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전반적 회복조짐”
KDI “경기동향 긍정적으로 선회”
삼성연 “소비회복에 상당시간 걸려”
LG연 “경기회복 지연 대비해야”
정부와 민간연구기관 사이 벌어진 경기에 대한 시각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을 필두로 정부 관료와 각 부처마다 연초부터 경기회복 기대감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는데 반해 민간연구기관들은 본격적인 경기회복시기를 연내보단 내년쯤으로 늦춰 잡으며 신중한 경기전망을 바꾸지 않고 있다.
◆경기회복 기대감에 불지피는 정부=이헌재 부총리는 지난 4일 경제장관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올들 어 국내경기가 전반적으로 회복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초 우려와는 달리 지난달에 이어 이달 들어서도 수출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데다 지난해 급락세를 보였던 환율도 올해 안정세가 예상된다며 경기회복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부총리는 특히 “각종 내수지표가 상당히 회복되는 조짐이며 특히 소비심리도 오래간만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좀더 관찰해야 하겠지만 전반적으로 경기가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지난 1일 이해찬 부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각료들이 앞다퉈 올 경기회복 기대감을 피력, 눈길을 끌었다.
이날 이희범 산업자원장관은 회의 안건에는 없는 즉석 보고를 통해 “지난달 수출이 22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해 18.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것은 상당한 증가 추세”라고 보고했다.
강동석 건설교통장관도 “지난해 10월부터 주거주택용 건설경기가 25-26% 늘었고 건설업계도 올들어 심리적인 호전 기미를 보이고 있다”면서 “특히 서울 재건축 아파트 중심으로 건축허가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6일 발표한 `월간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수출증가율, 기업과 소비자들의 경기 기대지수 등 올 1월의 경기관련 지표들이 대체로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KDI는 지난 1월 수출증가율이 18.7%로 작년 12월의 19.5%보다 하락했지만 감소폭이 크지 않았고 같은달 서비스업생산은 6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서 극심한 민간소비 부진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기업과 소비자의 경기기대지수도 지난해 12월보다 소폭 개선돼 경제주체들의 위축된 심리도 완화되고 있다고 KDI는 지적했다.
KDI는 이와 함께 주가가 견실한 모습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 4.06%로 전월보다 0.78%포인트 상승하는 등 장기금리가 급등한 것은 최근의 거시경제 상황이 앞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했다.
◆신중한 전망 유지하는 민간연구기관 =삼성경제연구소는 연초 소비회복세가 한파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정부안팎에서 불고 있는 올해안 경기 본격회복 기대감에 제동을 걸었다.
좀더 신중한 경기전망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어 6일 발표한 ‘2005년 1분기 소비자태도조사’보고서에서도 소비가 본격회복하기 위해선 상당기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1년 전과 비교한 현재의 소비지출 수준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인 현재소비지출지수가 올해 1분기 43.1로 전분기보다 1.2포인트 상승, 2분기 연속 상승세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소비지출지수가 기준치인 50을 넘으면 1년 전에 비해 현재 소비자들의 지출이 증가했음을 의미하고 50보다 낮으면 그 반대임을 나타낸다.
연구소는 또 소비의 선행지수인 미래소비지출지수가 올해 1분기 48.6으로 전분기보다 1.7포인트 상승하며 작년 2분기 이후 첫 상승세를 기록, 향후 소비부진이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소는 그러나 현재소비지출지수가 2003년 1분기 이후 9분기 연속 기준치를 밑돌았고 미래소비지출지수가 여전히 기준치 아래에 있어 본격적인 소비회복은 상당히 지연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재생활형편지수는 연평균 소득 5천000만원 초과 계층이 49.6으로 기준치에 근접했으나 1000만원 미만 계층은 29.4로 저조해 소득계층간 생활형편 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 조정이 언제 완료될지를 묻는 질문에는 32.3%가 2008년 이후라고 답변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2007년 27.1%, 내년 하반기 18.3%, 내년 상반기 10.0% 등 이었다.
올해 경제에 대한 전망은 조금 개선 19.7%, 비슷 29.3%, 크게 개선 0.6% 등으로 절반가량이 작년과 비슷할 것으로 보았고 경기침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경제심리 위축이 40.2%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정책혼선 25.1%, 부동산시장 침체 12.4%, 정부규제 7.2% 등을 꼽았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은 3%대가 39.7%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2% 미만 19.5%, 2%대 18.4%, 4%대 13.5%, 5%대 8.1% 등이었다.
앞서 LG경제연구원은 5일 `본격적인 경기회복 하반기에도 어렵다''는 보고서에서 최근 백화점 매출, 자동차 판매, 신용카드 사용액 등의 소비회복 조짐에 대해 경제 전체의 현상이라기보다 고소득층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산가격에 민감한 고소득층들이 주가와 금리상승, 부동산 반등조짐 등으로 소비심리가 풀려 자동차 등 고가 내구재를 신용카드로 사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내수경기의 바닥은 지나 소비감소세가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서는 풀이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실질구매력 개선의 한계 등 경제구조의 문제가 본격적인 소비회복을 제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회복에 결정적인 가계의 실질구매력은 임금상승률 둔화와 고용사정 악화로 올 상반기 3.1% 증가에 그치면서 작년 하반기 4.8%보다 오히려 증가세가 둔화되는 등 고소득층의 회복조짐이 당장 중산층 이하로 확산되기에는 신용불량자, 소득양극 화 등 걸림돌이 많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결국 소비회복의 온기가 중산층 이하 계층까지 전달되려면 실질구매력이 4.1%가량 증가하는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고서는 올해 중반께 경기저점은 통과하겠지만 전체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보다는 완만한 상승이나 거의 정체하는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했다.
올 1월 수출이 미 달러화 기준으로는 18.7% 늘었지만 정작 기업들의 수익성과 직결된 원화 기준으로는 4.1% 증가에 그쳤으며 원.달러 환율의 추가하락과 IT를 비롯한 세계경제의 하반기 둔화폭 확대 등 수출여건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소비는 2년여간의 마이너스 행진에서 벗어나더라도 회복정도는 미미해 올 하반기에도 수출 둔화폭을 다소 상회하는 수준에 그치면서 우리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게 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KDI “경기동향 긍정적으로 선회”
삼성연 “소비회복에 상당시간 걸려”
LG연 “경기회복 지연 대비해야”
정부와 민간연구기관 사이 벌어진 경기에 대한 시각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을 필두로 정부 관료와 각 부처마다 연초부터 경기회복 기대감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는데 반해 민간연구기관들은 본격적인 경기회복시기를 연내보단 내년쯤으로 늦춰 잡으며 신중한 경기전망을 바꾸지 않고 있다.
◆경기회복 기대감에 불지피는 정부=이헌재 부총리는 지난 4일 경제장관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올들 어 국내경기가 전반적으로 회복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초 우려와는 달리 지난달에 이어 이달 들어서도 수출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데다 지난해 급락세를 보였던 환율도 올해 안정세가 예상된다며 경기회복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부총리는 특히 “각종 내수지표가 상당히 회복되는 조짐이며 특히 소비심리도 오래간만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좀더 관찰해야 하겠지만 전반적으로 경기가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지난 1일 이해찬 부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각료들이 앞다퉈 올 경기회복 기대감을 피력, 눈길을 끌었다.
이날 이희범 산업자원장관은 회의 안건에는 없는 즉석 보고를 통해 “지난달 수출이 22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해 18.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것은 상당한 증가 추세”라고 보고했다.
강동석 건설교통장관도 “지난해 10월부터 주거주택용 건설경기가 25-26% 늘었고 건설업계도 올들어 심리적인 호전 기미를 보이고 있다”면서 “특히 서울 재건축 아파트 중심으로 건축허가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6일 발표한 `월간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수출증가율, 기업과 소비자들의 경기 기대지수 등 올 1월의 경기관련 지표들이 대체로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KDI는 지난 1월 수출증가율이 18.7%로 작년 12월의 19.5%보다 하락했지만 감소폭이 크지 않았고 같은달 서비스업생산은 6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서 극심한 민간소비 부진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기업과 소비자의 경기기대지수도 지난해 12월보다 소폭 개선돼 경제주체들의 위축된 심리도 완화되고 있다고 KDI는 지적했다.
KDI는 이와 함께 주가가 견실한 모습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 4.06%로 전월보다 0.78%포인트 상승하는 등 장기금리가 급등한 것은 최근의 거시경제 상황이 앞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했다.
◆신중한 전망 유지하는 민간연구기관 =삼성경제연구소는 연초 소비회복세가 한파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정부안팎에서 불고 있는 올해안 경기 본격회복 기대감에 제동을 걸었다.
좀더 신중한 경기전망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어 6일 발표한 ‘2005년 1분기 소비자태도조사’보고서에서도 소비가 본격회복하기 위해선 상당기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1년 전과 비교한 현재의 소비지출 수준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인 현재소비지출지수가 올해 1분기 43.1로 전분기보다 1.2포인트 상승, 2분기 연속 상승세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소비지출지수가 기준치인 50을 넘으면 1년 전에 비해 현재 소비자들의 지출이 증가했음을 의미하고 50보다 낮으면 그 반대임을 나타낸다.
연구소는 또 소비의 선행지수인 미래소비지출지수가 올해 1분기 48.6으로 전분기보다 1.7포인트 상승하며 작년 2분기 이후 첫 상승세를 기록, 향후 소비부진이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소는 그러나 현재소비지출지수가 2003년 1분기 이후 9분기 연속 기준치를 밑돌았고 미래소비지출지수가 여전히 기준치 아래에 있어 본격적인 소비회복은 상당히 지연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재생활형편지수는 연평균 소득 5천000만원 초과 계층이 49.6으로 기준치에 근접했으나 1000만원 미만 계층은 29.4로 저조해 소득계층간 생활형편 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 조정이 언제 완료될지를 묻는 질문에는 32.3%가 2008년 이후라고 답변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2007년 27.1%, 내년 하반기 18.3%, 내년 상반기 10.0% 등 이었다.
올해 경제에 대한 전망은 조금 개선 19.7%, 비슷 29.3%, 크게 개선 0.6% 등으로 절반가량이 작년과 비슷할 것으로 보았고 경기침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경제심리 위축이 40.2%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정책혼선 25.1%, 부동산시장 침체 12.4%, 정부규제 7.2% 등을 꼽았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은 3%대가 39.7%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2% 미만 19.5%, 2%대 18.4%, 4%대 13.5%, 5%대 8.1% 등이었다.
앞서 LG경제연구원은 5일 `본격적인 경기회복 하반기에도 어렵다''는 보고서에서 최근 백화점 매출, 자동차 판매, 신용카드 사용액 등의 소비회복 조짐에 대해 경제 전체의 현상이라기보다 고소득층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산가격에 민감한 고소득층들이 주가와 금리상승, 부동산 반등조짐 등으로 소비심리가 풀려 자동차 등 고가 내구재를 신용카드로 사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내수경기의 바닥은 지나 소비감소세가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서는 풀이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실질구매력 개선의 한계 등 경제구조의 문제가 본격적인 소비회복을 제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회복에 결정적인 가계의 실질구매력은 임금상승률 둔화와 고용사정 악화로 올 상반기 3.1% 증가에 그치면서 작년 하반기 4.8%보다 오히려 증가세가 둔화되는 등 고소득층의 회복조짐이 당장 중산층 이하로 확산되기에는 신용불량자, 소득양극 화 등 걸림돌이 많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결국 소비회복의 온기가 중산층 이하 계층까지 전달되려면 실질구매력이 4.1%가량 증가하는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고서는 올해 중반께 경기저점은 통과하겠지만 전체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보다는 완만한 상승이나 거의 정체하는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했다.
올 1월 수출이 미 달러화 기준으로는 18.7% 늘었지만 정작 기업들의 수익성과 직결된 원화 기준으로는 4.1% 증가에 그쳤으며 원.달러 환율의 추가하락과 IT를 비롯한 세계경제의 하반기 둔화폭 확대 등 수출여건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소비는 2년여간의 마이너스 행진에서 벗어나더라도 회복정도는 미미해 올 하반기에도 수출 둔화폭을 다소 상회하는 수준에 그치면서 우리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게 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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