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만원 때문에” 율곡기념관을 두 달째 문닫은 사연

경기율곡연수원, “예산 없다” 나 몰라라 … 현장학습 위해 방문하는 학생들만 피해

지역내일 2005-04-06 (수정 2005-04-06 오전 11:28:08)
조선 중기의 대표적 유학자 율곡 선생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율곡기념관이 두달째 문을 닫고 있다. 관람객 중 대다수가 현장학습을 위해 방문하는 초등학생들인데도 관리 주체인 경기율곡교육연수원은 350만원에 불과한 예산이 없다는 핑계로 ‘나 몰라라’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자운서원은 연간 10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파주시의 대표적인 문화유산. 퇴계 이황과 쌍벽을 이루는 율곡 이이(1536~1584)를 기리기 위해 후학들이 세운 것으로 경기도 지방 기념물 제25호로 지정돼있다.
기념관은 지난 2월 7일부터 ‘내부수리중’이라는 푯말이 붙은 채 굳게 닫혀있다. 지난해 12월 전기안전 특별점검에서 위험하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수리 보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내부 전기시설 보수에 필요한 비용은 1000만원 가량. 위험 진단이 내려지는 데 직접적인 원인이 된 전선만 교체한다면 348만여원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율곡교육연수원측은 “배정된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수리 보수가 아닌 잠정 시설 폐쇄를 택했다. 연수원 총무과 관계자는 “(2005년) 예산 편성이 끝난 뒤에 갑작스레 안전점검이 시행됐다”며 “추경예산을 받자면 5월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수원측이 일방적으로 내린 결정에 따른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 아닌 관람객들. 기념관은 문화재는 아니지만 율곡과 어머니 신사임당의 서화유품과 초상화, 누이 매창과 아우 옥산의 유품 등이 전시돼있어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붙들어왔다. 자운서원 관리사무소를 비롯해 파주시청 등에는 관람객들의 항의와 입장료 환불 요구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단체관람객 800여명이 기념관 폐쇄 사실을 알고 방문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다. 4월-5월에는 자운서원 관람객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생들이 밀려들기 때문이다. 파주와 고양 등 경기지역과 서울 인근의 초등학생들이 하루 평균 2000여명씩 찾는다. 파주문화원 관계자는 “역사의식이 막 형성될 초등학생들에게 십만양병설을 주장한 율곡 선생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기념관이 닫혀있으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연수원측은 요지부동이다. 민원으로 피곤한 쪽은 파주시라 아쉬울 게 없다는 입장이다. 연수원 총무과 관계자는 “기념관은 어차피 연수원에서 교원들을 위해 지은 교육시설인데 그동안 자운서원 관람객들에게도 공개해왔던 것”이라며 “회계상으로는 어렵겠지만 사정이 급한 파주시에서 보수를 한다면 (기념관) 문은 열어주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장기적으로 파주시에 기념관을 넘길 예정”이라며 추경 예산 확보도 어려울 것이라고 암시했다.
상급기관인 경기도교육청도 팔짱만 끼고 있다. 교육청 초등교육과 관계자는 “연수원 운영에 관한 사항은 연수원장에게 위임했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밝혔다.

/파주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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