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회의 우경화와 이를 이용한 군사대국화 움직임으로 인해 동북아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이 미일안보동맹만 중시한 나머지주변국과의 관계, 특히 한국과 관계를 악화일로로 몰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역학·이해관계 연구소(PINR) 수석연구원 에릭 매쿼트는 “일본사회의 국수주의 확산이 동아시아의 갈등을 조장한다”고 비판하면서 “일본은 미일안보협약과 군사대국화로 중국을 견제하려고 하지만 이 과정에서 팽창한 국수주의가 한국과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국 경제력이 미국에 근접할 경우 미국도 중국 지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일본은 미국의 안보우산도 쓰지 못하고 아시아국가들로부터도 고립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음은 매쿼트의 보고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한국과 전략동맹은 일본에도 도움 = 최근 한국과 일본 사이에 갈등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영토분쟁과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고이즈미총리의 야스쿠니신사참배와 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 등 일련의 문제들이 한국의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양국 갈등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일본 국수주의 팽창에서 기인한다. 2차대전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면서 일본지도부는 군사력 강화를 위해 일본사회를 국수주의로 다시 몰아가고 있다.
일본의 군사력강화 목적 가운데 한가지는 중국의 영향력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과 중국군의 현대화는 일본의 위상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동아시아 세력 균형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일본지도부의 판단은 옳다. 그러나 그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한국과의 전략적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일본의 국익에 얼마나 중요한지 잊어서는 안된다.
지난 2월 23일 주한 일본대사 다카노 도시유키는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선언했다. 이 발언과 함께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양국 간의 영토분쟁은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이어졌다. 또 고이즈미를 비롯한 일본 지도부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일본 국수주의자들의 도발은 한국의 노무현대통령을 자극했다. 노대통령은 3월23일 “일본의 역사왜곡과 패권주의 부활을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외교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천명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양국이 2003년 12월부터 추진해오던 자유무역협정도 연기됐다.
◆미국, 일본 군국화 용인 =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우려하는 동아시아국가들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미국은 “자위대를 군대로 바꾸어야 한다”면서 평화헌법의 수정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은 노골적이다. 지난 3월31일 고이즈미는 일본국방대학 졸업식에서 “테러와 탄도미사일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국방력을 증강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예산증액,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 미사일방어체계 동참 등, 일본의 군사 대국화는 하나에서 열까지 미국과의 보조를 맞추는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미일동맹에만 치중하는 사이에 한국과의 관계는 악화되었고 아시아 국가들로부터는 고립되는 결과를 낳았다.
일본도 미일관계를 이용해 아시아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미일안보시스템은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중요한 변수가 발생했다. 중국의 경제·군사적 부상이 그것이다. 미국 정보부(CIA)의 보수적인 예측조차 “2017년이면 중국의 GDP가 일본을 추월하고 2042년이며 미국과 같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전망이 의미하는 것은 중국이 동아시아지역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거두어 갈 것이란 점이다. 미국과 일본은 힘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부시정부가 수립한 ‘일본중심의 아시아안보전략’도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이라크전쟁에서 비싼 대가를 치르고 미국이 얻은 교훈은 “가능한 한 국제분쟁에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만약 지금 당장 일본이 분쟁에 휩싸인다면 미국은 일본을 도울 것이다. 그러나 일이십년 후에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아무도 할 수 없다. 이런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일본이 미국의 도움없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고 자신의 힘을 키워가려면 영향력 있는 다른 아시아국가들 특히 한국과의 우호관계를 구축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미일동맹 강조할수록 한국, 중국으로 기울 것 =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국가들 가운데 한국은 특히 중요한 나라다. 한국은 1950년대부터 미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수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일본의 어려움은 여기에 있다. 즉 군사력을 강화하려면 국수주의 확산을 통해 여론을 조성해야 하는데, 이 국수주의의 팽창이 한국을 분노하도록 자극한다는 사실이다.
이미 한국정치가들은 일본의 영향력 확산을 막기 위한 동맹을 결성하기 시작했다. ‘아시아평화의원연대’라는 이 모임은 일본의 안보리진출을 막기 위한 기구로서 일본의 팽창을 우려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데 이미 중국과는 손을 잡기 시작했다.
일본이 한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수록 한국은 중국으로 접근할 것이다. 아직은 한국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지만 일본이 한국을 계속 따돌린다면 한국이 미국과 일본을 떠나 중국과 밀접해지는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일본은 자신의 ‘소프트 파워’가 이웃국가들로부터 호감을 사고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주장에 동조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급속한 성장을 앞세워 아시아국가들과의 관계개선에 주력하고 있던 중국정부는 한국의 반일감정에 신속하게 동조하고 나섰다. 아시아지역에서 미군의 영향력을 억제할 수 있는 호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이야말로 미국과 일본이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일본은 동아시아국가들 특히 한국과의 분쟁을 최소화 해야 한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하되 아시아국가들 특히 한국의 인정을 받아가면서 추진해야 한다. 일본이 아시아국가들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결국 일본의 고립만 가속화될 것이다.
/김광호 리포터 holhol@naeil.com
국제역학·이해관계 연구소(PINR) 수석연구원 에릭 매쿼트는 “일본사회의 국수주의 확산이 동아시아의 갈등을 조장한다”고 비판하면서 “일본은 미일안보협약과 군사대국화로 중국을 견제하려고 하지만 이 과정에서 팽창한 국수주의가 한국과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국 경제력이 미국에 근접할 경우 미국도 중국 지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일본은 미국의 안보우산도 쓰지 못하고 아시아국가들로부터도 고립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음은 매쿼트의 보고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한국과 전략동맹은 일본에도 도움 = 최근 한국과 일본 사이에 갈등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영토분쟁과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고이즈미총리의 야스쿠니신사참배와 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 등 일련의 문제들이 한국의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양국 갈등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일본 국수주의 팽창에서 기인한다. 2차대전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면서 일본지도부는 군사력 강화를 위해 일본사회를 국수주의로 다시 몰아가고 있다.
일본의 군사력강화 목적 가운데 한가지는 중국의 영향력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과 중국군의 현대화는 일본의 위상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동아시아 세력 균형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일본지도부의 판단은 옳다. 그러나 그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한국과의 전략적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일본의 국익에 얼마나 중요한지 잊어서는 안된다.
지난 2월 23일 주한 일본대사 다카노 도시유키는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선언했다. 이 발언과 함께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양국 간의 영토분쟁은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이어졌다. 또 고이즈미를 비롯한 일본 지도부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일본 국수주의자들의 도발은 한국의 노무현대통령을 자극했다. 노대통령은 3월23일 “일본의 역사왜곡과 패권주의 부활을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외교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천명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양국이 2003년 12월부터 추진해오던 자유무역협정도 연기됐다.
◆미국, 일본 군국화 용인 =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우려하는 동아시아국가들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미국은 “자위대를 군대로 바꾸어야 한다”면서 평화헌법의 수정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은 노골적이다. 지난 3월31일 고이즈미는 일본국방대학 졸업식에서 “테러와 탄도미사일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국방력을 증강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예산증액,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 미사일방어체계 동참 등, 일본의 군사 대국화는 하나에서 열까지 미국과의 보조를 맞추는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미일동맹에만 치중하는 사이에 한국과의 관계는 악화되었고 아시아 국가들로부터는 고립되는 결과를 낳았다.
일본도 미일관계를 이용해 아시아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미일안보시스템은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중요한 변수가 발생했다. 중국의 경제·군사적 부상이 그것이다. 미국 정보부(CIA)의 보수적인 예측조차 “2017년이면 중국의 GDP가 일본을 추월하고 2042년이며 미국과 같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전망이 의미하는 것은 중국이 동아시아지역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거두어 갈 것이란 점이다. 미국과 일본은 힘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부시정부가 수립한 ‘일본중심의 아시아안보전략’도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이라크전쟁에서 비싼 대가를 치르고 미국이 얻은 교훈은 “가능한 한 국제분쟁에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만약 지금 당장 일본이 분쟁에 휩싸인다면 미국은 일본을 도울 것이다. 그러나 일이십년 후에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아무도 할 수 없다. 이런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일본이 미국의 도움없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고 자신의 힘을 키워가려면 영향력 있는 다른 아시아국가들 특히 한국과의 우호관계를 구축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미일동맹 강조할수록 한국, 중국으로 기울 것 =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국가들 가운데 한국은 특히 중요한 나라다. 한국은 1950년대부터 미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수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일본의 어려움은 여기에 있다. 즉 군사력을 강화하려면 국수주의 확산을 통해 여론을 조성해야 하는데, 이 국수주의의 팽창이 한국을 분노하도록 자극한다는 사실이다.
이미 한국정치가들은 일본의 영향력 확산을 막기 위한 동맹을 결성하기 시작했다. ‘아시아평화의원연대’라는 이 모임은 일본의 안보리진출을 막기 위한 기구로서 일본의 팽창을 우려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데 이미 중국과는 손을 잡기 시작했다.
일본이 한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수록 한국은 중국으로 접근할 것이다. 아직은 한국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지만 일본이 한국을 계속 따돌린다면 한국이 미국과 일본을 떠나 중국과 밀접해지는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일본은 자신의 ‘소프트 파워’가 이웃국가들로부터 호감을 사고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주장에 동조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급속한 성장을 앞세워 아시아국가들과의 관계개선에 주력하고 있던 중국정부는 한국의 반일감정에 신속하게 동조하고 나섰다. 아시아지역에서 미군의 영향력을 억제할 수 있는 호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이야말로 미국과 일본이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일본은 동아시아국가들 특히 한국과의 분쟁을 최소화 해야 한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하되 아시아국가들 특히 한국의 인정을 받아가면서 추진해야 한다. 일본이 아시아국가들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결국 일본의 고립만 가속화될 것이다.
/김광호 리포터 holh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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