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과거 코드에 머물러 있다”
“정동영, 철학·원칙 없어 무너진다”
차기대권을 노리는 집권여당의 유력주자들이 물밑 경쟁을 펼쳐갈 밑그림이 그려졌다. 노무현 정권 3년차에 발맞춘 문희상 당의장 체제다. 당내 정동영계와 김근태계는 4·2 전당대회에서 확인된 각자의 세력지분과 위상을 토대로 2007년을 향한 전략 다듬기에 들어갔다.
경쟁과 싸움은 상대적이다. 경쟁 진영의 장점과 약점을 꿰뚫어야 차별성과 질적 우위를 확보할 ‘대권 로드맵’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정동영계와 김근태계는 서로의 약점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을까.
◆“김근태 사람들은 ‘플러스 1’수준” = “김근태 장관은 민주화운동의 정통성을 지닌 훌륭한 정치인이다. 김근태계는 상층부에 사람이 많다. 의원들만 해도 40명은 넘을 것이고, 원외에도 운동권 출신들이 폭넓게 포진해 있다.”
정동영계 핵심인사의 김근태계 평가는 곧이어 단점 꼬집기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들은 그저 한사람씩일 뿐이다. 주변에 사람과 조직을 늘려가며 외연을 넓혀야 하는데 김근태계 사람들은 ‘플러스 1’ 정도에 불과하다.”
하나가 열이 되고, 열이 백이 되는 자발적 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략을 고민하는 사람은 많아 보이지만 책상에 앉아 생각에 골몰한다고 해서 조직기반이 늘어나는 건 아니란 얘기다. ‘상층부 사람’은 많지만 확대재생산이 지지부진한 김근태계의 약점이다.
◆“정, 내공의 깊이가 없다” = 김근태계는 정동영계를 쉽지 않은 상대라고 말한다. 2002년 이인제-노무현 싸움보다 훨씬 어려운 싸움을 벌여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근태계의 한 인사는 “정동영 장관은 장점이 많은 사람이다. 만만치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내공의 깊이’를 약점으로 집어냈다. “(지난해 총선 시기)노인폄훼 발언, 장애인 목욕 사건은 정 장관의 단점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했다. 정 장관의 가벼운 언행이 김 장관의 무게와 대비되는 약점이란 것이다.
올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 폐막연설도 사례로 거론했다. 정 장관은 이때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APEC총회가 6자회담 당사국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핵무기 없는 한반도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의장인 정 장관의 발언은 곧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초청 메시지로 해석됐고, 청와대는 이를 부인하느라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정동영의 세가지 실수 = 김근태계측 인사들은 “철학과 원칙이 없고 내공이 없는 상대는 저절로 무너진다”며 쓴소리를 했다.
‘저절로 무너진다’는 표현이 나온 데는 또다른 배경이 있다. 김 장관측은 지난 1년간 정동영계의 궤적을 정리하면서 “세번의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평가한다. 사람과의 관계다. 김근태계의 또다른 핵심 인사는 “유시민과 갈라서기, 국민참여연대와의 결합, 신기남과의 결별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전략공천을 하면서 자기지분을 확보하려고, 당의장을 만들어줬던 유시민 의원과 결별한 것이 ‘소탐대실’이라는 것이다.
이번 전대에서 친노세력을 얻기 위해 국민참여연대와 결합한 일도 득보다 실이 많은 것으로 본다. 부산 경남에서 지지를 얻으려고 다른 지역에서 인심을 잃고 있는 세력과 손잡았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국참연대는 거칠고 완장찬 사람들”이라며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기남 의원과의 결별도 길게 볼때 정 장관의 대권 가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게 김근태계의 평가다. “문희상을 위해 신기남을 버림으로써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지적한다. 신기남 의원과의 결별과 실용노선 강화는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부정적 측면에 더 주목한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고, 노사모 등의 중추세력인 20대와 30대의 지지를 잃었다는 것이다. 정 장관이 구정치인으로 비쳐질 계기로 작용할 것이란 경고다.
◆“김, 미래를 얘기하지 못한다” = 하지만 정동영계가 바라본 김근태계의 궤적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정동영계측은 “김근태계는 20년전 과거의 코드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고 비판한다. 한 관계자는 “지난 당의장 경선 때 장영달 의원의 TV토론을 지켜보니 딱 세가지 단어뿐이더라”고 했다. 그는 “민주화운동, 감옥 8년, 재야란 말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래서 뭘 할건데’라는 물음이 남더라는 얘기다.
미래를 이야기해야 하는 선거에서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지’가 없다는 건 뼈아픈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이런 점에서 김 장관과 정 장관을 전통재벌과 신흥재벌에 비유했다.
“김 장관은 정치권에 입문하자마자 최고위원직을 맡아 가진 게 많았다. 돈을 벌기보다 금고에서 가져다 쓰기만 하다가 이제는 바닥이 난 것이다. 하지만 정 장관은 빈손으로 들어왔다. 어디에서 돈을 벌어야 하나 연구하다 IT산업에 눈을 돌렸고, 차곡차곡 곳간이 채워지고 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정동영, 철학·원칙 없어 무너진다”
차기대권을 노리는 집권여당의 유력주자들이 물밑 경쟁을 펼쳐갈 밑그림이 그려졌다. 노무현 정권 3년차에 발맞춘 문희상 당의장 체제다. 당내 정동영계와 김근태계는 4·2 전당대회에서 확인된 각자의 세력지분과 위상을 토대로 2007년을 향한 전략 다듬기에 들어갔다.
경쟁과 싸움은 상대적이다. 경쟁 진영의 장점과 약점을 꿰뚫어야 차별성과 질적 우위를 확보할 ‘대권 로드맵’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정동영계와 김근태계는 서로의 약점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을까.
◆“김근태 사람들은 ‘플러스 1’수준” = “김근태 장관은 민주화운동의 정통성을 지닌 훌륭한 정치인이다. 김근태계는 상층부에 사람이 많다. 의원들만 해도 40명은 넘을 것이고, 원외에도 운동권 출신들이 폭넓게 포진해 있다.”
정동영계 핵심인사의 김근태계 평가는 곧이어 단점 꼬집기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들은 그저 한사람씩일 뿐이다. 주변에 사람과 조직을 늘려가며 외연을 넓혀야 하는데 김근태계 사람들은 ‘플러스 1’ 정도에 불과하다.”
하나가 열이 되고, 열이 백이 되는 자발적 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략을 고민하는 사람은 많아 보이지만 책상에 앉아 생각에 골몰한다고 해서 조직기반이 늘어나는 건 아니란 얘기다. ‘상층부 사람’은 많지만 확대재생산이 지지부진한 김근태계의 약점이다.
◆“정, 내공의 깊이가 없다” = 김근태계는 정동영계를 쉽지 않은 상대라고 말한다. 2002년 이인제-노무현 싸움보다 훨씬 어려운 싸움을 벌여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근태계의 한 인사는 “정동영 장관은 장점이 많은 사람이다. 만만치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내공의 깊이’를 약점으로 집어냈다. “(지난해 총선 시기)노인폄훼 발언, 장애인 목욕 사건은 정 장관의 단점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했다. 정 장관의 가벼운 언행이 김 장관의 무게와 대비되는 약점이란 것이다.
올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 폐막연설도 사례로 거론했다. 정 장관은 이때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APEC총회가 6자회담 당사국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핵무기 없는 한반도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의장인 정 장관의 발언은 곧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초청 메시지로 해석됐고, 청와대는 이를 부인하느라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정동영의 세가지 실수 = 김근태계측 인사들은 “철학과 원칙이 없고 내공이 없는 상대는 저절로 무너진다”며 쓴소리를 했다.
‘저절로 무너진다’는 표현이 나온 데는 또다른 배경이 있다. 김 장관측은 지난 1년간 정동영계의 궤적을 정리하면서 “세번의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평가한다. 사람과의 관계다. 김근태계의 또다른 핵심 인사는 “유시민과 갈라서기, 국민참여연대와의 결합, 신기남과의 결별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전략공천을 하면서 자기지분을 확보하려고, 당의장을 만들어줬던 유시민 의원과 결별한 것이 ‘소탐대실’이라는 것이다.
이번 전대에서 친노세력을 얻기 위해 국민참여연대와 결합한 일도 득보다 실이 많은 것으로 본다. 부산 경남에서 지지를 얻으려고 다른 지역에서 인심을 잃고 있는 세력과 손잡았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국참연대는 거칠고 완장찬 사람들”이라며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기남 의원과의 결별도 길게 볼때 정 장관의 대권 가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게 김근태계의 평가다. “문희상을 위해 신기남을 버림으로써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지적한다. 신기남 의원과의 결별과 실용노선 강화는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부정적 측면에 더 주목한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고, 노사모 등의 중추세력인 20대와 30대의 지지를 잃었다는 것이다. 정 장관이 구정치인으로 비쳐질 계기로 작용할 것이란 경고다.
◆“김, 미래를 얘기하지 못한다” = 하지만 정동영계가 바라본 김근태계의 궤적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정동영계측은 “김근태계는 20년전 과거의 코드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고 비판한다. 한 관계자는 “지난 당의장 경선 때 장영달 의원의 TV토론을 지켜보니 딱 세가지 단어뿐이더라”고 했다. 그는 “민주화운동, 감옥 8년, 재야란 말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래서 뭘 할건데’라는 물음이 남더라는 얘기다.
미래를 이야기해야 하는 선거에서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지’가 없다는 건 뼈아픈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이런 점에서 김 장관과 정 장관을 전통재벌과 신흥재벌에 비유했다.
“김 장관은 정치권에 입문하자마자 최고위원직을 맡아 가진 게 많았다. 돈을 벌기보다 금고에서 가져다 쓰기만 하다가 이제는 바닥이 난 것이다. 하지만 정 장관은 빈손으로 들어왔다. 어디에서 돈을 벌어야 하나 연구하다 IT산업에 눈을 돌렸고, 차곡차곡 곳간이 채워지고 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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