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 6개월> 집창촌퇴치는 성공적
우려했던 금융대란·소비위축은 없었다 … 변형 성매매 늘고 단속피해 해외진출
지역내일
2005-03-09
(수정 2005-03-09 오전 10:53:42)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됐다. 집창촌은 영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매매춘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금융대란이나 소비위축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성부에서 내걸었던 “성매매 종사여성 최소 33만 명, 업소 8만개, 거래규모 24조원에 이르는 성산업을 구조조정 하겠다”는 목표는 현재까지는 ‘절반의 성공’이다.
◆숙박· 유흥업소 연체율 안정세 = 지난해 9월 23일 법 시행을 전후해서 최근 2~3년간 숙박업이나 유흥업에 대한 은행대출이 급격히 늘어난 점을 들어 연체율 증가 등 금융대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예금은행의 숙박음식업종 대출잔액은 15조172억원으로 전년대비 1122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 2002년 3조9291억원, 2003년 3조5719억원 순증했던 것에 비하면 증가율이 크게 둔화된 셈이다.
특히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된 지난해 4분기에는 부실을 우려한 은행들이 돈줄을 죄면서 숙박음식업종 대출이 3690억원이나 감소했다. ▶관련기사 22면
하지만 우려했던 연체율 급증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말 현재 숙박음식업종 대출연체율은 3.81%로 9월말 4.22%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대출 부실화에 대비해왔다”며 “성매매방지특별법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9월말 3.07%였던 숙박음식업종 대출 연체율이 12월말 2.35%로 떨어졌고, 기업은행도 같은 기간 5.68%에서 3.57%로 하락했다.
조흥은행은 7.71%에서 2.74%로 무려 5%가량이나 떨어졌다. 조흥은행측은 “부실채권을 상각처리하면서 연체율이 크게 떨어졌다”며 “성매매방지특별법으로 관련업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은행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부 은행의 경우 연체율이 상승했지만 ‘대란’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소비위축도 심각하지 않아 =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으로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던 예상도 빗나가고 있다. 민간소비의 45%를 차지하는 신용카드 사용액은 성매매방지 특별법이 시행된 지난해 4분기부터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4년 중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 사용액은 전년대비 27% 감소했지만 4분기에는 전분기 보다 4.4% 증가해 2년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현금서비스를 제외한 물품 및 용역 구매실적도 지난해 1분기 5920억원에서 2분기 6030억원으로 상승세로 돌아선 데 이어 3분기 6130억원, 4분기에는 6610억원으로 사용액이 크게 늘었다.
올 들어서도 신용카드 사용액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재경부에 따르면 1월중 신용카드 사용총액은 14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1월 12조8000억원보다 1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매매방지특별법 이후 급감했던 숙박업종이나 유흥주점에서의 신용카드 사용실적도 법 시행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집계에 따르면 숙박업종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지난해 8월 2248억원에서 9월 1649억원으로 26.6%나 감소했지만 올 1월에는 2163억원으로 예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흥주점 사용실적도 8월말 4735억원에서 9월말 4301억원으로 줄었으나 점차 늘어나 올 1월에는 4860억원을 기록했다.
신용카드 사용실적만 보면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으로 인한 소비위축 현상은 거의 없거나 일시적인 것에 불과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값 내려도 썰렁한 집창촌 = 직격탄을 맞은 집창촌은 썰렁했다. 지난 3일 밤 10시 30분.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속칭 ‘미아리 텍사스’는 손님 찾기가 힘들었다. 골목에는 ‘삐끼’들만 나와 앉아 있을 뿐 행인조차 드물었다. 출입문에 ‘카드 8만원, 현금 7만원’으로 적혀 있었지만 삐끼들은 6만원을 요구했다. 흥정에 따라 4만원까지 내려갈 때도 있다고 했다.
삐끼들이 “지난해 말부터 단속이 풀어졌다”며 “걸릴 것 같으면 장사를 하겠느냐”고 안심을 시키려 했지만 썰렁한 분위기를 본 남성들은 대부분 발길을 돌렸다.
실제 문을 닫는 업소는 꾸준히 늘고 있다. 미아리 텍사스 자율정화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영업 중인 업소는 111곳. 법 시행 전 278개에서 절반 이상 줄었다.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 직후 업소주인과 성매매여성들의 시위를 주도했던 자율정화위원장마저 문을 닫고 떠났다. 성매매 여성들도 많이 떠나 업소별로 많게는 70%까지 준 곳도 있다.
◆법 시행 초기보다 손님 늘었다 = ‘룸에서 끝냅니다. 강남 아가씨와 북창동 서비스 결합’모 유흥업소 소개 사이트에 올라있는 강남 룸살롱의 광고 문구다.
특별법 이후 강남권 룸살롱은 된서리를 맞았으나 거의 원상회복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이른바 2차 (성매매)를 꺼리는 고객을 위해 룸 안에서 유사성행위 제공업체가 늘었다는 것. 선릉역 근처에서 5년 동안 룸살롱을 운영해온 김 모 사장은 “손님이 줄어드니 위험해도 이렇게 갈 수밖에 없다”고 털어 놓았다.
삼성역 근처 ㄹ룸살롱 상무 오 모 씨도 “최고급 룸살롱이 아니면 북창동식 영업을 고려하지 않은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2차 손님도 법 시행초기보다는 늘었다는 것이 솔직한 답변이다.
김 사장은 “대부분 룸살롱들이 모텔 지하에 있기 때문에 바로 위층으로 갈 경우 단속 경찰관들도 어쩔 수 없다”며 “단속한다고 해도 손님과 아가씨들의 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워 큰 문제는 없다”고 털어놨다.
관할경찰서 관계자도 “룸이나 모텔 방에 들어가서 둘의 관계를 캐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느냐”고 말했다.
◆단속 피해 해외로 = 특별법 시행 후 일부 성매매여성들이 해외로 진출하고 있어 새로운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호주 이민성 장관은 “한국여성들이 관광비자로 호주에 입국해 성매매를 하고 있다”고 발언해 한국대사관이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최근 호주를 다녀온 인사는 “호주에서 성매매를 하는 한국여성들이 200∼300명에 이를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정원택·구본홍·김남성·조숭호·정석용 기자 wontaek@naeil.com
여성부에서 내걸었던 “성매매 종사여성 최소 33만 명, 업소 8만개, 거래규모 24조원에 이르는 성산업을 구조조정 하겠다”는 목표는 현재까지는 ‘절반의 성공’이다.
◆숙박· 유흥업소 연체율 안정세 = 지난해 9월 23일 법 시행을 전후해서 최근 2~3년간 숙박업이나 유흥업에 대한 은행대출이 급격히 늘어난 점을 들어 연체율 증가 등 금융대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예금은행의 숙박음식업종 대출잔액은 15조172억원으로 전년대비 1122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 2002년 3조9291억원, 2003년 3조5719억원 순증했던 것에 비하면 증가율이 크게 둔화된 셈이다.
특히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된 지난해 4분기에는 부실을 우려한 은행들이 돈줄을 죄면서 숙박음식업종 대출이 3690억원이나 감소했다. ▶관련기사 22면
하지만 우려했던 연체율 급증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말 현재 숙박음식업종 대출연체율은 3.81%로 9월말 4.22%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대출 부실화에 대비해왔다”며 “성매매방지특별법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9월말 3.07%였던 숙박음식업종 대출 연체율이 12월말 2.35%로 떨어졌고, 기업은행도 같은 기간 5.68%에서 3.57%로 하락했다.
조흥은행은 7.71%에서 2.74%로 무려 5%가량이나 떨어졌다. 조흥은행측은 “부실채권을 상각처리하면서 연체율이 크게 떨어졌다”며 “성매매방지특별법으로 관련업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은행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부 은행의 경우 연체율이 상승했지만 ‘대란’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소비위축도 심각하지 않아 =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으로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던 예상도 빗나가고 있다. 민간소비의 45%를 차지하는 신용카드 사용액은 성매매방지 특별법이 시행된 지난해 4분기부터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4년 중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 사용액은 전년대비 27% 감소했지만 4분기에는 전분기 보다 4.4% 증가해 2년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현금서비스를 제외한 물품 및 용역 구매실적도 지난해 1분기 5920억원에서 2분기 6030억원으로 상승세로 돌아선 데 이어 3분기 6130억원, 4분기에는 6610억원으로 사용액이 크게 늘었다.
올 들어서도 신용카드 사용액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재경부에 따르면 1월중 신용카드 사용총액은 14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1월 12조8000억원보다 1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매매방지특별법 이후 급감했던 숙박업종이나 유흥주점에서의 신용카드 사용실적도 법 시행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집계에 따르면 숙박업종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지난해 8월 2248억원에서 9월 1649억원으로 26.6%나 감소했지만 올 1월에는 2163억원으로 예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흥주점 사용실적도 8월말 4735억원에서 9월말 4301억원으로 줄었으나 점차 늘어나 올 1월에는 4860억원을 기록했다.
신용카드 사용실적만 보면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으로 인한 소비위축 현상은 거의 없거나 일시적인 것에 불과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값 내려도 썰렁한 집창촌 = 직격탄을 맞은 집창촌은 썰렁했다. 지난 3일 밤 10시 30분.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속칭 ‘미아리 텍사스’는 손님 찾기가 힘들었다. 골목에는 ‘삐끼’들만 나와 앉아 있을 뿐 행인조차 드물었다. 출입문에 ‘카드 8만원, 현금 7만원’으로 적혀 있었지만 삐끼들은 6만원을 요구했다. 흥정에 따라 4만원까지 내려갈 때도 있다고 했다.
삐끼들이 “지난해 말부터 단속이 풀어졌다”며 “걸릴 것 같으면 장사를 하겠느냐”고 안심을 시키려 했지만 썰렁한 분위기를 본 남성들은 대부분 발길을 돌렸다.
실제 문을 닫는 업소는 꾸준히 늘고 있다. 미아리 텍사스 자율정화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영업 중인 업소는 111곳. 법 시행 전 278개에서 절반 이상 줄었다.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 직후 업소주인과 성매매여성들의 시위를 주도했던 자율정화위원장마저 문을 닫고 떠났다. 성매매 여성들도 많이 떠나 업소별로 많게는 70%까지 준 곳도 있다.
◆법 시행 초기보다 손님 늘었다 = ‘룸에서 끝냅니다. 강남 아가씨와 북창동 서비스 결합’모 유흥업소 소개 사이트에 올라있는 강남 룸살롱의 광고 문구다.
특별법 이후 강남권 룸살롱은 된서리를 맞았으나 거의 원상회복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이른바 2차 (성매매)를 꺼리는 고객을 위해 룸 안에서 유사성행위 제공업체가 늘었다는 것. 선릉역 근처에서 5년 동안 룸살롱을 운영해온 김 모 사장은 “손님이 줄어드니 위험해도 이렇게 갈 수밖에 없다”고 털어 놓았다.
삼성역 근처 ㄹ룸살롱 상무 오 모 씨도 “최고급 룸살롱이 아니면 북창동식 영업을 고려하지 않은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2차 손님도 법 시행초기보다는 늘었다는 것이 솔직한 답변이다.
김 사장은 “대부분 룸살롱들이 모텔 지하에 있기 때문에 바로 위층으로 갈 경우 단속 경찰관들도 어쩔 수 없다”며 “단속한다고 해도 손님과 아가씨들의 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워 큰 문제는 없다”고 털어놨다.
관할경찰서 관계자도 “룸이나 모텔 방에 들어가서 둘의 관계를 캐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느냐”고 말했다.
◆단속 피해 해외로 = 특별법 시행 후 일부 성매매여성들이 해외로 진출하고 있어 새로운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호주 이민성 장관은 “한국여성들이 관광비자로 호주에 입국해 성매매를 하고 있다”고 발언해 한국대사관이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최근 호주를 다녀온 인사는 “호주에서 성매매를 하는 한국여성들이 200∼300명에 이를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정원택·구본홍·김남성·조숭호·정석용 기자 wontae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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