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흔들 핵폭풍 ‘공공기관 이전’ … “결정권은 총리 손에”
‘한전’ 등 알짜기관 유치 위해 각 지역 실세들 총력 경주
이해찬 총리는 실세총리로 불린다. ‘부통령’ 심지어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말까지 여권 일각에서 나온다.
이 총리는 인사와 정책 추진에서 거침이 없다. 그의 영향력은 내각에만 그치지 않는다. 당정관계까지 주도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원내 한 당직자는 “당정협의에서 이 총리를 제어하는 사람이 없다”고 이 총리의 힘을 설명했다.
이 총리의 거침없는 질주 앞에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놓여있다. 이 총리는 12일 국회본회의에서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 “원래는 국회와 협의해 최종 결정하려 했는데 국회에서 심의를 안한다면 정부 자체에서 확정할 수밖에 없다”고 5월 강행 의사를 밝혔다.
공공기관 이전은 자치단체와 정치권을 뒤흔들 대형폭탄이다. 행정도시법이 야권에 핵분열을 불러왔다면 공공기관 이전은 여권에 핵폭풍을 불러올 카드로 꼽힌다. 지역 정치인들은 어느 누구도 피해가기 어렵다.
영향권의 결절점에 참여정부 실세들이 위치해 있다. 모두 지역 기반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지역의 손익은 곧바로 참여정부 실세들의 성적표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그 결정권이 이 총리의 손아귀로 들어간 것이다.
◆“이 총리가 주도할 것” = 그간 공공기관 이전 계획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위원장 성경륭)가 주도했다. 균발위는 4개의 이전안을 만들어 노무현 대통령과 이 총리에게 각각 보고했다. 구체적 내용에 대해 실무자들은 전혀 모르는 상황이다. 사안의 민감성과 폭발력 때문에 두 사람만이 알고 있다고 한다.
보고와 함께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한 결정권은 균발위의 손을 떠났다. 결정권은 전적으로 정부쪽에 넘어갔다. 균발위에 남은 것은 결정 후의 뒤치닥거리다.
현재로선 대통령과 총리의 손에 놓인 결정권에 이의를 제기할 세력이나 장치가 없다. 국회논의라는 과정도 한나라당의 거부로 생략될 가능성이 높다.
여당도 당 차원에서의 개입을 꺼리고 있다.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선뜻 손을 대고 싶지 않아서다. 고위당정청협의회가 유일한 통로지만, 이곳에서의 논의 역시 이전 기관과 대상에 대한 실질적 검토와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전안의 내용 및 결정권이 대통령과 총리 두사람에게 압축된 것이다. 여기에 노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미 국내문제와 내각에 대해선 손을 뗀 상태다. 균발위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에게 보고는 하겠지만, 이 총리가 드라이브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세들간 역학관계가 결정 = 각 지역에서는 자치단체는 물론 시민단체까지 유치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당 지역출신 의원들은 촉각을 바짝 세우고 있다. 특히 지역대표를 자임하고 있는 참여정부 실세들로선 사활을 건 정보전과 로비전을 펴고 있다.
그간 인사와 지역사업을 놓고 지역간, 지역을 대표하는 실세간 경쟁이 공공연하게 벌어졌다. 지난 5일 발표된 제2정부통합전산센터를 둘러싼 대구와 광주간 경합은 그 한 단면이다. 지역간 대결은 곧 이강철 청와대 사회문화수석 대 염동연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간의 힘겨루기로 바뀌었다.
3월 발표 예정이던 제2통합센터 부지 선정이 갑자기 4월로 미뤄졌다. 광주가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대구시가 신청하면서다.
광주로 최종 결론이 났지만 이것이 두 인사간 힘의 우열을 반영한 것은 아니다. 노 대통령의 공약이라는 플러스요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5월 발표될 공공기관 이전안의 관건은 한전이 어디로 가느냐다. 모든 자치단체가 한전 유치를 위해 혈안이 되고 있다. 부산 출신 한 의원측은 “어떤 명분과 구획을 하더라도 한전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지역에서는 성공이냐 실패냐가 판가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정치적 판단과 선택이다. 균발위 관계자는 “참여정부 실세들의 역학관계에 따라 최종 이전지역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선거용 대 호남소외론 = 참여정부에는 각 지역별로 내로라 하는 실세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은 지역을 기반으로 자신의 정치운명을 개척해가고 있다. 부산경남은 문재인 수석과 이호철 비서관, 대구에는 이강철 수석이 있다. 광주전남은 염동연 상임중앙위원, 강원도는 이광재 의원이 대표한다. 전북은 유력한 차기주자인 정동영 장관과 김원기 국회의장, 정세균 원내대표가 국회에 똬리를 틀고 있다. 충청은 이해찬 총리와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있다.
공공기관 유치전은 정치생명과 미래를 위한 지역기반의 공고화라는 점에서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
영남쪽의 논리는 단순하다. ‘다음 선거를 위해서’라는 말로 정리된다. 선거용이라는 논리는 이미 참여정부 인사에서 광범하게 적용됐다. 공공기관 유치 역시 그 선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당 부산 출신 한 인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규정했다.
부산 출신 의원들은 다양한 경로로 압박을 넣고 있다. 문재인 수석, 이호철 비서관은 물론 청와대 비서실장, 정책실장까지 그 경로에 포함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출신 모 의원측은 “문 수석과 이 비서관에게 많은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청와대 개입이라는 점 때문에 드러나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호남측은 호남소외론과 부채론을 무기로 하고 있다. 노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기여를 한 호남에 대한 빚을 갚아야하고, 이번까지 호남을 홀대할 경우 호남민심이 등을 돌릴 것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호남 정치권은 이 총리보다는 노 대통령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우회적 접근이다. 염 위원과 노 대통령의 인연이 각별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떤 결정이 나오든 공공기관 이전은 모든 지역을 만족시킬 순 없다.
총리실 관계자는 “각 지역이 65~70% 만족하는 선”을 최적의 선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지역을 등에 업고 있는 참여정부 실세들로선 100%를 향해 이 총리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 총리가 이들을 어떻게 제어하고, 세력을 재편하면서 자신의 국정운영 주도권을 계속 유지해갈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손태복 객원기자 csson4242@hanmail.net
‘한전’ 등 알짜기관 유치 위해 각 지역 실세들 총력 경주
이해찬 총리는 실세총리로 불린다. ‘부통령’ 심지어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말까지 여권 일각에서 나온다.
이 총리는 인사와 정책 추진에서 거침이 없다. 그의 영향력은 내각에만 그치지 않는다. 당정관계까지 주도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원내 한 당직자는 “당정협의에서 이 총리를 제어하는 사람이 없다”고 이 총리의 힘을 설명했다.
이 총리의 거침없는 질주 앞에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놓여있다. 이 총리는 12일 국회본회의에서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 “원래는 국회와 협의해 최종 결정하려 했는데 국회에서 심의를 안한다면 정부 자체에서 확정할 수밖에 없다”고 5월 강행 의사를 밝혔다.
공공기관 이전은 자치단체와 정치권을 뒤흔들 대형폭탄이다. 행정도시법이 야권에 핵분열을 불러왔다면 공공기관 이전은 여권에 핵폭풍을 불러올 카드로 꼽힌다. 지역 정치인들은 어느 누구도 피해가기 어렵다.
영향권의 결절점에 참여정부 실세들이 위치해 있다. 모두 지역 기반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지역의 손익은 곧바로 참여정부 실세들의 성적표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그 결정권이 이 총리의 손아귀로 들어간 것이다.
◆“이 총리가 주도할 것” = 그간 공공기관 이전 계획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위원장 성경륭)가 주도했다. 균발위는 4개의 이전안을 만들어 노무현 대통령과 이 총리에게 각각 보고했다. 구체적 내용에 대해 실무자들은 전혀 모르는 상황이다. 사안의 민감성과 폭발력 때문에 두 사람만이 알고 있다고 한다.
보고와 함께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한 결정권은 균발위의 손을 떠났다. 결정권은 전적으로 정부쪽에 넘어갔다. 균발위에 남은 것은 결정 후의 뒤치닥거리다.
현재로선 대통령과 총리의 손에 놓인 결정권에 이의를 제기할 세력이나 장치가 없다. 국회논의라는 과정도 한나라당의 거부로 생략될 가능성이 높다.
여당도 당 차원에서의 개입을 꺼리고 있다.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선뜻 손을 대고 싶지 않아서다. 고위당정청협의회가 유일한 통로지만, 이곳에서의 논의 역시 이전 기관과 대상에 대한 실질적 검토와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전안의 내용 및 결정권이 대통령과 총리 두사람에게 압축된 것이다. 여기에 노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미 국내문제와 내각에 대해선 손을 뗀 상태다. 균발위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에게 보고는 하겠지만, 이 총리가 드라이브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세들간 역학관계가 결정 = 각 지역에서는 자치단체는 물론 시민단체까지 유치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당 지역출신 의원들은 촉각을 바짝 세우고 있다. 특히 지역대표를 자임하고 있는 참여정부 실세들로선 사활을 건 정보전과 로비전을 펴고 있다.
그간 인사와 지역사업을 놓고 지역간, 지역을 대표하는 실세간 경쟁이 공공연하게 벌어졌다. 지난 5일 발표된 제2정부통합전산센터를 둘러싼 대구와 광주간 경합은 그 한 단면이다. 지역간 대결은 곧 이강철 청와대 사회문화수석 대 염동연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간의 힘겨루기로 바뀌었다.
3월 발표 예정이던 제2통합센터 부지 선정이 갑자기 4월로 미뤄졌다. 광주가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대구시가 신청하면서다.
광주로 최종 결론이 났지만 이것이 두 인사간 힘의 우열을 반영한 것은 아니다. 노 대통령의 공약이라는 플러스요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5월 발표될 공공기관 이전안의 관건은 한전이 어디로 가느냐다. 모든 자치단체가 한전 유치를 위해 혈안이 되고 있다. 부산 출신 한 의원측은 “어떤 명분과 구획을 하더라도 한전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지역에서는 성공이냐 실패냐가 판가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정치적 판단과 선택이다. 균발위 관계자는 “참여정부 실세들의 역학관계에 따라 최종 이전지역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선거용 대 호남소외론 = 참여정부에는 각 지역별로 내로라 하는 실세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은 지역을 기반으로 자신의 정치운명을 개척해가고 있다. 부산경남은 문재인 수석과 이호철 비서관, 대구에는 이강철 수석이 있다. 광주전남은 염동연 상임중앙위원, 강원도는 이광재 의원이 대표한다. 전북은 유력한 차기주자인 정동영 장관과 김원기 국회의장, 정세균 원내대표가 국회에 똬리를 틀고 있다. 충청은 이해찬 총리와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있다.
공공기관 유치전은 정치생명과 미래를 위한 지역기반의 공고화라는 점에서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
영남쪽의 논리는 단순하다. ‘다음 선거를 위해서’라는 말로 정리된다. 선거용이라는 논리는 이미 참여정부 인사에서 광범하게 적용됐다. 공공기관 유치 역시 그 선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당 부산 출신 한 인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규정했다.
부산 출신 의원들은 다양한 경로로 압박을 넣고 있다. 문재인 수석, 이호철 비서관은 물론 청와대 비서실장, 정책실장까지 그 경로에 포함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출신 모 의원측은 “문 수석과 이 비서관에게 많은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청와대 개입이라는 점 때문에 드러나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호남측은 호남소외론과 부채론을 무기로 하고 있다. 노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기여를 한 호남에 대한 빚을 갚아야하고, 이번까지 호남을 홀대할 경우 호남민심이 등을 돌릴 것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호남 정치권은 이 총리보다는 노 대통령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우회적 접근이다. 염 위원과 노 대통령의 인연이 각별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떤 결정이 나오든 공공기관 이전은 모든 지역을 만족시킬 순 없다.
총리실 관계자는 “각 지역이 65~70% 만족하는 선”을 최적의 선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지역을 등에 업고 있는 참여정부 실세들로선 100%를 향해 이 총리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 총리가 이들을 어떻게 제어하고, 세력을 재편하면서 자신의 국정운영 주도권을 계속 유지해갈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손태복 객원기자 csson424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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