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 반미’ 뛰어넘은 힐 대사 대중외교 호평
그린·롤리스·팔 등 후보자 각축속 후임 미정
크리스토퍼 힐 주한미대사가 5개월여의 임기를 마치고 12일 미국으로 되돌아간다.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로 임명받은 그는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도 맡았다. 한반도 안보에 관한 한 그는 대사시절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또 그는 귀국 후 후임 대사 인선에도 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짧은 5개월, 폭넓은 만남 = 지난해 7월 주한미대사로 부임한 그는 “역대 어느 대사보다 한국국민과의 만남의 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의 대북입장이 강경 일변도로 유지돼 왔지만, 그는 한국국민의 목소리를 많이 들으려고 애썼다는 것이 그를 만나 본 사람들의 공통된 평가다. 지난 6일 평화네트워크 주관 토론회에 참석한 것처럼 힐 대사가 만난 인사는 이른바 ‘친미와 반미’를 넘나들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그는 어느 전임자보다도 한국민 속으로 파고들려는 노력이 남달랐다”며 “그의 대중외교(public diplomacy)가 언론이나 정부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이유”라고 말했다.
18년전 이미 한국에서 3년간 근무한 힐 대사가 이처럼 왕성한 대외 접촉을 한 까닭은 무엇일까. 힐 대사와 친밀한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은 “그는 미군장갑차사건이 단순한 안전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통한 군중심리 확산을 통해 정치쟁점화한 점을 주목했고, 인터넷의 보급이 한국사회를 변화 시킨 데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힐 대사는 ‘까페 USA’라는 사이트를 개설해 네티즌과 직접 만나기도 했고 광주5·18 묘소를 참배하는가 하면 한국노총 위원장과 면담을 갖기도 했다. 진보적 성향의 남북관계 시민단체인 평화네트워크 토론회 참석도 이런 흐름 속에 있다. 정관계 상층인사만을 상대했던 과거의 미국대사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정의용 의원(열린우리당)은 힐 대사에 대해 “한국정치가 그 동안 보수에서 진보쪽으로 옮겨온 점을 이해했던 인물”이라며 “미국에 대한 비판을 단순히 ‘반미’라고 매도하는 미국현지정치인들과는 차이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미동맹’이라는 이슈를 우리측 시각에서 보려고 애를 썼기 때문에 ‘대화 나누기가 편했던 인물’이라고 정 의원은 말했다.
공성진 의원(한나라당)도 “그는 한국이 과거처럼 미국의 일방적인 통보로 끌고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했고 정부만 상대해서는 안된다는 점도 이해하고 있었다”고 힐 대사를 평가했다. 그가 6자회담 대표로 가더라도 남다른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하는 이유다.
◆후임자 누가되든 힐 같은 노력 필요 = 현재 힐 대사 후임에는 더글러스 팔 전 미국대만협회(AIT) 대표와 톰 쉬퍼 호주 대사, 마이클 그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국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또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과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아태담당 부차관보도 후보군에 올라있다. 하지만 누가 되더라도 힐 대사처럼 변화하고 있는 한국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박용성 회장은 “차기 대사도 우리 입장이 미국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할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고 정 의원도 “힐 대사가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공 의원은 “소원해져 있는 한미동맹을 회복시킬 수 있는 비중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며 “실무관료형 외교관이 부임하면 한미관계는 복원이 아니라 해체정리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해 힐 대사 초청강연을 가졌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이승환 정책위원장은 “힐 대사가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것은 인정하나 북핵문제를 포함해 미국 정부의 전략과 방향이라는 큰 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며 “후임 대사가 누가 되든 한국과 미국의 입장이 서로 차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8일 한국에서 동아태 차관보 취임식을 가진 힐 대사는 “한국은 친구를 매우 소중히 여기는 나라이며 솔직한 사람들”이라며 “그들에게 솔직하면 그들도 (우리에게) 솔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그린·롤리스·팔 등 후보자 각축속 후임 미정
크리스토퍼 힐 주한미대사가 5개월여의 임기를 마치고 12일 미국으로 되돌아간다.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로 임명받은 그는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도 맡았다. 한반도 안보에 관한 한 그는 대사시절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또 그는 귀국 후 후임 대사 인선에도 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짧은 5개월, 폭넓은 만남 = 지난해 7월 주한미대사로 부임한 그는 “역대 어느 대사보다 한국국민과의 만남의 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의 대북입장이 강경 일변도로 유지돼 왔지만, 그는 한국국민의 목소리를 많이 들으려고 애썼다는 것이 그를 만나 본 사람들의 공통된 평가다. 지난 6일 평화네트워크 주관 토론회에 참석한 것처럼 힐 대사가 만난 인사는 이른바 ‘친미와 반미’를 넘나들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그는 어느 전임자보다도 한국민 속으로 파고들려는 노력이 남달랐다”며 “그의 대중외교(public diplomacy)가 언론이나 정부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이유”라고 말했다.
18년전 이미 한국에서 3년간 근무한 힐 대사가 이처럼 왕성한 대외 접촉을 한 까닭은 무엇일까. 힐 대사와 친밀한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은 “그는 미군장갑차사건이 단순한 안전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통한 군중심리 확산을 통해 정치쟁점화한 점을 주목했고, 인터넷의 보급이 한국사회를 변화 시킨 데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힐 대사는 ‘까페 USA’라는 사이트를 개설해 네티즌과 직접 만나기도 했고 광주5·18 묘소를 참배하는가 하면 한국노총 위원장과 면담을 갖기도 했다. 진보적 성향의 남북관계 시민단체인 평화네트워크 토론회 참석도 이런 흐름 속에 있다. 정관계 상층인사만을 상대했던 과거의 미국대사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정의용 의원(열린우리당)은 힐 대사에 대해 “한국정치가 그 동안 보수에서 진보쪽으로 옮겨온 점을 이해했던 인물”이라며 “미국에 대한 비판을 단순히 ‘반미’라고 매도하는 미국현지정치인들과는 차이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미동맹’이라는 이슈를 우리측 시각에서 보려고 애를 썼기 때문에 ‘대화 나누기가 편했던 인물’이라고 정 의원은 말했다.
공성진 의원(한나라당)도 “그는 한국이 과거처럼 미국의 일방적인 통보로 끌고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했고 정부만 상대해서는 안된다는 점도 이해하고 있었다”고 힐 대사를 평가했다. 그가 6자회담 대표로 가더라도 남다른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하는 이유다.
◆후임자 누가되든 힐 같은 노력 필요 = 현재 힐 대사 후임에는 더글러스 팔 전 미국대만협회(AIT) 대표와 톰 쉬퍼 호주 대사, 마이클 그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국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또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과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아태담당 부차관보도 후보군에 올라있다. 하지만 누가 되더라도 힐 대사처럼 변화하고 있는 한국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박용성 회장은 “차기 대사도 우리 입장이 미국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할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고 정 의원도 “힐 대사가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공 의원은 “소원해져 있는 한미동맹을 회복시킬 수 있는 비중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며 “실무관료형 외교관이 부임하면 한미관계는 복원이 아니라 해체정리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해 힐 대사 초청강연을 가졌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이승환 정책위원장은 “힐 대사가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것은 인정하나 북핵문제를 포함해 미국 정부의 전략과 방향이라는 큰 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며 “후임 대사가 누가 되든 한국과 미국의 입장이 서로 차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8일 한국에서 동아태 차관보 취임식을 가진 힐 대사는 “한국은 친구를 매우 소중히 여기는 나라이며 솔직한 사람들”이라며 “그들에게 솔직하면 그들도 (우리에게) 솔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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