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북핵, 다방면 특사 외교로 풀어라(유승삼 2005.02.21)

지역내일 2005-02-20 (수정 2005-02-21 오후 1:05:46)
북핵, 다방면 특사 외교로 풀어라
유 승 삼 언론인·카이스트 교수

최근 미국을 여행한 사람들은 미국 사회가 한국에서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국수적’이고 ‘보수적’인데 놀라고 있다. 미국 국기를, 그것도 이상하게 여겨질 만큼 큰 국기를 내다 건 집들이 심심찮게 눈에 뜨여 무슨 국경일인가 했더니 그냥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동이더라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없고 미국 주류 지식인 사회에서도 따돌림을 받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어떻게 해서 민주당 존 케리 후보를 이길 수 있었는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여행자들은 말했다. 9·11이후 ‘국수주의’와 ‘람보 민주주의’가 미국의 주류를 형성하게 되었음을 느꼈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부시 대통령의 정치 담당 고문이자 비서실 차장이며 부시의 ‘설계사’라는 칼 로브의 발언이 그것을 입증해 주었다. 그는 한 연설에서 부시 정권의 자신감과 기본적인 사고방식 그리고 앞으로의 국정 방향을 다시 한번 드러내 주었다. 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대선 승리는 보수주의가 미국 정치의 지배세력이 됐다는 증거다. 대선 승리는 미국 사회가 40여년간 보수적으로 변화해 온 끝에 얻은 결정판”이라고 기고만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전통적 가치의 수호자여야 한다”면서 “대통령의 최종 목표는 자유의 승리와 폭정의 종식”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굴복을 요구하는 미국의 대북 정책
이런 미국 사회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6자 회담이 재개돼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고는 북핵 문제의 순조로운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시정 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지만 그것은 단지 표현상의 융통성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정책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정권 변형’이니 ‘폭정의 전초기지’니 ‘자유의 확산’이니 하는 말은 본질적인 내용에서 ‘악의 축’이니 ‘정권 교체’니 하는 표현과 한 치도 다르지 않다. 그 점에서 미국의 변화를 기대하던 북한이 실망감을 표시하며 6자 회담 불참을 선언한 것은 그들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핵무기 보유선언’이라는 극한 전술을 썼어도 다급한 것은 여전히 북한일 것이다. 미국은 오히려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이 있다. 중동 문제, 유럽과의 관계 개선이 급선무여서 북한 문제는 핵 수출과 같은 돌발 상황이 없는 한 적어도 올해까지는 현상을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북한과의 긴장 관계를 의도적으로 지속하려 한다는 음모론적 견해도 있다. 국내에서 비판 여론이 높은 미사일 방어 계획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선 북한이 계속 ‘위험한 적’으로 남아 있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이 음모론이 호사가들의 추리 소설로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미국 국방장관과 CIA국장이 연이어, 군사 전문가들은 기술적 측면에서 대단치 않게 보는 대포동2호 미사일을 세계 최강 미국에 위협이 되는 것이라고 시치미 뚝 떼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후의 카드도 다 까버린 북한은 그야말로 벼랑에 내 몰렸다. 풀리지 않는 경제난에, 해방60주년을 맞아 체제 안정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할 북한으로선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목마를 수밖에 없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기본 정책이 변하지 않는 한 6자 회담뿐 아니라 그토록 희망해 왔던 양자 회담도 명분이 없다는 북한의 강경 주장은 실은 깊은 절망감의 표현일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란 성채를 굶도록 포위하고, 북한은 결사적 농성을 계속하는 현 국면이 지속하면 가장 큰 피해자는 물론 북한이겠지만 그 다음은 한국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렇다면 한국이 교착 국면 타개의 중재자로 나서야 한다.

협상의 본질은 주고받는 것이다
북한은 핵문제를 미국과 동시적, 단계적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근본적인 증오감에다가 리비아의 굴복에 크게 고무된 미국은 북한이 먼저 핵 개발을 폐기할 것을 고집하고 있다. 이 입장이 일방의 양보로 달라지길 기대할 수는 없다. 한국이 미국의 양보를 설득하고 중국과 공동으로 북한의 양보를 설득하며 북한과의 직접 교섭으로 북한의 결심을 더욱 굳히는 등의 다방면 외교적 노력이 긴요할 것이다.
대북 특사 파견은 그런 관점에서 한국의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일방적인 굴복을 요구하는 특사 파견이 성과를 거둘 리는 없다. 협상의 본질은 주고받는 것이지 선후 조처가 아니다. 북한뿐 아니라 미국에도 우리의 분명한 의지를 설득할 특사를 보내 동시적 양보를 이끌어 내야 한다. 중국과 다른 6자회담 참가국인 일본, 러시아에도 특사를 파견해 북한과 미국의 동시적 양보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우리 자신의 문제에 언제까지 미국과 중국 뒷전에서 조연으로만 머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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