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가 15일 "전일 진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의향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롯데가 평소 우호적 관계에 있는 아사히 맥주와 제휴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매출액 7347억원에 영업이익 2219억원을 기록했으며, 국내 소주시장의 55%를 점유하고 있는 진로 인수전에 총 14개 회사가 참여한 상태. 롯데의 고위 관계자는 이미 “현금 동원 능력, 롯데의 강력한 유통망 등을 볼때 진로는 도전해볼만한 사업”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롯데의 진로 인수 진의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1999년 아사히 맥주와 컨소시엄을 구성, 해태음료 인수를 성사시켰던 롯데는 지난해 해태음료 경영권이 아사히측으로 넘어가도록 방치한 바 있다. 롯데 그룹 스스로의 국적도 의아한 대목이 적지 않다. 국내 식음료시장 최강자인 롯데의 정체성에 대해 짚어 봤다. /편집자주
해태음료 일본 맥주사에 넘긴 후 또 일본계와 진로 인수 참여
지주사 지분 100% 일본 국적자 소유
신격호 회장, 주주명부에 重光武雄·신격호 2명으로 등재
국내 최대 소주회사인 알짜기업 ‘진로’ 인수전에 일본 자본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마감된 진로 인수희망자에 롯데는 롯데칠성음료를 중심으로 한 그룹 내 식품 자회사와 일본 아사히맥주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와 아사히 맥주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본 맥주시장 점유율 39.5%를 갖고 있는 아사히맥주는 지난 2000년 부도난 해태음료 인수 컨소시엄에 20% 지분으로 참여했다. 지난해 에는 일본 히카리 인쇄그룹의 지분(지분율 51%로 1대주주)을 21% 확보해 총 41%로 늘려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면서 경영권까지 챙겼다.
아사히 맥주가 진로 인수까지 성공할 경우 국내 주류·음료 업계의 최대 강자로 부상할 수 있다. 차(茶) 음료와 기능성 음료에 강점을 가진 아사히 맥주는 해태음료를 통해 자사 음료를 국내에 판다는 전략으로 국내 맥주사 인수에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
해태음료 인수 당시 롯데는 롯데호텔(컨소시엄 지분율 19%)을 비롯, 일본 히까리 인쇄그룹(51%), 아사히 맥주그룹(20%), 미쓰이상사와 덴츠(각 5%) 등 5개사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롯데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일본기업이었던 것.
인수 후 음료시장 독과점 논란이 일면서 롯데그룹은 지분 20% 이상 취득 제한을 당했고 결국 업계 3위 우량 음료사는 일본 맥주사 손으로 넘어갔다.
◆순환 출자 정점에 일본회사 =롯데는 우리나라 재벌의 고질병인 순환출자 문제를 변형된 형태로 갖고 있다. 신격호 회장이 대표이사회장을 맡고 있는 호텔롯데는 주요 롯데계열사의 지분을 골고루 갖고 있는 사실상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호텔롯데가 지분을 가진 계열사는 호남석유화학을 비롯 롯데상사, 롯데물산, 롯데건설, 롯데리아,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 거의 대부분 롯데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이 ‘호텔롯데’의 주주가 전원 일본 국적이어서 눈길을 끈다.
호텔롯데의 지분은 일본 롯데(19.2%), 일본 롯데물류(15.7%), 일본 롯데 데이터 센터(10.5%), 일본 국적 기타(54.6%)로 구성돼 100%를 이루고 있다. 롯데 그룹 순환 출자 정점에 일본회사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패스트푸드로 유명한 롯데리아나 롯데 알미늄도 일본 국적법인이 최대주주인 롯데 계열사다.
◆신격호 회장은 2명? = 지난해 3월 30일 공시된 롯데 알미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일본롯데상사(국적:일본)로 지분율 38.02%를 갖고 있으며 光潤社(국적:일본) 24.87% 등이 뒤를 잇고 있다.
개인으로는 신격호 회장이 9.81%를, 일본인 시게미스 다케오(重光武雄, 국적:일본)이 8.85%를 각각 갖고 있다. 重光武雄이란 신격호 회장의 일본 이름. 신격호라는 1명의 자연인이 2명의 주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공시 관련 법규는 타인 명의로 계좌를 갖고 있더라도 본인 소유의 주식이라면 연명으로 합산해 공시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신 회장은 거꾸로 자신을 2명의 주주인 양 행세한 셈이다.
금융감독원 공시감독국 관계자는 “신 회장이 重光武雄이 맞다면 자신의 지분을 취합해서 1명의 명의로 공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알미늄 관계자는 “비상장사여서 주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 신 회장과 重光武雄이 동일인인지 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의 말은 설득력이 없다. 롯데측이 공시한 자료에 ‘重光武雄은 신격호의 일본 이름임’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맥주사와 전략적 제휴 = 롯데칠성은 지난해 10월 일본 아사히 맥주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자회사인 수입주류 판매 법인 하이스타에 공동 증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각 기업 인수에서 시작된 파트너십이 업무제휴까지 나아가게 된 것이다. 음료에서 시작된 한일합작이 맥주를 거쳐 소주 시장으로까지 그 영향력을 뻗칠 지 국내 업계가 긴장된 눈길로 쳐다보고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대주주 지분 많고 기업공개 꺼려
롯데 그룹에 대해 실질적 지배권을 갖고 있는 ‘일본 롯데’는 과자·식품 제조, 판매사로 자본금 43억9200만엔, 직원 3600명을 거느린 중형회사다. 2003년 기준 매출액은 3157억엔, 당기순이익은 115억4000만엔을 기록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매출 3조875억원에 당기순이익 1128억 가량 된다.
반면 이 회사의 영향권에 있는 계열사 중 롯데칠성음료 1곳의 매출만으로도 1조1087억원, 당기순이익 1203억원을 기록했다. 비록 계열사에서 발생한 이익을 해외로 유출하지는 않고 있지만 롯데 그룹의 국적 정체성에 의구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일본에 소재한 롯데 계열사는 전원 비공개법인이다.
한국에 있는 계열사 가운데도 공개법인은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삼강 등 3곳뿐이다. 공개법인이던 호남석유화학은 지난해 인수되면서 롯데 계열사로 추가됐다. 그나마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는 하루 거래량 700~1000주 내외로 유통주식으로서의 의미가 크게 높지 않다.
이경주 동양종금증권 선임연구원은 “신동빈 부회장이 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시장 친화적 움직임이 다소 보이지만 여전히 거래량·거래대금 부진에 대주주 지분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지난해 매출액 7347억원에 영업이익 2219억원을 기록했으며, 국내 소주시장의 55%를 점유하고 있는 진로 인수전에 총 14개 회사가 참여한 상태. 롯데의 고위 관계자는 이미 “현금 동원 능력, 롯데의 강력한 유통망 등을 볼때 진로는 도전해볼만한 사업”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롯데의 진로 인수 진의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1999년 아사히 맥주와 컨소시엄을 구성, 해태음료 인수를 성사시켰던 롯데는 지난해 해태음료 경영권이 아사히측으로 넘어가도록 방치한 바 있다. 롯데 그룹 스스로의 국적도 의아한 대목이 적지 않다. 국내 식음료시장 최강자인 롯데의 정체성에 대해 짚어 봤다. /편집자주
해태음료 일본 맥주사에 넘긴 후 또 일본계와 진로 인수 참여
지주사 지분 100% 일본 국적자 소유
신격호 회장, 주주명부에 重光武雄·신격호 2명으로 등재
국내 최대 소주회사인 알짜기업 ‘진로’ 인수전에 일본 자본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마감된 진로 인수희망자에 롯데는 롯데칠성음료를 중심으로 한 그룹 내 식품 자회사와 일본 아사히맥주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와 아사히 맥주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본 맥주시장 점유율 39.5%를 갖고 있는 아사히맥주는 지난 2000년 부도난 해태음료 인수 컨소시엄에 20% 지분으로 참여했다. 지난해 에는 일본 히카리 인쇄그룹의 지분(지분율 51%로 1대주주)을 21% 확보해 총 41%로 늘려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면서 경영권까지 챙겼다.
아사히 맥주가 진로 인수까지 성공할 경우 국내 주류·음료 업계의 최대 강자로 부상할 수 있다. 차(茶) 음료와 기능성 음료에 강점을 가진 아사히 맥주는 해태음료를 통해 자사 음료를 국내에 판다는 전략으로 국내 맥주사 인수에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
해태음료 인수 당시 롯데는 롯데호텔(컨소시엄 지분율 19%)을 비롯, 일본 히까리 인쇄그룹(51%), 아사히 맥주그룹(20%), 미쓰이상사와 덴츠(각 5%) 등 5개사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롯데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일본기업이었던 것.
인수 후 음료시장 독과점 논란이 일면서 롯데그룹은 지분 20% 이상 취득 제한을 당했고 결국 업계 3위 우량 음료사는 일본 맥주사 손으로 넘어갔다.
◆순환 출자 정점에 일본회사 =롯데는 우리나라 재벌의 고질병인 순환출자 문제를 변형된 형태로 갖고 있다. 신격호 회장이 대표이사회장을 맡고 있는 호텔롯데는 주요 롯데계열사의 지분을 골고루 갖고 있는 사실상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호텔롯데가 지분을 가진 계열사는 호남석유화학을 비롯 롯데상사, 롯데물산, 롯데건설, 롯데리아,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 거의 대부분 롯데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이 ‘호텔롯데’의 주주가 전원 일본 국적이어서 눈길을 끈다.
호텔롯데의 지분은 일본 롯데(19.2%), 일본 롯데물류(15.7%), 일본 롯데 데이터 센터(10.5%), 일본 국적 기타(54.6%)로 구성돼 100%를 이루고 있다. 롯데 그룹 순환 출자 정점에 일본회사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패스트푸드로 유명한 롯데리아나 롯데 알미늄도 일본 국적법인이 최대주주인 롯데 계열사다.
◆신격호 회장은 2명? = 지난해 3월 30일 공시된 롯데 알미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일본롯데상사(국적:일본)로 지분율 38.02%를 갖고 있으며 光潤社(국적:일본) 24.87% 등이 뒤를 잇고 있다.
개인으로는 신격호 회장이 9.81%를, 일본인 시게미스 다케오(重光武雄, 국적:일본)이 8.85%를 각각 갖고 있다. 重光武雄이란 신격호 회장의 일본 이름. 신격호라는 1명의 자연인이 2명의 주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공시 관련 법규는 타인 명의로 계좌를 갖고 있더라도 본인 소유의 주식이라면 연명으로 합산해 공시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신 회장은 거꾸로 자신을 2명의 주주인 양 행세한 셈이다.
금융감독원 공시감독국 관계자는 “신 회장이 重光武雄이 맞다면 자신의 지분을 취합해서 1명의 명의로 공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알미늄 관계자는 “비상장사여서 주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 신 회장과 重光武雄이 동일인인지 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의 말은 설득력이 없다. 롯데측이 공시한 자료에 ‘重光武雄은 신격호의 일본 이름임’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맥주사와 전략적 제휴 = 롯데칠성은 지난해 10월 일본 아사히 맥주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자회사인 수입주류 판매 법인 하이스타에 공동 증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각 기업 인수에서 시작된 파트너십이 업무제휴까지 나아가게 된 것이다. 음료에서 시작된 한일합작이 맥주를 거쳐 소주 시장으로까지 그 영향력을 뻗칠 지 국내 업계가 긴장된 눈길로 쳐다보고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대주주 지분 많고 기업공개 꺼려
롯데 그룹에 대해 실질적 지배권을 갖고 있는 ‘일본 롯데’는 과자·식품 제조, 판매사로 자본금 43억9200만엔, 직원 3600명을 거느린 중형회사다. 2003년 기준 매출액은 3157억엔, 당기순이익은 115억4000만엔을 기록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매출 3조875억원에 당기순이익 1128억 가량 된다.
반면 이 회사의 영향권에 있는 계열사 중 롯데칠성음료 1곳의 매출만으로도 1조1087억원, 당기순이익 1203억원을 기록했다. 비록 계열사에서 발생한 이익을 해외로 유출하지는 않고 있지만 롯데 그룹의 국적 정체성에 의구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일본에 소재한 롯데 계열사는 전원 비공개법인이다.
한국에 있는 계열사 가운데도 공개법인은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삼강 등 3곳뿐이다. 공개법인이던 호남석유화학은 지난해 인수되면서 롯데 계열사로 추가됐다. 그나마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는 하루 거래량 700~1000주 내외로 유통주식으로서의 의미가 크게 높지 않다.
이경주 동양종금증권 선임연구원은 “신동빈 부회장이 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시장 친화적 움직임이 다소 보이지만 여전히 거래량·거래대금 부진에 대주주 지분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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