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수수 정치인·공무원 뇌물 사건

‘돈 돌려줬는데…’ 유·무죄 갈림길은 ?

지역내일 2005-03-03 (수정 2005-03-03 오전 11:14:06)
최근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현금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거나 기소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금품을 받을 당시 현금인줄 몰랐고 안 후에는 돌려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건축아파트 철거 전문업체로부터 금품 수수 혐의로 검찰의 소환조사가 예정된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의 경우 아내가 돈을 받았다가 돌려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내가 1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전달받았고 2~3일 후에는 수표 200만원을 받은 이후 돈을 돌려주려 했으나 연락이 여의치 않아 20여일이 지난 뒤에야 돈을 돌려줬다는 것이다.
관급공사 발주 과정에서 건설업체 대표 10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2일 재판을 받은 정라곤 경북 봉화군 부군수는 ‘쇼핑백에 담겨있던 물건이 돈인줄 몰랐고 현금1000만원이 들어 있는 것을 나중에 확인하고 돌려줬다는’고 주장했다.
하지만 “돌려줬다”거나 “돌려주려했다”는 항변은 유·무죄 판단에 부차적이다. 금품을 받을 당시 ‘돈’인줄 짐작했다고 입증되면 하루 뒤에 돌려줘도 100% 뇌물죄로 처벌된다.

◆‘모르고 받고 반납’ 무죄 = 굴비상자에 든 2억원을 받고 돌려준 안상수 인천시장은 1심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굴비상자를 받을 당시 ‘돈’이 아닌 ‘선물’정도로 알았고 업자가 ‘선물을 가져왔다’, ‘지역특산물을 드리려한다’ 등 돈으로 추정할 만한 말은 하지 않았다는 안씨의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또 안 시장이 뒤늦게 굴비상자에 든 것이 현금임을 알고 클린센터에 신고한 것은 “돈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2000년 기소된 전 건교부 간부 채 모(52)씨도 비슷한 경우로 무죄를 받았다.
채씨는 건교부 국장으로 있던 98년 업자와 점심식사 자리에서 2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받았으나 나중에 포장의 일부를 뜯어보다 돈인 줄 알고 포장 상태 그대로 반환했다.
재판부는 “쇼핑백을 받을 당시 그 내용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있었던 점, 현금임을 알고서는 이를 반환하기 위해 즉시 연락을 취하는 등 최대한 노력을 기울인 점, 당초 포장된 상태 그대로 반환한 점 등에 비춰보면 금원을 취득할 의사가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소유 의사 분명’ 유죄 = 원주시 공무원 A씨는 지난해 3월 업자로부터 봉투에 포장된 1000만원을 넣은 쇼핑백을 받았다. 업자는 “뱀술이니 몸에 좋다”며 건넸다.
A씨는 나중에 현금인 것을 알고 돌려주려고 시도했으나 2주 후 정부합동점검반에 의해 자동차 트렁크에 있던 쇼핑백이 발각됐다.
A씨는 고법에서 징역2년6월에 집행유예4년, 몰수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업자에게 전화해서 돈을 찾아가라고 했지만 그 후 두번이나 업자를 단둘이 만났음에도 돈을 반환하지 않았다”며 “돈을 가지려는 의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최재승 전 국회의원은 석탄납품사업과 관련해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서울고법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최 전 의원은 1000만원 부분이 “정치후원금으로 들어온 것이므로 뇌물로 인식하지 않았으며 문제가 발생한 후 돌려줬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뇌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업자가 후원회에 참석해 피고인과 악수를 하고 인사를 한 점, 당시 1000만원 이상의 후원금을 낸 사람의 숫자가 7~8명에 불과했고 정 모씨로부터 업자가 1000만원을 낸 사실을 보고받은 점 등을 볼 때 피고인이 업자의 기부를 알았을 것”이라며 “뇌물의 성격을 띠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유무죄 판단 근거는 = 현금으로 전달된 뇌물은 범죄 입증이 어렵다. 이럴 때 법원은 돈이 전달될 당시의 정황을 근거로 ‘뇌물’여부를 판단한다. 또 처음에 돈인줄 모르고 받았다하더라도 빨리 반환하지 않으면 유죄가 된다.
판단 사항으로는 △금품 제공자와의 평소 친분관계 △금품 제공자의 재력 △이해관계가 걸린 현안△전달받은 물건의 종류 등이다.
금품 제공자와 피고인이 평소 알고 지내는 관계가 아니라면 갑자기 주는 선물에 대해 ‘돈일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갖고 급히 확인한 후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상당한 재력가가 주는 선물의 경우 고가의 뇌물일 개연성이 크기 때문에 의심해봐야 한다.
이해관계가 걸린 현안이 있다면 그 선물은 ‘돈’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 또한 주요한 판단 사항이다.
서울고등법원 김환수 판사는 “이런 요소들이 있는 정황에서 선물을 받았다면 뇌물 취득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최완주 부장판사는 “관련자 진술을 통해 피고인이 금품을 받을 당시, ‘돈’임을 알 수 있는 구체적 언급 등이 있으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판례에서 일관되게 “일단 취득의 의사로 수수한 것이라면 후일 이를 반환했다 하더라도 뇌물죄의 성립에는 지장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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