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한미관계 우려’에 대한 우려(임춘웅 2005.04.06)

지역내일 2005-04-05 (수정 2005-04-06 오후 1:33:44)
‘한미관계 우려’에 대한 우려

요즘 신문을 보면 한미동맹이 삐걱거리고 있고 한미관계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으며 한국과 미국 사이가 긴장관계에 있다. 당연하게 이런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찰스 캠벨 주한 미8군사령관이 1일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주한미군부대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근로자중 1000명을 줄이고 전차, 야포, 탄약 등 사전배치 물자의 규모 수정을 비롯한 추가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도 요즘의 불편한 한미관계를 반영한 보복적인 조치라는 것이다.
캠벨 사령관만이 아니다.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로 영전하는 크리스토퍼 힐 주한미국 대사도 이런 저런 회견에서 한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워싱턴에서 들려오는 얘기들은 더욱 거칠고 생경하기까지 하다.

한미간 마찰, 변화에서 오는 필연적인 것
이런 것들이 모두 요즘의 한미관계를 반영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미국측에서 한국에 이런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일응 수긍이 가는 부분이 없지 않다. 한국이 전과 달라졌기 때문인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은 미국이 한마디 하면 그대로 따라갔고 대북한 정책에서나 다른 어떤 문제에서도 미국과 크게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전과 같지 않은 것이다. 미국의 속셈을 번연히 알면서도 한국은 가끔 딴전을 피우고 더러는 엉뚱한 상상을 하고 있는 듯 보이고 있다. 미국의 심기가 편할 리 없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왜 생기게 됐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이미 십수년 전에 냉전이 종식됐고 그것도 미국의 일방적 승리로 끝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유독 한반도에서만은 냉전체제 유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삐걱거리는 한미관계는 이런 변화를 미국이 수용하려 하지 않고 있는데서 오는 불협화음인 것이다. 한국은 그런 변화에 적응하려 하고 미국은 그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데서 오는 마찰인 것이다.
전과 같지 않은 한국에 미국이 심정적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본능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과장해서는 곤란하다. 한미관계가 잘못돼 간다는 지나친 우려는 한미관계를 실제로 더 나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캠벨 사령관의 회견만 해도 주한미군의 3분의 1 병력이 줄어드는데 미군부대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 수도 줄어들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번 회견 분위기로 보아 상당부분 감정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보복 운운하는 것은 사태를 오히려 그르칠 우려가 없지 않다. 미군도 필요하면 인원조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거기서 생기는 실업의 문제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것을 한미관계의 위기로 보는 것은 사안의 본질도 아니려니와 일을 엉뚱한 방향으로 돌려놓을 위험마저 없지 않다. 북한과 화해 협력하려는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은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역사의 필연이다. 우리는 묵묵히 우리의 길을 가는 것이다.

국가전략을 스스로 구상하는 발상의 전환 필요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동북아는 탈냉전 이후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지 않은 유일한 지역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확한 분석이다. 해빙기의 길은 질척거리게 마련이다. 한미간 사소한 마찰이나 불협화음은 양국관계 재정립 과정에서 파생되는 부작용일 뿐이다. 미국이 동북아 세력으로 남아 있어야 할 미국의 전략적 이해가 있고 미국의 힘이 동북아의 세력균형자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한국의 이해가 일치하는 한 한미관계는 기본적으로 안정적이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교수는 “우리는 자율적인 국가 행위자로서 외교적 상상력을 통해 국가전략을 세운 경험이 일천하다”고 말한다. 이제는 우리도 외교적 상상력을 키우고 국가전략을 스스로 구상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과거의 특수한 안보환경과 거기서 비롯된 한미관계에 안주하는 것은 편한 방편일수는 있어도 옳은 길은 아니다.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나라는 도태되게 마련이다. 외교적 힘은 스스로 인식하지 않으면 형성되지 않는다. 힘은 꾸준한 운동을 통해서만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임 춘 웅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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