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교정행정 현장을 가다]① 인천구치소

법원 검찰 구치소 한 자리 1석3조 효과

지역내일 2005-03-11
교정시설은 사회와 괴리된 별천지이자 인권의 사각지대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얼음장 밑을 흐르는 물소리를 통해 봄을 느끼듯 최근 교정행정에도 상당한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개방형 시설과 환경정비 그리고 수용자에 대한 처우개선까지 변화는 이미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됐다.
여기에는 김승규 법무장관 등 수뇌부 의지가 강하게 배어있다. 본지는 매주 1회씩 달라지고 있는 교정행정의 현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인천광역시 남구 학익동. 문학산 기슭에 자리한 이곳에 고려 때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학이 날개 안에 알을 품고 있는 형국, 바로 학익(鶴翼)이라는 이름에 비밀이 있다. 풍수지리설에 따르면 학의 날개 안인 이곳에서 큰 인물이 나거나 대식구가 살고 있는 큰 집이 들어설 것이라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그 전설은 수 백 년이 지난 지금 인천구치소로 실현됐다.
여기엔 400여명의 직원에 1900여명에 이르는 수용자가 있다. 엄청난 대식구가 살아가는 그야말로 ‘큰 집’이 들어선 것이다.

◆지하 2층 지상 12층 현대식 건물 = 인천구치소 시작은 일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38년 일제에 의해 소년형무소로 처음 개청했다. 1945년 11월 광복이후에는 미육군형무소로 바뀌어 미군이 이 시설을 관장했다. 그러다가 1947년 8월 우리 정부가 미군으로부터 이 시설을 인수했고, 같은 해 11월 1일 인천소년형무소로 바뀌었다. 1990년에는 천안소년교도소로 명칭이 바뀌고 위치도 충남 천안으로 옮겨갔다. 다시 같은 해 12월 인천으로 올라와 인천교도소로 이름이 이어졌다. 97년 10월 현재의 학익동에 지하2층, 지상12층의 현대식 건물로 신축됐다. 현재 이곳에는 400여명의 직원과 1900여명에 이르는 수용자가 있다.

◆면회오는 민원인 편리해져 = 1997년 현재 자리로 옮겨온 인천구치소는 변화된 교정행정의 상징이다. 외관상으로 보면 툭하면 민원의 대상이 되는 혐오시설이라는 느낌이 전혀 없다. 구치소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현대식 건물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도심 한 가운데 있어도 거부감이 전혀 들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법원과 검찰, 구치소가 한 곳에 모여 있으면서 생기는 이익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면회를 오는 민원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일이다. 흔히 다른 곳은 면회를 신청해도 수용자가 법원이나 검찰에 나가는 날이면 못 만나기 일쑤다. 구치소가 법원, 검찰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호송차로 움직여도 한참이 걸리는 시간이다. 다른 지방에서 면회를 오는 가족들은 이런 경우를 대비해 아예 하루를 묵을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인천구치소는 이 문제를 말끔히 해결했다. 법원 검찰 구치소가 한 단지에 있다. 이동하는데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법원에서 재판을 방청하고 나서 구치소로 걸어가 면회를 신청해도 시간은 충분하다.
또 하나는 수용자들의 인권이다. 비밀은 지하통로에 있다. 192미터에 이르는 지하통로는 법원과 검찰과 바로 잇닿아 있다. 이곳을 통해 수용자들은 외부에 전혀 노출되지 않은 채 법정에 가서 재판을 받거나, 검찰수사에 협조하게 된다. 재판이 끝나지도 않은 미결수들이 포승줄에 묶여 외부인들에게 노출되면서 겪게 되는 인권침해가 여기서는 전혀 걱정이 없다.
또한 예산절감의 효과까지 뒤따른다. 통합이전에는 수용자 이송을 위해 대형승합차(45인승) 3대와, 중형(15인승)승합차 1대, 그리고 운전원 6명이 필요했다. 이것이 통합으로 인해 대형차 1대와 운전원 2명으로 줄었다. 수용자를 데리고 이동하는 계호인력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통합운영전에는 1개 법정에 계호인력이 12명씩 소요돼 연간 5568명이 투입됐다. 이것이 통합후 1개 법정 계호인원이 6명으로 줄었다.

◆상권형성, 주민들 더 반겨 = 재소자를 호송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안전사고 문제 또한 완벽하게 해결했다. 혹시 엉뚱한 마음을 먹는다 해도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지하통로 곳곳에는 비상벨이 설치돼 있고, CCTV가 설치돼 있어 중앙통제실에서 한 눈에 확인이 가능하다. 만일에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중앙에서 신속한 통제가 가능하다.
김장인 출정과장은 “수용자들이 지하통로를 이용해 법원이나 검찰을 오가면서 외부인에 노출되는 심리적인 부담을 전혀 갖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법원과 검찰이 같은 곳에 위치한 법조타운은 주변 상권에도 영향을 준다. 일종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인근에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고, 집값이 오르기도 한다.
유승일 서무과장은 “현대식 건물에 법조타운으로 형성돼 있어 주변 주민들 거부감이 전혀 없다”면서 “오히려 새롭게 형성된 상권이 예전에 비해 생업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이런 구조를 갖춘 시설은 전국 46개 교정시설 가운데 평택구치지소와 인천구치소 단 두 곳에 불과하다.

◆의료환경에 남다른 관심 = 인천구치소의 새로운 교정행정은 단순히 시설의 문제뿐만이 아니다. 직원들 마음 씀씀이에도 묻어나온다. 각종 봉사에 직원들이 발벗고나서는 것은 물론이다.
경비교도대원들은 지역내 보육원등에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수용중인 재소자 가운데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한 사랑의 성금모으기와 후원금 모으기를 지속적으로 펼쳐 영치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 눈에 띄는 것으로 야간에 당직의사 제도를 들 수 있다. 의무과장 의무관 공중보건의사 세 명이 번갈아 가며 당직근무를 선다. 밤 11시까지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다른 곳에서는 흔치 않은 경우다. 또한 지역내 종합병원 3곳을 협력병원으로 지정, 수용자들의 의료 환경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강보원 인천구치소장은 “교정행정의 첫 출발은 수용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인천 =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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