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교정행정 현장을 가다]⑥ 천안개방교도소

담장 철창 교도대원 없는 3무(無) 공간

지역내일 2005-04-15
교정시설은 사회와 괴리된 별천지이자 인권의 사각지대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얼음장 밑을 흐르는 물소리를 통해 봄을 느끼듯 최근 교정행정에도 상당한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개방형 시설과 환경정비 그리고 수용자에 대한 처우개선까지 변화는 이미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됐다.
여기에는 김승규 법무장관 등 수뇌부 의지가 강하게 배어있다. 본지는 매주 1회씩 달라지고 있는 교정행정의 현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하늘과 닿을 듯이 4미터가 넘게 치솟은 콘크리트 담장.
‘덜커덩’ ‘철~컥’ 한 번 여닫을 때마다 들리는 거대한 철문의 굉음.
“근무 중 이상 없습니다” 큰 구령과 함께 담장 위 망루와 교도소 내 곳곳에서 무장한 채 서 있는 경비교도 대원들. 교도소 대표적 상징들이다.
이런 것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교도소가 있다.
‘담장 없는 교도소’로 유명한 천안개방교도소가 바로 그곳이다.
◆수용과정부터 엄선 = 충남 천안시 신당동 112번지 위치한 천안개방교도소. 지난 1988년 개청해 전국에서 선별된 모범수들이 수용돼 왔다. 지난 2002년부터는 과실범전담교도소로 기능을 바꿔 지금에 이르고 있다. 직원 100여명에 수용인원 300여명으로 전국 시설 가운데 가장 적은 편에 속한다. 이곳은 유일하게 개방형으로 운영되는 탓에 전국에 있는 수형자들의 선호 기관이다.
가석방이 가능한 3범 이하의 과실범 또는 교통사범 수형자 가운데 형기 5년 이하를 받아 잔여형기가 5개월 이상 2년 이하 남은 사람들을 엄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단 가석방 가능한 초범 수형자는 이곳에 올 수 있다.

◆“아니 교도소 맞아?” = 천안개방교도소에는 없는 것이 너무 많다. 다른 교도소와는 외관부터 운영형태까지 차이가 뚜렷하다. 우선 담장이 없다. 동네 테니스장 같은 그물망 울타리만 있을 뿐이다.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나갈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바깥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곳 수용자들이 생활하고 잠을 자는 거실과 작업장 등에 는 다른 곳에 서 흔히 보이는 철창이 보이질 않는다. 담장이 없는데 철창이 필요할 리 없다는 식이다. 여기에 경비교도대원마저 없다. 근무를 서는 직원들은 있지만, 그냥 교정직 공무원들일 뿐이다. 숫자도 많지 않다. 다른 곳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내부시설도 마찬가지다. 차가운 마룻바닥은 찾을 길이 없다. 대신 침대가 놓여 있다. 이름도 다른 곳처럼 거실이 아니다. ‘근면관’ ‘자립관’ ‘희망관’으로 이름 붙여진 생활관이다. 수용자들이 번호표가 아닌 이름표를 달고 다니는 것도 큰 차이다.
마치 일반 기업체 연수원이나 기숙사 같은 분위기다. 처음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말 교도소가 맞냐’는 물음이 절로 나올 만하다.

◆“TV채널 우리가 맘대로 선택해요” = 다른 교도소 수용자들과 생활의 차이는 곳곳에서 들어난다. 경비교도대가 없다보니 자율적인 생활이 중심이다. 자치회장과 반장 분임장 구성해 조별로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직원들 숫자가 적다보니 수용자들이 보조하는 역할도 상당하다. 자치회를 중심으로 점검보조, 동행보조는 물론이고 야간에는 야간근무보조까지 한다.
야간활동이 보장되는 것도 큰 차이다. 일과시간을 마친 뒤 야간에 강당에서 각종 문화활동이나 강연, 공연 등이 이뤄진다.
TV는 일과 후에 9시까지 자율시청을 한다. 17개의 채널이 나오는데 채널 자율권이 주어진다. 다른 곳처럼 편집된 프로그램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신문에 대한 제한도 거의 없다. 전화사용 또한 하루 1회 이상 허용 되며, 감청을 하지 않는다.
야간에 완전소등을 하는 것도 색다르다. 보통 다른 교정시설의 경우 야간에 사고방지 등을 목적으로 불을 켠 채 취침에 들어가지만 이곳은 완전소등을 한다.
대신 공부를 할 사람을 위해 침대 맡에 독서 등이 설치돼 있다.
선별된 인원인 만큼 사회로 나가기 위한 각종 혜택이 주어지는 셈이다.

◆자율과 책임이 기본 바탕 =“이곳에 처음 오는 직원들이 오히려 불안해할 정도입니다.” 김윤호 지도과장 말이다. 김 과장은 다른 곳으로 치면 보안과장이다. 경비교도 중심이 아니기 때문에 직책명까지 바뀌었다.
담장과 철창 안에서만 근무해 온 직원들은 이곳에 오면 적응이 안 되는 게 당연하다. 구금이나 통제가 중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외부로 출퇴근 하는 통근 작업이다. 40~50명이 교도소 밖에 있는 일반 업체에 가서 작업을 하는데 직원은 한 명이 동행한다.
다른 곳에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철저한 자율과 책임 그리고 신뢰가 뒤따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많은 혜택과 자율을 주는 대신 약속을 어길 경우 일반교도소로 되돌려 보낸다. 이곳 생활에 익숙해진 수용자들에게 일반교도소로 되돌아가는 것이 끔찍한 형벌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오히려 직원들과 수용자간 마찰이 더 적다.
송두식 소장은 “물리적 시설이나 통제가 중심이 아니라 자율과 책임이 뒤따르는 교육에 근거해서 교정행정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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