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무서운 줄 모르는 20대 ‘감성적 민족주의’ 자극
노 대통령 동북아질서 재편구상 맞물려 폭발력 가질 수도
대선은 시대상황과 민심이 폭발하는 장이다. 대선 때마다 폭발하는 일련의 ‘가치’들은 어떤 계기로 인해 선거에 엄청난 바람을 몰고 오는가 하면 국민에게 다가가기 위한 후보의 필수 자격조건이 되기도 한다. 1997년 대선 때에는 IMF라는 극단적 상황에서 반세기를 이어온 정권에 대한 심판적 요소가, 2002년 대선 때는 무엇보다도 구정치(인)와는 다를 것을 주문하면서 참신함과 도덕성이 중요한 가치가 됐다. 그렇다면 어느 대선보다도 치열한 선거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2007년 대선 때는 어떤 민심이 ‘폭발’을 기다리고 있을까. 현재 흐름과 맞닿아 있는 중요변수 몇 가지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지지도 상승은 무엇 때문일까라는 질문은 현재는 물론 차기 대선까지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다. 지난해 20%선에서 머무르는 등 최악이었던 노 대통령의 지지도는 지난달 27일 48%(청와대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결과)에 달했다. 가장 주요한 원인은 최근 노 대통령의 독도 관련 발언, 동북아 균형자론 등 ‘자주’에 근거한 ‘민족주의 코드’가 국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분석됐다.
사실 노 대통령의 ‘민족주의적’ 발언들이 하루이틀 된 것은 아니다. 집권 초에는 민족주의적 발언들이 말실수 등으로 폄하되면서 오히려 지지도 하락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우익화 바람, 미국 부시 대통령의 애국주의 등 세계적 추세는 한국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이는 국민들에게 어떤 깨달음을 준 듯하다. ‘한미동맹’과 ‘조용한 외교’라는 전통적 방식만으로는 우리 것을 빼앗길 수도 있는 시대가 됐다는 자각이다. 우리 국민은 더 이상 할말을 하지 못하는 것을 참지 않고 있다. 이런 인식은 특히 전쟁을 겪지 않아 ‘미국과 일본이 무서운 줄 모르는’ 젊은 층에게 더욱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이런 일련의 흐름들은 이른바 ‘민족주의 코드’로 연결된다. 이 때문에 정치전문가들은 2007년 차기 대선에 가장 중요한 변수로 ‘민족주의 코드’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경제민족주의를 선점하시오” = 보수적 성향의 한 정치 컨설턴트는 최근 이명박 전 시장을 만나 바로 그 문제를 조언했다고 한다.
이 컨설턴트는 이 시장에게 ‘지금은 CEO적 요소로 당신이 어느 정도 지지를 받고 있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집권 못한다고 했다. 경제가 특장이니까 경제민족주의를 선점하라’고 했다는 것. 이 인사는 “민족주의 코드는 다음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고, 현 정권에서 그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대권까지 넘보고 있는 한나라당의 한 젊은 재선 의원도 최근 한 정치전문가에게서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여러 모로 좋은 자질을 갖추고 있지만 민족의 냄새가 나지 않는 한 대권은 힘들고 바로 그 필수조건이 부족하다는 것이 얘기의 골자였다. 이후 이 의원은 민족주의에 대해 때늦은 공부를 하고 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세계화 시대에 민족주의는 이중적 의미를 가진다”면서 “민족주의가 약화되지만 한편에서는 더욱 강화되기도 한다. 국가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민족주의가 더 부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술적 분석이기는 하지만 최근의 흐름에는 들어맞는 분석이다.
세계보편주의를 기본적으로 지향은 해야겠지만 외교안보 측면에서는 민족주의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 우리에게 닥쳐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일본의 극우화 상황에서 우리만 보편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넌센스다. 김 교수는 또 “민족주의를 둘러싼 혼란의 시대랄까. 그런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더구나 단일민족 사회의 특수성은 민족주의 발호의 완벽한 조건이기도 하다.
◆민족주의 코드의 정치공학 = 민족주의는 젊은 층의 열정에 불붙이는 부싯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정치적 매력이다. 위력은 2002년 여중생 사망 사건 때의 촛불시위에서도 한번 나타난 바 있다. 그러나 2002년 대선의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기보다 뭔가 예전과는 다른 것을 추구하는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양상이 좀 다를 것으로 보인다. 20대는 2002년에 한번의 힘을 보였다면 이번에는 더 큰 폭발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윤여준 전 의원은 지난달 25일 ‘한국의 길’ 간담회에서 최근 노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과 관련 “동북아질서의 자주로 포장되면 젊은 층의 열정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작용을 할 수 있다”면서 “한미의 종속적 관계 등을 건들며 민족의 자주적 외교를 들고 나올 경우 젊은 층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전의원 얘기의 전제는 ‘현 정부가 기존질서 해체를 위한 모종의 작업에 들어갔다’는 것.
윤 전의원 예측대로라면 민족주의 코드는 기존의 정치질서를 부수는 정치적 쓰나미가 될 수도 있다. 정치적 쓰나미의 대중적 주역이 바로 20·30대 젊은층이다.
20대의 폭발성은 ‘단순함’과 ‘자발성’에 있다. 이들은 경제성장과 민주화라는 과실을 자신의 희생없이 ‘따먹기만’ 한 세대다. 이들에게는 미국이 우리 이익에 반하는 한 꼭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존재이고, 기존 삼각동맹의 구시대적인 요소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
한류 열풍은 이들을 더욱 키워놨다. 일본을 싫어하면서도 전자제품은 일제를 선호하던 이중성은 ‘삼성 세계 1위’에 맥없이 사라졌다. 일본 문화의 향유가 소수 젊은 층의 특별한 문화코드로 작용하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일본인들이 한국 연예인에 열광하는 등 오히려 한국문화가 우위를 점해가는 상황이 되고 있다.
30대 이상 40대 중반까지의 386 세대를 넓게 아우르는 집단은 민족주의에 누구보다도 익숙한 세대로서 이들은 반일보다는 반미에 익숙하다.
‘민족주의 코드’는 현재까지는 여권에게 유리한 요소다. 이 요소가 폭발할 경우 야권 주자들은 ‘대책없이’ 당할 수도 있다는 게 한나라당 전략통들의 우려다.
그러나 북한 변수 등 ‘민족주의 코드’의 파장을 억제하는 요소도 발견된다. 북한이 여권 기대와 엇나가는 방향으로 나갈 경우 ‘민족주의 코드’는 ‘쓰나미’가 아닌 ‘작은 지진’으로 그칠 수도 있다.
/남봉우 기자 bawoo@naeil.com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노 대통령 동북아질서 재편구상 맞물려 폭발력 가질 수도
대선은 시대상황과 민심이 폭발하는 장이다. 대선 때마다 폭발하는 일련의 ‘가치’들은 어떤 계기로 인해 선거에 엄청난 바람을 몰고 오는가 하면 국민에게 다가가기 위한 후보의 필수 자격조건이 되기도 한다. 1997년 대선 때에는 IMF라는 극단적 상황에서 반세기를 이어온 정권에 대한 심판적 요소가, 2002년 대선 때는 무엇보다도 구정치(인)와는 다를 것을 주문하면서 참신함과 도덕성이 중요한 가치가 됐다. 그렇다면 어느 대선보다도 치열한 선거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2007년 대선 때는 어떤 민심이 ‘폭발’을 기다리고 있을까. 현재 흐름과 맞닿아 있는 중요변수 몇 가지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지지도 상승은 무엇 때문일까라는 질문은 현재는 물론 차기 대선까지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다. 지난해 20%선에서 머무르는 등 최악이었던 노 대통령의 지지도는 지난달 27일 48%(청와대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결과)에 달했다. 가장 주요한 원인은 최근 노 대통령의 독도 관련 발언, 동북아 균형자론 등 ‘자주’에 근거한 ‘민족주의 코드’가 국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분석됐다.
사실 노 대통령의 ‘민족주의적’ 발언들이 하루이틀 된 것은 아니다. 집권 초에는 민족주의적 발언들이 말실수 등으로 폄하되면서 오히려 지지도 하락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우익화 바람, 미국 부시 대통령의 애국주의 등 세계적 추세는 한국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이는 국민들에게 어떤 깨달음을 준 듯하다. ‘한미동맹’과 ‘조용한 외교’라는 전통적 방식만으로는 우리 것을 빼앗길 수도 있는 시대가 됐다는 자각이다. 우리 국민은 더 이상 할말을 하지 못하는 것을 참지 않고 있다. 이런 인식은 특히 전쟁을 겪지 않아 ‘미국과 일본이 무서운 줄 모르는’ 젊은 층에게 더욱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이런 일련의 흐름들은 이른바 ‘민족주의 코드’로 연결된다. 이 때문에 정치전문가들은 2007년 차기 대선에 가장 중요한 변수로 ‘민족주의 코드’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경제민족주의를 선점하시오” = 보수적 성향의 한 정치 컨설턴트는 최근 이명박 전 시장을 만나 바로 그 문제를 조언했다고 한다.
이 컨설턴트는 이 시장에게 ‘지금은 CEO적 요소로 당신이 어느 정도 지지를 받고 있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집권 못한다고 했다. 경제가 특장이니까 경제민족주의를 선점하라’고 했다는 것. 이 인사는 “민족주의 코드는 다음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고, 현 정권에서 그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대권까지 넘보고 있는 한나라당의 한 젊은 재선 의원도 최근 한 정치전문가에게서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여러 모로 좋은 자질을 갖추고 있지만 민족의 냄새가 나지 않는 한 대권은 힘들고 바로 그 필수조건이 부족하다는 것이 얘기의 골자였다. 이후 이 의원은 민족주의에 대해 때늦은 공부를 하고 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세계화 시대에 민족주의는 이중적 의미를 가진다”면서 “민족주의가 약화되지만 한편에서는 더욱 강화되기도 한다. 국가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민족주의가 더 부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술적 분석이기는 하지만 최근의 흐름에는 들어맞는 분석이다.
세계보편주의를 기본적으로 지향은 해야겠지만 외교안보 측면에서는 민족주의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 우리에게 닥쳐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일본의 극우화 상황에서 우리만 보편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넌센스다. 김 교수는 또 “민족주의를 둘러싼 혼란의 시대랄까. 그런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더구나 단일민족 사회의 특수성은 민족주의 발호의 완벽한 조건이기도 하다.
◆민족주의 코드의 정치공학 = 민족주의는 젊은 층의 열정에 불붙이는 부싯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정치적 매력이다. 위력은 2002년 여중생 사망 사건 때의 촛불시위에서도 한번 나타난 바 있다. 그러나 2002년 대선의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기보다 뭔가 예전과는 다른 것을 추구하는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양상이 좀 다를 것으로 보인다. 20대는 2002년에 한번의 힘을 보였다면 이번에는 더 큰 폭발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윤여준 전 의원은 지난달 25일 ‘한국의 길’ 간담회에서 최근 노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과 관련 “동북아질서의 자주로 포장되면 젊은 층의 열정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작용을 할 수 있다”면서 “한미의 종속적 관계 등을 건들며 민족의 자주적 외교를 들고 나올 경우 젊은 층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전의원 얘기의 전제는 ‘현 정부가 기존질서 해체를 위한 모종의 작업에 들어갔다’는 것.
윤 전의원 예측대로라면 민족주의 코드는 기존의 정치질서를 부수는 정치적 쓰나미가 될 수도 있다. 정치적 쓰나미의 대중적 주역이 바로 20·30대 젊은층이다.
20대의 폭발성은 ‘단순함’과 ‘자발성’에 있다. 이들은 경제성장과 민주화라는 과실을 자신의 희생없이 ‘따먹기만’ 한 세대다. 이들에게는 미국이 우리 이익에 반하는 한 꼭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존재이고, 기존 삼각동맹의 구시대적인 요소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
한류 열풍은 이들을 더욱 키워놨다. 일본을 싫어하면서도 전자제품은 일제를 선호하던 이중성은 ‘삼성 세계 1위’에 맥없이 사라졌다. 일본 문화의 향유가 소수 젊은 층의 특별한 문화코드로 작용하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일본인들이 한국 연예인에 열광하는 등 오히려 한국문화가 우위를 점해가는 상황이 되고 있다.
30대 이상 40대 중반까지의 386 세대를 넓게 아우르는 집단은 민족주의에 누구보다도 익숙한 세대로서 이들은 반일보다는 반미에 익숙하다.
‘민족주의 코드’는 현재까지는 여권에게 유리한 요소다. 이 요소가 폭발할 경우 야권 주자들은 ‘대책없이’ 당할 수도 있다는 게 한나라당 전략통들의 우려다.
그러나 북한 변수 등 ‘민족주의 코드’의 파장을 억제하는 요소도 발견된다. 북한이 여권 기대와 엇나가는 방향으로 나갈 경우 ‘민족주의 코드’는 ‘쓰나미’가 아닌 ‘작은 지진’으로 그칠 수도 있다.
/남봉우 기자 bawoo@naeil.com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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