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올 해의 결어 - ‘반동의 실패’(유승삼 2004.12.20)

지역내일 2004-12-19 (수정 2004-12-20 오후 12:38:16)
올 해의 결어 - ‘반동의 실패’
유 승 삼 언론인

언론이 한 해를 결산하면서 거의 빼 놓지 않고 쓰는 수식어가 ‘격동’과 ‘다사다난’이다. 너무 보고 들어서 신물이 절로 나긴 한다. 그러나 그건 언론의 무능이나 타성 때문은 아니다. 해방이후 어느 한 해 ‘격동’과 ‘다사다난’에서 예외인 해가 있었던가.
한 해 한 해가 격동과 다사다난의 시간이었다는 것은 그 만큼 우리들이 고통과 슬픔의 세월을 살아왔다는 것을 웅변하는 것이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 보면 그것은 불만족스런 현실을 극복하려는 우리의 강렬한 의지와 희망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의 격동과 다사다난이 때로 외국인의 부러움을 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올해도 예외없이 ‘격동’과 ‘다사다난’의 한 해였다. 올 한 해의 변화를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까. 한 마디로 ‘반동의 실패’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와 사회변화에 둔감한 야당
연초의 탄핵정국과 연말의 이철우 의원 파동이 그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야당은 대통령의 탄핵을 결의하면서 그것이 총선 패배로 이어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 만큼 그들의 의식은 낡았고 시대와 사회 변화에 둔감했다. 영남의 지역감정만 아니었더라면 그들은 거점조차 확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반동의 명백한 실패였다.
국민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다기보다 ‘변화’와 ‘새로움’을 지지했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이고 반사이익을 본 여권조차도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이것이 야당이 총선에서 패배한 근본 원인이고 총선에 승리하고도 여권의 인기가 바닥인 원인이다.
이철우 의원 파동은 야당이 아직도 낡은 의식에 사로잡혀 시대의 요구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야당은 ‘색깔론’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했다. 그러나 결과는 또 한번 참담한 좌절이었다.
지난 13일 조선일보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나라당의 문제제기에 대해 한나라당의 지지 기반인 50대 이상 연령층에서조차 ‘적절하지 못했다’는 여론이 57.7%로 ‘적절했다’는 의견 (28.8%)의 두 배였다. 텃밭이라는 영남에서도 ‘적절하지 못했다’는 견해가 그 반대 의견보다도 거의 두 배나 많았다. 이철우 의원의 ‘노동당 가입’ 주장을 ‘고문 조작’이라고 보는 견해도 ‘가입’했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의 두 배였다. 그들의 정신적 교과서인 조선일보의 조사여서 야당은 지난날처럼 ‘조사가 조작되었다’는 주장도 할 수 없었다. 또 한번 ‘반동의 실패’임이 분명해진 것이다.
이 안간힘을 다한 두 번의 반동은 꼭 소련의 고르바초프 집권 말기에, 개방과 개혁의 흐름에 위기감을 느낀 소련 군부와 KGB가 일으켰던 실패한 쿠데타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문제는 야당은 물론 대통령과 여당도 국민의 바램과 시대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당은 ‘색깔론’이 여전히 먹힐 줄 아는 낡은 의식의 한나라당에게조차 인기가 뒤지고 있는 상태이고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도 30% 이하의 바닥 수준이다.
따라서 새 해의 과제는 당연히 우리 정치가 이 국민의 바램과 시대의 요구를 어떻게 충족해 줄 것이냐 하는 것이다. 현실에 대한 불만족이 새로운 현실에 대한 갈망을 낳고, 그 갈망의 실현 수단으로 새로운 정치적, 경제적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여론조사 때마다 대통령과 여당의 인기는 낮지만 개혁에 대한 지지도는 여전히 높은 것이 그것을 말해 준다.
17일 국회에서 특강을 한 남덕우씨와 변형윤씨가 국민의 바람을 한 쪽 씩 대변해주었다. 성장론자와 분배론자가 나란히 국회에서 자기주장을 펴는 광경 자체도 의미 있고 상징적인 것이었다.

새로운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느린 속도지만 시대는 조금씩 조금 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일부 사람에게는 이것이 우리 사회가 좌경화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실은 중도 우와 중도 좌가 중심이 되는 정상 사회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극단적으로 우편향되어 있었기에 정상화가 좌경화로 인식될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5일 프랑스 동포 간담회에서 “한국 경제가 너무 미국식 이론에 강한 영향을 받는데 대해 약간 걱정하는 쪽”이라며 “유럽의 좋은 제도나 사고도 좀 많이 받아 들여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결국 모든 것은 새로운 변화가 물질적 풍요를 포함한 삶의 풍요를 가져다주느냐 마느냐에 의해 판가름 날 것이다. 개혁 세력은 느슨해진 개혁 의지를 새롭게 가다듬어야 한다. 우선 미래의 풍요에 대한 확실한 비전만이라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아니면 비록 일시적일지라도 ‘반동의 실패’가 ‘반동의 성공’으로 반전될 수도 있음을 역사는 일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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