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이 아름답다]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김상헌 사무국장

“나라의 양심과 품위 지키는 일 모두 함께 합시다”

지역내일 2005-03-16
정부가 설립한 최초의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는 1호선 신도림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5층에 연면적 350평이라는 규모도 규모려니와 컴퓨터실, 체력단련실, 공동체 모임방, 진료실, 노래방과 이미용실, 게다가 1층엔 커피값 100원만 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근사한 까페까지 있어 외국인노동자 관련 단체들 가운데서 시설이 가장 ‘빵빵’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는 대한민국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세운 최초의 기관으로 작년 12월 23일 문을 열었다. 설립은 근로복지공단이 했지만 사단법인 ‘지구촌 사랑나눔’이 위탁 운영을 하고 있으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시작하던 93년부터 선구적으로 지원활동을 해 온 김해성 목사가 대표를 맡고 있다. 정부는 ‘불법 체류자’ 단속하는 일만 하는 줄 알았는데, 눈이 번쩍 뜨이게 반갑다.
김상헌씨(47세)는 “어깨 너머로 풍월 듣다가” 센터의 사무국장 일을 하게 되었다.
“아내가 ‘서울 외국인 노동자의 집’ 일을 돕다가 2002년 ‘양주 외국인 노동자의 집’ 책임자로 갔습니다. 저야 목회 활동 하면서 옆에서 조금씩 도왔죠. 그런데 그 바닥이 대단히 거칠어요. 그러다 보니 직접 현장으로 달려갈 일이 자주 생기고, 현장에서 당해 보니 옆에서 보던 거하고는 또 다르더군요. 이럴 수가 있나 싶은 게, 참담하고 피가 끓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마침 제안을 받게 되었죠. 경험이 별로 많지 않아 걱정도 되지만 ‘서당개보다는 나을 거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신대 신학과를 나와 88년부터 서울, 성남, 충청도, 경기도 등지에서 “평범한 목회활동을 한 것이 이력의 전부”라고 말하지만, 그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김재준 목사이고, 김재준 목사가 경직된 교리적 신앙이 아니라 삶으로 구체화되는 ‘생활신앙’,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강조한 ‘대승적 기독교’를 주창한 점을 상기하면 그가 어떤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정부와 민간, 단체와 단체, 인적
물적 자원의 네트워킹이 우선 과제

정부 지원센터는 민간 지원단체들과 어떤 점에서 다를까? 우선 센터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온 합법 체류 노동자들을 주로 지원한다. 현재 우리 나라에는 30여개국의 노동자들이 들어와 있는데 그중 공식적으로 인력수급계약을 체결한 스리랑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6개국, 곧 체결할 중국, 카자흐스탄, 그리고 중국 다음으로 많은 수가 들어와 있는 방글라데시를 포함해 모두 9개국 노동자들이 지원 대상이다. 임금 체불이나 산재 등에 대한 상담, 컴퓨터와 한국어 교육, 무료진료, 공동체 활동 지원, 문화 체험…. 홍보용 소책자에 나와 있는 것으로만 보면, 활동 내용이 민간단체와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센터가 지금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핵심적인 활동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현 단계에서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은 ‘네트워킹’입니다. 단체와 단체를 연결하고, 활용 가능한 인적 물적 자원을 연결하고, 정부와 민간을 연결하는 것이죠. 예를 들면 지금 나라별 인터넷 방송과 신문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걸 저희들이 해 놓으면 민간단체들도 다함께 활용할 수 있죠. 24시간 언제든 해당 언어로 응답할 수 있는 콜센터도 곧 개통합니다. 이걸 위해선 여러 대학의 해당 언어학과 학생들과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학생회와 대학당국, 해당학과 등과 이 활동에 참여하는 시간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문광부와는 한국문화체험,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놓고 프로젝트를 추진중인데, 그걸 통해 이른바 사회적 일자리 창출도 할 수 있습니다.”
그밖에도 네트워킹을 통해 지원 활동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온갖 계획들을 쏟아내는 중에 외환은행 관계자가 찾아왔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환전과 송금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일요일엔 은행이 문을 닫으니 현금으로 그냥 보관하고 있다가 고국으로 가는 인편에 보내거나 브로커를 통해 처리하는데, 그 과정에서 돈을 떼이는 일이 허다하다고 한다. 쉬는 날 센터에 와서 환전과 송금을 처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 외환은행과 그 일을 논의하고 있는데, 들어 보니 은행측도 “수수료의 10% 정도를 복지기금으로 환원할 수도 있다”며 적극적으로 호응한다.
정부기관이라는 점이 네트워킹 사업을 추진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듯하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 않을까? “물론 있습니다. 이제까지의 경험 때문에 전시용 아닌가 하는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싸워서 얻을 것이 있는가하면 협력해서 얻을 것도 있습니다. 물론 처음이니까 이런저런 어려움이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잘 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저희의 제안으로 외국인 노동자 관련 70여개 단체가 모여 네트워킹에 관한 논의를 했는데, 한 자리에 그만큼 많이 모인 적이 없습니다. 노동부도 굉장히 관심을 기울여주고 있고, 정부도 일선에서 일하는 단체들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습니다.”

‘몸짱’ 사무국장과 ‘아무거나’ 실장

센터의 상근 실무자는 모두 10명으로 관리·총무, 상담·교육, 홍보·연대, 복지지원 4개팀으로 나누어져 있다. 문을 열기 전 공채를 통해 뽑았지만, “활동은 힘들고 돈은 박해” 그때 뽑은 사람들 가운데 남은 사람은 한 사람뿐이다. 활동 경험이 있거나 “마인드를 갖춘” 사람들이 그 자리를 메웠다.
그가 말하는 “마인드”란 물론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매일 밤늦게까지 일하고, 노동자들이 주로 찾아오는 토, 일요일은 더 많이 일하고, 필요하면 언제든 밤을 새고, 센터 앞에 세울 나라별 국기에서부터 신문 제작, 번역, 법률 상담 등 온갖 업무를 해치울 수 있고, 오늘은 화상으로 사망한 노동자의 장례를 치르러 화장터로, 내일은 문화행사를 위해 롯데월드를 오가는 생활을 감내할 수 있는 자세를 말한다. 실무자들에게 그 “마인드”를 요구하려면 사무국장은 당연히 ‘그 이상의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제가 운동이라면 다 좋아해요. 이 일 하기 전엔 얼굴이 항상 시커맸어요. 운동하느라 햇볕에 타서. 그동안 튼튼한 몸을 만들어 놨으니, 이제 열심히 써야죠.” 매일 11시가 넘어 집에 들어가도, 툭하면 사무실에서 밤을 새도 “다른 젊은 실무자들보다 훨씬 팔팔한” 그는 명실상부 ‘몸짱’이다. 게다가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 아니라 “소외받는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파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신앙”이라는 마인드가 그 몸을 받쳐주고 있으니 걱정할 게 뭐 있으랴.
하지만 그에게도 걱정이 있다. 아이들 걱정이다. 큰딸은 올해 중학생이 되었고 작은 딸은 초등학교 2학년인데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는 보통 11시는 돼야 귀가하고, 서울 외국인노동자의 집에서 “아무거나 실장”(‘무슨’ 실장이냐고 물었더니 김상헌씨가 전화로 아내에게 물었고, 돌아온 대답이 이거다. 온갖 잡무를 다 한다는 뜻이다)으로 일하고 있는 아내 김영미씨도 9시나 되어야 집에 돌아온다. 할 수 없이 장모님을 그가 사는 응암동 다세대 주택으로 이사 오게 했지만(그의 가족은 반지하, 장모는 1층에 산다), 그것은 최소한의 보호일뿐 부모 노릇은 전혀 못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작은딸이 경찰차를 타고 집에 오는 일이 있었다. 학교가 좀 멀어서 궁여지책으로 방과 후 학원에 보내 학원차로 귀가를 시키는 “묘책”을 썼는데, 학교가 끝난 다음 학원을 갔더니 선생님들이 점심 먹으러 가느라 문을 잠궈 놓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울고 있자니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경찰에 알려 순찰차를 타고 돌아온 거였다. “아이들 걱정만 없으면 저는 그냥 센터에서 먹고 자는 게 젤 편해요. 아내라도 당분간 활동을 좀 쉴 수 있으면 좋겠는데, 일이 많아 도저히 안 된다고 하고. 참, 어째야 좋을지를 모르겠어요.”

그는 2050년쯤 되면 외국인 노동자의 수가 천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에 대비해 장기적 대책을 세워야 하고, 그 모델을 센터를 통해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센터가 개소한 지 얼마 안 돼서 지금 당장은 네트워킹 기반을 닦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자리가 잡히면 상담과 복지가 센터의 중심 업무가 될 것”이라고 하지만, 그때가 되면 그에게는 ‘장기적 정책’과 관련한 또 다른 일이 떨어질 게 뻔하다. 그럼 딸들은 어떻게 하나, 듣는 사람이 다 걱정이 된다.
“예전에 비해 참 좋아졌습니다. 자원봉사하겠다고 오시는 분들도 많고, 무료진료하시겠다는 팀도 많고. 이 건물이 원래 낡은 병원이었습니다. 근데 제가 개소식 하기 이틀 전에 간판을 달았습니다. 혹시라도 민원 들어와서 공사에 차질 있을까 봐. 근데 지금까지 민원이 한 건도 안 들어왔어요. 외국인 노동자들을 정당하게 대접하는 거, 꿈을 이루고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 나라의 양심과 품위를 지키는 일입니다. 다함께 해야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뭐든 힘을 보태주십시오.”
우리가 힘을 보태면, 그도 딸들에게 아버지 노릇을 할 시간을 낼 수 있을 것이다.
●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www.migrantok.org)
연락처 02)849-6622

/글 유시주·사진 백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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