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설은 사회와 괴리된 별천지이자 인권의 사각지대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얼음장 밑을 흐르는 물소리를 통해 봄을 느끼듯 최근 교정행정에도 상당한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개방형 시설과 환경정비 그리고 수용자에 대한 처우개선까지 변화는 이미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됐다.
여기에는 김승규 법무장관 등 수뇌부 의지가 강하게 배어있다. 본지는 매주 1회씩 달라지고 있는 교정행정의 현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청주시 신남동 청주교도소 맞은편에 위치한 청주여자교도소. 이곳이 국내에서 유일한 여자교도소다. 여자 수용자들만 있는 곳이라 다른 교도소와는 차이가 많다.
수용자는 물론이고 교도관들 대부분이 여성이며 모든 일에 여성이 최우선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교도소처럼 위압적인 분위기보다는 친자매들 같은 정감있는 분위기가 물씬 풍겨난다.
◆여성 중심의 시설환경 = 청주여자교도소는 시설에서부터 여느 교도소와 다르다. 지하1층 지상5층인 현대식 건물에는 여성의 신체특성을 고려한 시설과 환경을 갖추고 있다. 모든 거실에 온돌식 난방과 수세식 화장실(좌변기)을 갖췄다. 또 거실별로 싱크대를 마련했고, TV와 선풍기 그리고 개인별 수납장이 따로 있다. 여기에 문화의 집과 양육유아거실이라는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시설도 있다.
또 별도 부속시설로는 직원들을 위한 탁아소까지 마련돼 있다. 충청대학에서 위탁운영하는 법무부 산하의 유일한 보육시설인 햇살어린이집이다.
단순히 시설만이 아니다. 여성질환 정기검진 등 의료처우도 각별하다. 매년 1회 암검진을 실시하고 산부인과 전문의가 상주한다. 또 신체검사실을 별도로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매월 외부 치과의사를 초빙해 무료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아이 웃음소리가 들린다? = “수진아 사랑해~~” “엄마 뽀~~” 놀이방에서 엄마와 16개월 된 딸 수진(가명·16개월)이가 정겹게 놀고 있다. 엄마가 곁에 있어서인지 아이 얼굴엔 환한 웃음이 묻어난다. 이 모습만 보고는 교도소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청주여자교도소에 있는 양육유아거실의 한 장면이다. 양육유아거실은 젖먹이 아이와 떨어지기 힘든 여자 수용자를 위해 마련한 제도다. 마땅히 돌볼 가족이 없는 생후 18개월 미만의 아이가 있는 여자수용자들이 대상이다. 이들에게 18개월이 될 때까지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작지만 놀이방 같은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여기엔 경험과 나이가 많은 여자교도관이 부모와 아이를 함께 돌본다. 아이의 나이가 18개월이 지난 이후에는 떨어져야 한다. 많을 때는 네 쌍의 엄마와 아이가 있었지만 지금은 수진이네 한 가족이 있다.
◆다양한 직업훈련과 문화활동 = 문화가 사람을 바꾼다. 청주여자교도소의 지향점 가운데 하나가 문화교정이다. 다양한 문화 활동을 통해 왜곡된 인성을 바로 잡는 것이다. 특별한 공간이 별도로 있다.
지난 1월 7일 개관한 ‘다솜 문화의 집’이 그것이다. 문화관광부에서 사업비 2억원을 지원받아 지난해부터 공사를 진행했다. 이곳에는 대공연장, 문화교실, 정보자료실, 동아리방, 에어로빅실 등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여기에서 수용자들이 합창반, 꽃꽂이반, 서예반 등 다양한 특별활동을 하고 있다. 합창반의 경우 실력이 알려져 외부에서 초청 공연을 요청할 정도다.
직업훈련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곳에서는 여성수용자들에게 맞는 직업 훈련을 전문적으로 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 6개의 전담소를 설치했다. 미용 한식조리 정보기기운용기능사 양재 기계자수 제과제빵 등 6개 분야다. 올 하반기에는 화훼장식 분야 20명을 신설할 예정이다. 훈련실적이 좋아 대외적으로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기능대회에서 3명이나 입상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전국기능대회 동상을 수상했다.
청주여자교도소 송영삼 소장은 “수용자들이 출소해 나갔을 때 제대로 적응할 수 있는 사회친화적 프로그램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가족과 친지들의 관심과 보살핌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성교정직 인기짱이네 = 수용자만이 아니다. 직원들 또한 여성파워가 대단하다. 숫자만 봐도 그렇다. 남성보다는 여성교도관들이 훨씬 많다. 150여명의 직원 가운데 여성이 110명 정도로 75% 이상이다. 간부진도 마찬가지다. 과장 6명 가운데 여성과장이 2명이나 된다.
또한 오는 2일 여직원들로 구성된 축구단인 ‘보라미’가 정식 창단한다. 최순호 전 국가대표가 지도하는 ‘보라미’에는 여직원 30~40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여성교정직 인기는 뜨겁다. 지난해 여성교도관 채용시험 경쟁률이 108대 1이었다. 그만큼 일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강하다. 지난 95년부터 이곳에서 근무한 10년차 여성교도관인 김송희(31·8급 교사)씨. 김씨는 고충처리반에서 수용자 상담업무 등을 맡고 있다.
김씨는 “3교대 근무로 가정 대소사에 자주 참석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면서도 “그러나 출소한 수용자들이 재범을 하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고 편지를 쓰거나 간접적으로 소식을 들을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흔히 수용자들로부터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듣는데 그런 호칭에 맞게 생활이 모범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주=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개방형 시설과 환경정비 그리고 수용자에 대한 처우개선까지 변화는 이미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됐다.
여기에는 김승규 법무장관 등 수뇌부 의지가 강하게 배어있다. 본지는 매주 1회씩 달라지고 있는 교정행정의 현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청주시 신남동 청주교도소 맞은편에 위치한 청주여자교도소. 이곳이 국내에서 유일한 여자교도소다. 여자 수용자들만 있는 곳이라 다른 교도소와는 차이가 많다.
수용자는 물론이고 교도관들 대부분이 여성이며 모든 일에 여성이 최우선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교도소처럼 위압적인 분위기보다는 친자매들 같은 정감있는 분위기가 물씬 풍겨난다.
◆여성 중심의 시설환경 = 청주여자교도소는 시설에서부터 여느 교도소와 다르다. 지하1층 지상5층인 현대식 건물에는 여성의 신체특성을 고려한 시설과 환경을 갖추고 있다. 모든 거실에 온돌식 난방과 수세식 화장실(좌변기)을 갖췄다. 또 거실별로 싱크대를 마련했고, TV와 선풍기 그리고 개인별 수납장이 따로 있다. 여기에 문화의 집과 양육유아거실이라는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시설도 있다.
또 별도 부속시설로는 직원들을 위한 탁아소까지 마련돼 있다. 충청대학에서 위탁운영하는 법무부 산하의 유일한 보육시설인 햇살어린이집이다.
단순히 시설만이 아니다. 여성질환 정기검진 등 의료처우도 각별하다. 매년 1회 암검진을 실시하고 산부인과 전문의가 상주한다. 또 신체검사실을 별도로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매월 외부 치과의사를 초빙해 무료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아이 웃음소리가 들린다? = “수진아 사랑해~~” “엄마 뽀~~” 놀이방에서 엄마와 16개월 된 딸 수진(가명·16개월)이가 정겹게 놀고 있다. 엄마가 곁에 있어서인지 아이 얼굴엔 환한 웃음이 묻어난다. 이 모습만 보고는 교도소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청주여자교도소에 있는 양육유아거실의 한 장면이다. 양육유아거실은 젖먹이 아이와 떨어지기 힘든 여자 수용자를 위해 마련한 제도다. 마땅히 돌볼 가족이 없는 생후 18개월 미만의 아이가 있는 여자수용자들이 대상이다. 이들에게 18개월이 될 때까지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작지만 놀이방 같은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여기엔 경험과 나이가 많은 여자교도관이 부모와 아이를 함께 돌본다. 아이의 나이가 18개월이 지난 이후에는 떨어져야 한다. 많을 때는 네 쌍의 엄마와 아이가 있었지만 지금은 수진이네 한 가족이 있다.
◆다양한 직업훈련과 문화활동 = 문화가 사람을 바꾼다. 청주여자교도소의 지향점 가운데 하나가 문화교정이다. 다양한 문화 활동을 통해 왜곡된 인성을 바로 잡는 것이다. 특별한 공간이 별도로 있다.
지난 1월 7일 개관한 ‘다솜 문화의 집’이 그것이다. 문화관광부에서 사업비 2억원을 지원받아 지난해부터 공사를 진행했다. 이곳에는 대공연장, 문화교실, 정보자료실, 동아리방, 에어로빅실 등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여기에서 수용자들이 합창반, 꽃꽂이반, 서예반 등 다양한 특별활동을 하고 있다. 합창반의 경우 실력이 알려져 외부에서 초청 공연을 요청할 정도다.
직업훈련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곳에서는 여성수용자들에게 맞는 직업 훈련을 전문적으로 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 6개의 전담소를 설치했다. 미용 한식조리 정보기기운용기능사 양재 기계자수 제과제빵 등 6개 분야다. 올 하반기에는 화훼장식 분야 20명을 신설할 예정이다. 훈련실적이 좋아 대외적으로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기능대회에서 3명이나 입상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전국기능대회 동상을 수상했다.
청주여자교도소 송영삼 소장은 “수용자들이 출소해 나갔을 때 제대로 적응할 수 있는 사회친화적 프로그램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가족과 친지들의 관심과 보살핌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성교정직 인기짱이네 = 수용자만이 아니다. 직원들 또한 여성파워가 대단하다. 숫자만 봐도 그렇다. 남성보다는 여성교도관들이 훨씬 많다. 150여명의 직원 가운데 여성이 110명 정도로 75% 이상이다. 간부진도 마찬가지다. 과장 6명 가운데 여성과장이 2명이나 된다.
또한 오는 2일 여직원들로 구성된 축구단인 ‘보라미’가 정식 창단한다. 최순호 전 국가대표가 지도하는 ‘보라미’에는 여직원 30~40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여성교정직 인기는 뜨겁다. 지난해 여성교도관 채용시험 경쟁률이 108대 1이었다. 그만큼 일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강하다. 지난 95년부터 이곳에서 근무한 10년차 여성교도관인 김송희(31·8급 교사)씨. 김씨는 고충처리반에서 수용자 상담업무 등을 맡고 있다.
김씨는 “3교대 근무로 가정 대소사에 자주 참석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면서도 “그러나 출소한 수용자들이 재범을 하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고 편지를 쓰거나 간접적으로 소식을 들을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흔히 수용자들로부터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듣는데 그런 호칭에 맞게 생활이 모범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주=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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