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치가 실시된 지 13년이 지났다. 지역사회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교육위원회가 구성되고 학교운영위원회가 활성화되면서 일선 교육현장에 적지 않은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아직도 교육을 이유로 이민을 떠나고 사교육 시장은 커져만 가고 있다.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교육자치제도 개선 노력이 진행됐으나 아직도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연초부터 학교 배정을 둘러싸고 교육현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안양 충훈고 사태는 교육계의 현 주소와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보였다.
충훈고 사태는 동시에 신설 예정이었던 안흥고가 토지 소유주들의 토지 수용 거부로 공사가 진행되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실제 안흥고에 배정되어야 할 동안구 학생 290여명이 만안구에 위치한 충훈고에 배정된 것이다.
안양시는 도교육청의 요청에 따라 인덕원 개발제한구역에 안흥고 부지를 선정, 건교부로
부터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변경안을 승인 받아 보상절차를 진행했으나 토지소유주의 반발에 부딪치면서 도교육청의 공사는 1년 넘게 지체됐다.
학생수용계획 수립과 학교시설공사는 교육청에서, 학교부지 확보는 해당 시·군에서 추진
하고 있는 것이 현 지방교육차지의 모습이다. 해당 시·군과 교육청의 관계에 따라 학교 설립이 순탄하게 진행되기고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하다.
또 최근 서울시와 부산시가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현행 교육자치제도가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정부는 광역자치단체의 3년 시한 의무교육기관 교원봉급 지원 조항이 폐지되자 일반지방세 중 서울시와 부산시는 10%, 경기도와 광역시는 5%, 나머지 도는 3.6%를 교부금으로 지방교육청에 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를 비롯한 광역자치단체들은 단체장이 교육행정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는데도 국가가 부담해야 할 의무교육기관인 중학교 교원의 급여 전액을 자치단체가 부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재정의 상당 부분을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있는 만큼 그에 상응한 교육에 관한 권한을 달라는 것이다.
실제 광역자치단체를 비롯 기초자치단체들까지 교육청과의 협력이나 교육지원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교육지원계를 신설, 지원하고 있지만 교육 관련 권한은 전무한 실정이다..
◆정부, 2006년 새 교육자치제도 시행 계획
정부도 지방행정과 교육행정의 분리로 인한 지역교육역량의 분산과 주민참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분권 5개년 종합실행계획을 수립, 교육자치제도를 개선을 꾀하고 있다.
모든 지방행정에 교육적 관점을 반영하고 기초자치단체까지 교육자치를 실시하며 단위학교 자치를 강화하는 것을 방향으로 설정,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2006년 상반기까지 관계 법령 정비를 거쳐 하반기부터 지방의회에 교육위원회 통합, 시·도 교육감 주민직선 선출, 시장·군수에게 교육 관련 권한 부여 등을 시행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교육자치제도 이해당사자들의 첨예한 대립으로 정부의 뜻대로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당장 교육자치제도 개선을 주도하고 있는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는 국가공무원인 교원 신분을 지방직 공원으로의 전환 검토 의사를 밝혔다가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거센 항의를 받았다.
더욱이 교육자치제도 개선을 어렵게 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와 교육단체와의 불신과 영역 싸움이다. 지난 22일 전국시도지사협의회와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는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의 통합과 교육위원회를 지방의회로 일원화할 것을 촉구하는 ‘지방교육자치제도 개선’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일반행정과 교육행정 통합 이견·대립
양 협의회는 “지난 91년부터 교육자치가 실시되었지만 교육환경은 나아진 것 없이 국민들의 교육불신은 팽배해지고 사교육비 부담에 의한 고통만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이 분리된 현행 교육자치제도에 근본 원인이 있다면서 교육행정기관장을 부단체장으로 임명, 지역교육 역량을 결집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교육행정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 나머지 오히려 지방교육의 정치적 무책임성이 조장되고 있다며 교육문제가 지방정치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교육위원회를 지방의회로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교육감들과 단체들은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의 통합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정부와 자치단체의 개선안에 반발하고 있다.
28일 16개 시·도 교육감들과 교육위원회 의장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교육 전문성을 무시한 채 효율성 차원에서 교육자치와 일반자치를 통합하려는 것은 교육현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처사”라며 “교육의 자주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헌법 31조의 정신이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감과 교육위 의장들은 또 자치단체간 재정능력 격차가 심한 상황에서 교육자치와 일반자치를 통합하면 지역간 교육투자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특히 지난 13년 동안 보완을 거쳐 본 궤도에 오른 교육자치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위원회를 독립형 의결기구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교육행정기관장을 부단체장으로 하게 되면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의 연계가 강화될 것처럼 주장하지만 실제 연계 방안은 교육의 안정성과 중립성을 최대한 보호하는 방향으로 모색돼야 한다”며 “더욱이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현실에서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이 무리하게 통합되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 문제에서 볼 수 있듯이 중앙정부가 교육투자 책임을 회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이견에서 보듯이 2006년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내년 한 해는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의 연계 및 지역주민들의 교육자치 참여 방안 등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주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 지방교육자치 제도가 주민에 가까운 교육행정으로 거듭나는 2005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연초부터 학교 배정을 둘러싸고 교육현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안양 충훈고 사태는 교육계의 현 주소와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보였다.
충훈고 사태는 동시에 신설 예정이었던 안흥고가 토지 소유주들의 토지 수용 거부로 공사가 진행되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실제 안흥고에 배정되어야 할 동안구 학생 290여명이 만안구에 위치한 충훈고에 배정된 것이다.
안양시는 도교육청의 요청에 따라 인덕원 개발제한구역에 안흥고 부지를 선정, 건교부로
부터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변경안을 승인 받아 보상절차를 진행했으나 토지소유주의 반발에 부딪치면서 도교육청의 공사는 1년 넘게 지체됐다.
학생수용계획 수립과 학교시설공사는 교육청에서, 학교부지 확보는 해당 시·군에서 추진
하고 있는 것이 현 지방교육차지의 모습이다. 해당 시·군과 교육청의 관계에 따라 학교 설립이 순탄하게 진행되기고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하다.
또 최근 서울시와 부산시가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현행 교육자치제도가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정부는 광역자치단체의 3년 시한 의무교육기관 교원봉급 지원 조항이 폐지되자 일반지방세 중 서울시와 부산시는 10%, 경기도와 광역시는 5%, 나머지 도는 3.6%를 교부금으로 지방교육청에 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를 비롯한 광역자치단체들은 단체장이 교육행정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는데도 국가가 부담해야 할 의무교육기관인 중학교 교원의 급여 전액을 자치단체가 부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재정의 상당 부분을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있는 만큼 그에 상응한 교육에 관한 권한을 달라는 것이다.
실제 광역자치단체를 비롯 기초자치단체들까지 교육청과의 협력이나 교육지원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교육지원계를 신설, 지원하고 있지만 교육 관련 권한은 전무한 실정이다..
◆정부, 2006년 새 교육자치제도 시행 계획
정부도 지방행정과 교육행정의 분리로 인한 지역교육역량의 분산과 주민참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분권 5개년 종합실행계획을 수립, 교육자치제도를 개선을 꾀하고 있다.
모든 지방행정에 교육적 관점을 반영하고 기초자치단체까지 교육자치를 실시하며 단위학교 자치를 강화하는 것을 방향으로 설정,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2006년 상반기까지 관계 법령 정비를 거쳐 하반기부터 지방의회에 교육위원회 통합, 시·도 교육감 주민직선 선출, 시장·군수에게 교육 관련 권한 부여 등을 시행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교육자치제도 이해당사자들의 첨예한 대립으로 정부의 뜻대로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당장 교육자치제도 개선을 주도하고 있는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는 국가공무원인 교원 신분을 지방직 공원으로의 전환 검토 의사를 밝혔다가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거센 항의를 받았다.
더욱이 교육자치제도 개선을 어렵게 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와 교육단체와의 불신과 영역 싸움이다. 지난 22일 전국시도지사협의회와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는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의 통합과 교육위원회를 지방의회로 일원화할 것을 촉구하는 ‘지방교육자치제도 개선’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일반행정과 교육행정 통합 이견·대립
양 협의회는 “지난 91년부터 교육자치가 실시되었지만 교육환경은 나아진 것 없이 국민들의 교육불신은 팽배해지고 사교육비 부담에 의한 고통만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이 분리된 현행 교육자치제도에 근본 원인이 있다면서 교육행정기관장을 부단체장으로 임명, 지역교육 역량을 결집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교육행정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 나머지 오히려 지방교육의 정치적 무책임성이 조장되고 있다며 교육문제가 지방정치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교육위원회를 지방의회로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교육감들과 단체들은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의 통합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정부와 자치단체의 개선안에 반발하고 있다.
28일 16개 시·도 교육감들과 교육위원회 의장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교육 전문성을 무시한 채 효율성 차원에서 교육자치와 일반자치를 통합하려는 것은 교육현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처사”라며 “교육의 자주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헌법 31조의 정신이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감과 교육위 의장들은 또 자치단체간 재정능력 격차가 심한 상황에서 교육자치와 일반자치를 통합하면 지역간 교육투자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특히 지난 13년 동안 보완을 거쳐 본 궤도에 오른 교육자치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위원회를 독립형 의결기구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교육행정기관장을 부단체장으로 하게 되면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의 연계가 강화될 것처럼 주장하지만 실제 연계 방안은 교육의 안정성과 중립성을 최대한 보호하는 방향으로 모색돼야 한다”며 “더욱이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현실에서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이 무리하게 통합되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 문제에서 볼 수 있듯이 중앙정부가 교육투자 책임을 회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이견에서 보듯이 2006년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내년 한 해는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의 연계 및 지역주민들의 교육자치 참여 방안 등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주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 지방교육자치 제도가 주민에 가까운 교육행정으로 거듭나는 2005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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