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지하철 안전도 아직 멀었다(문창재 2005.02.18)

지역내일 2005-02-17 (수정 2005-02-18 오후 12:52:23)
지하철 안전도 아직 멀었다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가 꼭 2년 되었다. 떠올리기조차 끔찍한 일을 다시 거론하는 것은 지하철 안전도가 그리 개선되지 않아 타기가 두렵기 때문이다. 올해 신년 벽두 서울 지하철 7호선에서 일어난 방화사건은 언제든지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경보음이었다.
그런데 그저 끔찍한 일이 있었던 날로 기억하고, 희생자들이 참 안됐다고 조의를 표하는 정도로 2주년 기념일은 지나가고 있다. 정부도 지방 자치단체도 지하철 공사도, 성심껏 문제점을 보완해 지하철을 안전한 시민의 발로 다시 태어나게 해 국민의 용서를 구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싸구려 전동차 계속 납품되고 전동차 불연화도 지지부진
199명의 인명을 앗아간 대구지하철 참사의 원인은 첫째 불에 타기 쉬운 내장재로 된 전동차였고, 둘째 위급상황을 서로 알려 더 큰 피해를 막아야 할 통신 시스템의 불비였다. 배연(排煙)시설이나 대피 유도시설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것도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서울 지하철 7호선 방화사건은 대구사건의 재판(再版)이었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일이었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이 없이 벌써 지나간 일이 되어버렸다. 승객의 방화로 전동차에서 불이 난 것도 똑같고, 기관사-사령실-역무원 사이의 3각통신이 잘 되지 않아 불붙은 전동차를 몰고 18분이나 달린 것도 그렇다. 승객과 역무원들이 달려들어 불을 끄지 않았다면 대구 못지않은 참사로 번질 뻔 했다.
문제점을 몰라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면 직무태만이라는 비판으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문제점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같은 사고가 일어났다면 직무태만이 아니라 직무유기다. 대구사건 직후 정부는 지하철 안전관리 체계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겠다고 민관합동 안전기획단을 만들어, 현장조사와 선진국 사례연구 등을 통해 종합 안전대책이란 것을 내놓았다.
거기에는 전동차와 역 시설 불연화, 3각 통신체계 구축, 대피 및 배연시설 완비 등 모든 것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2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금년 2월 중순 안전관리 실태 특별점검에서 드러난 사실은 ‘달라진 것 별로 없음’이다. 불쏘시개 전동차로 불렸던 싸구려 전동차가 계속 납품되고 있는 사실이 그것을 웅변으로 말해준다.
서울지하철공사는 지난해 1월 노후차량 교체를 위해 공개입찰로 전동차를 사들였는데, 대당 낙찰가는 대구 것보다 600만원이 싼 7억 9000만원이었다 한다. 우리나라 업체가 인도와 터키에 납품하는 전동차 값은 대당 16억원대, 홍콩 것은 21억원대다. 그 반값, 3분의 1 값으로 만들어진 전동차가 얼마나 안전할지 굳이 물어볼 필요가 있을까.
아직 더 쓸 수 있는 전동차들의 불연화 비율도 지지부진이다. 전국에서 운행 중인 전동차 6514량 가운데 1992량의 내장재가 불연화 되었다 한다. 그것도 의자를 알루미늄 제품으로 바꾼 정도고, 천장과 벽과 바닥을 모두 불연소재로 바꾼 것은 많지 않다.
가연성 유독성 마감재로 인공동굴처럼 만들어 놓은 승강장 벽과 천장도 바꾸겠다고 했지만 아직 한곳도 변화가 없다. 승강장과 대합실 같은 곳에는 가연성 소재로 제작된 광고판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배연시설도 개선된 것 같지 않고, 좁은 승강장과 계단의 혼잡도를 해소하는 대책은 까마득해 보인다.

유사시 3각 통신체계도 아직 대부분 미확립
더욱 큰 문제는 통신체계가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5호선 등 극히 일부 노선을 제외하고는 아직 유사시의 3각 통신체계가 확립되지 않고 있다. 국가통합지휘무선통신망 구축사업과은 아직 최종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빨라야 2010년 이후에 구축된다는데, 그동안 지하철 사고야 나든 말든 알 바 없다는 것인가.
대구 참사 때까지 우리나라 지하철에는 안전도에 대한 기준도 없었다. 업자들이 제시하는 것이 그대로 통했다. 인도보다 값싼 불쏘시개 전동차가 아직 납품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예산타령을 하기 전에 불요불급한 분야의 사업을 줄여서라도, 지하철 같은 대량참사가 일어날 수 있는 분야의 안전도를 높이기에 행정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오늘 그것을 다짐하는 것이 망자들에 대한 진정한 사죄와 반성이다.
문 창 재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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