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미나리 재배가 실패하자 주민들 사이에서 ‘하지 말자’는 의견이 분분했다. 공무원들은 ‘할 수 있다’며 격려했다. 주민들이 결정할 때까지 기다렸다.”(영천시 화북면 정각리 별빛마을 양세건 추진위원장)
“예전과 같이 행정기관이 성과에 급급해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면 아마 작은 성과도 내지 못하고 예산만 낭비했을 것이다. 행자부부터 일선 시군까지 주민이 사업의 주체가 되도록 철저히 지원에 머물렀다.”(제천시 건축과 오선탁 계장)
행정자치부의 ‘아름마을가꾸기’ 사업이 작지만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이유로 주민과 공무원들은 ‘주민과 행정의 결합력’을 꼽았다. 행자부와 지자체는 그동안 정부의 농촌개발 사업에서 나타난 문제점이던 행정기관의 일방적인 추진을 지양했다. 주민들도 ‘자금지원’보다 자립기반 구축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들과 주민들은 “농촌살리기는 농업문제 해결로 귀착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농어촌사업에 좋은 선례”라며 ‘아름마을가꾸기’ 사업이 내년부터 중단되는 것을 아쉬워 했다.
◆주민-행정 결합력이 관건 = 떡마을로 유명한 강원도 양양군 서면 송천리 ‘소래마을’에 정부와 지자체는 총사업비 15억6200만원을 2001년부터 지원했다. 주민들은 떡빚는 집·마을회관 건립 등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했다. 시골에 큰 자금이 투입되자 주도권 쟁탈전이 벌어진 것.
일부 주민들은 담당 공무원에게 환심을 사려고도 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은 ‘주민단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어느 한쪽 편에 서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자 주민들은 탁은기씨를 추진위원장으로 새로 뽑았다. 탁씨는 사리사욕을 버리고 마을 발전을 위해 일을 했다. 기름값, 식사대 등 활동비를 청구하지 않았다. 모든 사업추진 내역을 공개했다. 이로써 주민들은 추진위원회를 신뢰했고 단합을 이뤄냈다.
문종태 양양군청 지역개발계장은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찾아왔지만 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하도록 조언하며 기다렸다”며 “단합이 이뤄지자 떡빗는 집 준공식도 주민들이 다 했다. 군청에서는 스피커만 빌려줬을 뿐이다”고 말했다.
경북 영천시 화북면 정각리 ‘별빛마을’의 미나리 재배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2002년 처음 시작한 미나리 재배가 태풍에 의해 실패하자 주민들은 낙담했다. 담당 공무원과 양세건 추진위원장은 주민들에게 ‘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이러한 노력은 양덕술(60)씨의 결단을 이끌어 냈고, 다음해 미나리 재배와 판매는 성공했다. 주민들은 미나리 재배에 이의를 달지 않게 됐다.
이 과정에서 담당공무원은 거의 매일 동네를 찾아와 주민들과 어울리며 의견을 들었다.
영천시청 도시주택과 김송학씨는 “주민들이 처음에는 경계하는 게 느껴졌다. 이틀에 한번 꼴로 마을을 찾아와 편하게 술한잔 기울이며 주민들을 도와주려 애썼다. 시간이 흐르자 주민들이 나를 동네 주민으로 받아줬다”고 말했다.
특히 담당 공무원들은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2년간 자리를 옮기지 않아 사업추진 내용부터 주민과 인간적 신뢰가 쌓였다. 이는 주민-행정의 결합력을 높인 이유로 꼽힌다.
‘학연마을’ 김동춘(48) 이장은 “시골에 묻혀 사는 농사꾼들이 무엇을 알겠느냐. 공무원들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원해준 덕분에 우리가 이만큼 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선 시설투자 중심 추진 = 이러한 노력과 성과에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공무원과 주민들의 판단이다.
우선 적정한 생산계획과 다양한 판매망 확보가 과제이다. 이와함께 홍보의 다각화도 매우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다.
아직은 생산 규모가 적은 탓에 판로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모든 지자체들이 특산품 생산에 나서고 있어 경쟁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소래마을’에서 생산하는 전통떡은 보존기한이 짧아 판매망과 배달방법이 고민이다. 떡 소비량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신속한 배달방법은 매우 중요하다.
부녀회장 김금자(61)씨는 “떡 맛을 유지하려면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소비자가 받아야 한다. 그러나 방법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별빛마을’의 미나리 판매는 지금까지 관광객을 대상으로 소매로 이뤄졌다. 하지만 올해만 10가구가 미나리 재배에 들어가 생산량의 적정규모와 가격문제도 주민들이 해결해야 한다.
특히 일부 마을에서는 여전히 시설중심 투자가 이뤄지고 있었다.
영남사림학파의 거두 김종직 후손들이 모여 사는 경북 고령군 쌍림면 합가1리 ‘개실마을’은 19억7300만원이 투자됐다. 대부분 노인정 신축, 상하수도 및 마을내 포장, 오수처리장, 흙담보수 등에 사용됐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작년 11~12월 전국 농민 8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49.6%가 “5년 전보다 농촌생활 수준이 못하다”고 응답했다.
또 66.5%는 “5년 뒤 농촌 생활 수준이 현재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 다수 농민들이 농촌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년 전보다 생활 수준이 좋아졌다”는 응답은 18.1%, “5년 뒤 생활 수준이 현재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9.4%에 그쳤다.
/영천·제천·양양·고령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예전과 같이 행정기관이 성과에 급급해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면 아마 작은 성과도 내지 못하고 예산만 낭비했을 것이다. 행자부부터 일선 시군까지 주민이 사업의 주체가 되도록 철저히 지원에 머물렀다.”(제천시 건축과 오선탁 계장)
행정자치부의 ‘아름마을가꾸기’ 사업이 작지만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이유로 주민과 공무원들은 ‘주민과 행정의 결합력’을 꼽았다. 행자부와 지자체는 그동안 정부의 농촌개발 사업에서 나타난 문제점이던 행정기관의 일방적인 추진을 지양했다. 주민들도 ‘자금지원’보다 자립기반 구축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들과 주민들은 “농촌살리기는 농업문제 해결로 귀착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농어촌사업에 좋은 선례”라며 ‘아름마을가꾸기’ 사업이 내년부터 중단되는 것을 아쉬워 했다.
◆주민-행정 결합력이 관건 = 떡마을로 유명한 강원도 양양군 서면 송천리 ‘소래마을’에 정부와 지자체는 총사업비 15억6200만원을 2001년부터 지원했다. 주민들은 떡빚는 집·마을회관 건립 등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했다. 시골에 큰 자금이 투입되자 주도권 쟁탈전이 벌어진 것.
일부 주민들은 담당 공무원에게 환심을 사려고도 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은 ‘주민단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어느 한쪽 편에 서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자 주민들은 탁은기씨를 추진위원장으로 새로 뽑았다. 탁씨는 사리사욕을 버리고 마을 발전을 위해 일을 했다. 기름값, 식사대 등 활동비를 청구하지 않았다. 모든 사업추진 내역을 공개했다. 이로써 주민들은 추진위원회를 신뢰했고 단합을 이뤄냈다.
문종태 양양군청 지역개발계장은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찾아왔지만 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하도록 조언하며 기다렸다”며 “단합이 이뤄지자 떡빗는 집 준공식도 주민들이 다 했다. 군청에서는 스피커만 빌려줬을 뿐이다”고 말했다.
경북 영천시 화북면 정각리 ‘별빛마을’의 미나리 재배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2002년 처음 시작한 미나리 재배가 태풍에 의해 실패하자 주민들은 낙담했다. 담당 공무원과 양세건 추진위원장은 주민들에게 ‘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이러한 노력은 양덕술(60)씨의 결단을 이끌어 냈고, 다음해 미나리 재배와 판매는 성공했다. 주민들은 미나리 재배에 이의를 달지 않게 됐다.
이 과정에서 담당공무원은 거의 매일 동네를 찾아와 주민들과 어울리며 의견을 들었다.
영천시청 도시주택과 김송학씨는 “주민들이 처음에는 경계하는 게 느껴졌다. 이틀에 한번 꼴로 마을을 찾아와 편하게 술한잔 기울이며 주민들을 도와주려 애썼다. 시간이 흐르자 주민들이 나를 동네 주민으로 받아줬다”고 말했다.
특히 담당 공무원들은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2년간 자리를 옮기지 않아 사업추진 내용부터 주민과 인간적 신뢰가 쌓였다. 이는 주민-행정의 결합력을 높인 이유로 꼽힌다.
‘학연마을’ 김동춘(48) 이장은 “시골에 묻혀 사는 농사꾼들이 무엇을 알겠느냐. 공무원들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원해준 덕분에 우리가 이만큼 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선 시설투자 중심 추진 = 이러한 노력과 성과에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공무원과 주민들의 판단이다.
우선 적정한 생산계획과 다양한 판매망 확보가 과제이다. 이와함께 홍보의 다각화도 매우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다.
아직은 생산 규모가 적은 탓에 판로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모든 지자체들이 특산품 생산에 나서고 있어 경쟁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소래마을’에서 생산하는 전통떡은 보존기한이 짧아 판매망과 배달방법이 고민이다. 떡 소비량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신속한 배달방법은 매우 중요하다.
부녀회장 김금자(61)씨는 “떡 맛을 유지하려면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소비자가 받아야 한다. 그러나 방법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별빛마을’의 미나리 판매는 지금까지 관광객을 대상으로 소매로 이뤄졌다. 하지만 올해만 10가구가 미나리 재배에 들어가 생산량의 적정규모와 가격문제도 주민들이 해결해야 한다.
특히 일부 마을에서는 여전히 시설중심 투자가 이뤄지고 있었다.
영남사림학파의 거두 김종직 후손들이 모여 사는 경북 고령군 쌍림면 합가1리 ‘개실마을’은 19억7300만원이 투자됐다. 대부분 노인정 신축, 상하수도 및 마을내 포장, 오수처리장, 흙담보수 등에 사용됐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작년 11~12월 전국 농민 8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49.6%가 “5년 전보다 농촌생활 수준이 못하다”고 응답했다.
또 66.5%는 “5년 뒤 농촌 생활 수준이 현재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 다수 농민들이 농촌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년 전보다 생활 수준이 좋아졌다”는 응답은 18.1%, “5년 뒤 생활 수준이 현재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9.4%에 그쳤다.
/영천·제천·양양·고령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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