는
외환위기와 불황에 쏟아지는 실업자, 극심한 빈부격차와 계층간의 갈등이 예사롭지 않은 것 같다. 특
히 새해 들어 더욱 거세진 칼바람 실업한파로 한창 일 할 30대 .40대마져 직장에서 밀려나 사회기반
인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게다가 몰락한 중산층이 도시빈민으로 전락해 달동네와 쪽방으로 흘러
들어 20대 80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서글프고 기막힌 일이다.
소외계층 위해 사회안전망 강화해야
이처럼 사회의 완충 역할을 하는 중산층 보다 도시빈민이 늘어나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1평 남짓
한 쪽방에서 구차한 삶을 이어가는 영세민들에게는 희망은 없고 절망과 좌절만 있기 때문이다. 전국
적으로 2만 명을 웃도는 쪽방 동네 사람들의 일상은 비참하다. 이제 정치권은 싸움판을 걷고 민생을
돌보아야 한다. 아무런 대책 없이 쏟아지는 1백만 명의 실업자를 정부당국이 돌보지 않으면 이들 중
상당수가 달동네나 쪽방에 밑바닥 인생을 맡길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실직한 중산층이 도시빈민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최저생계
비를 폭넓게 지원하고 재취업할 기회를 더 많이 늘리는 등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부실 기
업을 살리기 위해 100조가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사회적 약자인 영세민과 소외계층을 돌보는
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 특히 김대중 정권이 햇볕정책으로 굶어 죽어 가는 북쪽 동포를 조건 없이 지
원하듯 칼바람에 떠는 쪽방에도 '햇볕' 을 쪼여야 한다.
이제 국가가 가난을 구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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