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피해 사건 1/4은 또래가 가해자
밀양, 부산 초등생 사건은 빙산의 일각
성교육 강화· ‘부모 공동책임’ 제기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가 성폭력 가해자로 전락하고 있다.
밀양 청소년 집단성폭력 사건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부산에서 9~10세의 초등학교 3~4학년 3명이 같은 학교 여학생(12)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 터져 충격을 준 바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 도봉구 한 초등학교 5~6학년 남학생이 수차례에 걸쳐 같은 반 여학생을 추행 강간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아동전문가들은 십대 초반의 어린이가 또래를 상대로 한 성폭력은 사건화되지 않았을 뿐,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사회와 부모의 경각심을 촉구했다.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회장 최영희) 부설 내일청소년상담소 이재은 상담부장은 “초등학생은 물론 심지어 취학 전 어린이가 유아를 대상으로 추행을 저지르는 일까지 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성폭력위기센터 김현정 소장은 “(어린이 성폭력 가해자가) 해마다 조금씩 증가하고 있고 미성년자가 피해자인 사건 중 가해자가 10대인 경우는 매년 20~25%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13세 미만 어린이가 가해자다”고 말했다.
아동 전문가들에 따르면 초등학교 4∼5학년 여학생들이 초경을 시작하고 가슴이 발달하는 것처럼 남학생들 역시 12∼13세면 몽정이 가능하고 성기삽입도 가능하다고 한다.
성폭력위기센터 김현정 소장은 “성에 노출될 기회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 (성폭력은) 충분히 학습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한국통신문화재단 조사에서도 초등학생 14.4%가 인터넷을 통해 음란물을 접촉한 경험이 있고 이중 절반 이상(50.5%)이 ‘직접 해보고 싶은 호기심·충동을 느꼈다’고 답했다.
김 소장은 “대부분 가해 아동들이 학교에도 적응을 잘 하는 등 무난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유독 성에 대한 가치관과 의식만은 왜곡돼있다”며 “남자 아이의 성적행동에 허용적인 사회 분위기도 폭력적 공격적인 성행동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6세 여아의 생식기에 연필과 지우개를 끼워 넣은 7세 가해자도 그렇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만큼 아동기부터 올바른 성적 가치관을 심어주는 성교육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내일청소년상담소 이재은 부장은 “유치원 시기를 지나면서부터는 ‘성적 장난’을 경험하는데 가정과 학교 어느 곳에서도 성폭력의 개념을 제대로 심어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여성위원회가 최근 부산 지역 4개 중학교 학생 2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성교육이 형식적이다’라고 답했다. 조사를 담당한 안락중학교 홍영희 교사는 “한두시간의 강의로는 성폭력 예방교육까지 접근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성폭력특별법〉 안에 가해자에 대한 교정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해 아동 역시 왜곡된 성의식의 피해자이기에 선도·교육을 통해 정상적인 성의식을 가진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청소년 가해자에 대한 치료프로그램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자를 그만큼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청소년 성폭력 가해자의 재범률은 36%에 달한다.
부모의 공동책임도 언급되고 있다. 가해자의 부모가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소홀히 한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실제 왕따 등 학교에서 발생한 청소년 폭력피해의 경우, 가해 학생들의 부모에 대한 구상권 청구가 인정되고 있다.
내일청소년상담소 이재은 부장은 “가해자 부모도 무조건적으로 자녀의 행위를 감싸기만 할 것이 아니라 성폭력 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각 상담기관 통계에서 본 어린이 가해자 증가 추세
성폭력 가해어린이가 느는 추세는 각 상담기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한해동안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2839건 가운데 가해자가 19세 이하인 경우는 모두 391건. 전체의 13.7%에 달한다. 13세 이하 가해자가 74건(2.6%), 심지어 8살이 가해자도 43건(1.5%)이나 된다.
지난 2002년 내일청소년상담소가 최근 5년간 접수된 아동성폭력피해사례 344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19세 이하 가해자가 4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만 13세 이하 어린이가 또래나 자기보다 나이 어린 아동을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한 경우가 전체의 26.7%(92건)에 달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밀양, 부산 초등생 사건은 빙산의 일각
성교육 강화· ‘부모 공동책임’ 제기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가 성폭력 가해자로 전락하고 있다.
밀양 청소년 집단성폭력 사건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부산에서 9~10세의 초등학교 3~4학년 3명이 같은 학교 여학생(12)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 터져 충격을 준 바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 도봉구 한 초등학교 5~6학년 남학생이 수차례에 걸쳐 같은 반 여학생을 추행 강간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아동전문가들은 십대 초반의 어린이가 또래를 상대로 한 성폭력은 사건화되지 않았을 뿐,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사회와 부모의 경각심을 촉구했다.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회장 최영희) 부설 내일청소년상담소 이재은 상담부장은 “초등학생은 물론 심지어 취학 전 어린이가 유아를 대상으로 추행을 저지르는 일까지 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성폭력위기센터 김현정 소장은 “(어린이 성폭력 가해자가) 해마다 조금씩 증가하고 있고 미성년자가 피해자인 사건 중 가해자가 10대인 경우는 매년 20~25%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13세 미만 어린이가 가해자다”고 말했다.
아동 전문가들에 따르면 초등학교 4∼5학년 여학생들이 초경을 시작하고 가슴이 발달하는 것처럼 남학생들 역시 12∼13세면 몽정이 가능하고 성기삽입도 가능하다고 한다.
성폭력위기센터 김현정 소장은 “성에 노출될 기회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 (성폭력은) 충분히 학습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한국통신문화재단 조사에서도 초등학생 14.4%가 인터넷을 통해 음란물을 접촉한 경험이 있고 이중 절반 이상(50.5%)이 ‘직접 해보고 싶은 호기심·충동을 느꼈다’고 답했다.
김 소장은 “대부분 가해 아동들이 학교에도 적응을 잘 하는 등 무난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유독 성에 대한 가치관과 의식만은 왜곡돼있다”며 “남자 아이의 성적행동에 허용적인 사회 분위기도 폭력적 공격적인 성행동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6세 여아의 생식기에 연필과 지우개를 끼워 넣은 7세 가해자도 그렇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만큼 아동기부터 올바른 성적 가치관을 심어주는 성교육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내일청소년상담소 이재은 부장은 “유치원 시기를 지나면서부터는 ‘성적 장난’을 경험하는데 가정과 학교 어느 곳에서도 성폭력의 개념을 제대로 심어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여성위원회가 최근 부산 지역 4개 중학교 학생 2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성교육이 형식적이다’라고 답했다. 조사를 담당한 안락중학교 홍영희 교사는 “한두시간의 강의로는 성폭력 예방교육까지 접근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성폭력특별법〉 안에 가해자에 대한 교정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해 아동 역시 왜곡된 성의식의 피해자이기에 선도·교육을 통해 정상적인 성의식을 가진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청소년 가해자에 대한 치료프로그램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자를 그만큼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청소년 성폭력 가해자의 재범률은 36%에 달한다.
부모의 공동책임도 언급되고 있다. 가해자의 부모가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소홀히 한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실제 왕따 등 학교에서 발생한 청소년 폭력피해의 경우, 가해 학생들의 부모에 대한 구상권 청구가 인정되고 있다.
내일청소년상담소 이재은 부장은 “가해자 부모도 무조건적으로 자녀의 행위를 감싸기만 할 것이 아니라 성폭력 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각 상담기관 통계에서 본 어린이 가해자 증가 추세
성폭력 가해어린이가 느는 추세는 각 상담기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한해동안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2839건 가운데 가해자가 19세 이하인 경우는 모두 391건. 전체의 13.7%에 달한다. 13세 이하 가해자가 74건(2.6%), 심지어 8살이 가해자도 43건(1.5%)이나 된다.
지난 2002년 내일청소년상담소가 최근 5년간 접수된 아동성폭력피해사례 344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19세 이하 가해자가 4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만 13세 이하 어린이가 또래나 자기보다 나이 어린 아동을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한 경우가 전체의 26.7%(92건)에 달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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