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안도의 끝나지 않은 비극

1950년 보도연맹 사건으로 276명 떼죽음

지역내일 2005-02-28
과거사진상규명법 제정에 기대 걸어
“그들이 왜 죽었는지 진실 알고 싶다”

소안면은 한때 1만2000명이 살았지만 지금 인구는 3600명이다. 김 양식으로 연 130억 원 소득을 올리며, 전복 양식도 해서 소득이 높다.
소안사람들의 비극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독립유공자 김남두의 동생인 김남천(1924년생) 옹은 82살의 나이에도 해방 전후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김 옹은 “1929년 이후 소안에서 조직적인 항일운동은 사라지고 야학을 통해 항일정신은 면면히 이어졌다”고 들려줬다. 1930년대 해남 강진 완도 등지에서 항일운동이 벌어질 때 소안도는 침묵을 지켰다고 했다.
해방 후 소안출신 청년 서너 명이 완도군 건국준비위원회와 그를 이은 인민위원회를 주도했다. 이들은 45~46년 사이에 월북하거나 즉결처분됐다. 소안면에서는 미소공동위원회 결정을 지지하는 찬탁집회가 열리기도 했지만 이내 조용해졌다. 미소공동위원회가 결렬된 후 1946년 남로당이 주도한 이른바 ‘10월폭동’ 때도 완도군은 조용했다.
6·25전쟁이 터졌을 때 소안도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옆 섬에서는 인공기를 게양한 대한민국 경찰선을 보고 인민군 만세를 부르다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지만, 소안도는 조용했다.
전쟁 1년 전인 1949년 6월 이승만 정부는 좌익 활동 전향자를 모아 국민보도연맹을 만들었다. 좌익으로 낙인찍힌 소안사람 여럿이 보도연맹에 가입했다.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터지자 이승만 정부는 보도연맹 관련자들을 무차별 검속하고 집단 처형했다.
이 때 죽은 완도군 사람이 신고된 숫자만 1000명이다. 소안면은 276명으로 완도군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이러니 연좌제가 서슬 퍼렇던 시절에 좁은 섬 전체가 연좌제 사슬에 묶여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소안농협 조합장인 최종주(59)씨는 해방 후 집 안에 좌익활동가 한 명이 나오는 바람에 집안 어른 6명이 몰살됐다. 외가에서 자란 최씨는 완도수산고를 다녔으나 “졸업해도 외항선을 못탈텐데 공부는 해서 무엇하냐”며 고통스러워했다고 한다. 지금이야 농협 조합장으로 자수성가 했지만 “집안 어른들이 왜 죽어야 했는지 진실을 알고 싶다”고 말한다.
소안수협 조합장인 김광선(51)씨는 “친일파를 지지기반으로 삼은 이승만 정권이 소안도를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소안사람들의 대체적 정서가 이렇다.
이들은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과거사진상규명법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국회에서 법만 제정되면 바로 완도군 유족회를 발족시키려고 한다.
모진 세월을 살아온 김남천 옹은 “험악한 세상을 살아왔는데 정치판이 또 어떻게 바뀔지 아나. 서두르지 말되, 진실은 밝혀야 지”라고 말했다.

/전남 소안도= 신명식 기자 mssh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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