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을 호령하던 20세기 미국 산업자본주의 상징,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로 대표되는 미국 자동차 업계가 요즘 위기를 맞고 있다. 반면 현대자동차와 도요타를 앞세운 아시아 기업들이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 19~20세기를 이끌어왔던 서구 기업들의 위기는 아시아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이다. 이 기회를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21세기 글로벌 리더 기업’으로 가는 길이 달려있다. 도약과 도태의 갈림길에서 지금 당장 무엇부터 시작할 것인지 본지는 ‘한국식 경영, 세계로 나가다’라는 주제 아래 길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최고경영자(CEO)라는 개념을 최초로 만들어낸 것은 제너럴모터스(GM)이다. GM은 포드와 함께 ‘대량생산’ ‘CEO 경영’ ‘생산성 혁명’ 등의 개념으로 20세기 산업자본주의를 이끌었다. 그런 GM이 최근 일본 자동차에 밀리면서 일본식 팀제 생산방식인 ‘도요타 웨이’를 따라 새턴사업부에서 ‘팀제 생산방식’을 시도해보려다 실패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
CEO개념 만들었지만
CEO는 20세기 미국 산업자본주의의 발명품이지만 최고의사결정자, 최고사령관 등이 사실 ‘팀장들의 팀장’과 같다는 생각을 한 것은 인류사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몽골제국을 건설했던 킹기스칸(1162-1227)이다.
팀제가 로마제국의 ‘백인대(Centuria,켄투리아)’에서 최초로 유래했다면 이 백인대를 10명 단위로 다시 쪼개서 팀을 만들어 10호라는 팀장을 뽑도록 하고 그런 팀이 10개가 모이면 백호(자군)라고 부르는 중대를 구성하는 등 칭기스칸은 10진법을 이용해 팀제를 더욱 혁신적으로 발전시켰다. 이 제도가 바로 10호를 바탕으로 한 천호제이다.
이 천호제는 당시 몽골 사회의 귀족적 특권과 출생 및 신분에 기초한 카스트 구조를 부수고 사람의 재능을 평가하고 혈통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과제를 부여한, 당시로서는 혁신적이고 새로운 군사 사회 조직 원리였다. 칭기스칸은 이 조직 원리를 통해 모든 몽골 종족과 이민족인 타타르, 위구르, 여진족까지를 통합해 강력한 군사 정치 생활 조직을 만들어냈다.
칭기스칸이 인류사에 남긴 업적은 그와 그 후손들이 이룩한 대제국이나 군사적 정복의 결과보다도 오히려 귀족적 특권과 출생에 기초한 신분제의 벽을 부수어 노예도 능력이 있으면 리더가 될 수 있게 한 바로 이 같은 사회 행정 시스템의 혁신에 있다. ‘존재’를 중시하기보다도 ‘역할’에 중심을 두어 개인의 능력을 최대화 시켜 사회발전에 이바지 하게 하는 시스템을 창안한 것이다.
칭기스칸이 테무친이라는 이름으로 아직 칸의 지위에 오르기 전 당시 몽골 사회는 씨족은 씨족끼리 모여 사는 씨족봉건사회였다. 칭기스칸은 투르크 부족에게서 10진법으로 군사조직을 갖추는 것을 배워 몽골 전 사회를 이 10진법 체제로 바꾸었다. 칭기스칸은 씨족사회를 와해시키고 10진법체제의 팀제 사회로 전환시켰다. 요즘말로 하면 지연 혈연 학연을 철저히 무시한 시스템을 짠 것이다.
칭기스칸은 전사들을 십호(十戶 아르반)라고 부르는 10명으로 이루어진 분대로 편성하여 분대원끼리 서로 형제 역할을 하도록 했다. 친족 집단이나 부족과 관계없이 그들은 형제처럼 함께 살고 싸워야 했다. 그들은 전투에서 분대원이 포로가 되면 남겨두고 떠날 수 없었다. 이것이 그들의 형제 관계를 확인하는 궁극적인 방법이었다. 맏형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가족처럼 몽골의 십호에서도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이 분대장을 맡았다. 그러나 분대원들이 의견을 모아 다른 사람에게 이 자리를 맡길 수도 있었다.
분대 열이 모여, 즉 100명이 모여 백호(百戶 자군)라고 부르는 중대를 이루었다.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중대장을 맡았다. 가족들이 확대되어 가문을 만들듯 몽골의 중대 열이 모이면 천호(千戶 밍간)라고 부르는 연대를 이루었다.
천호가 열 모이면 1만 명이 만호(萬戶 투멘)이라고 부르는 사단을 이루었다.
칭기스칸의 10호제,
‘존재’에서 ‘역할’로
칭기스간은 아버지와 아들과 형제와 사촌이 함께 모여 사는 것은 허락했지만 새로운 단위로 그들을 편성하여 낡은 체제의 가문, 씨족, 부족, 인종적 정체성의 인습을 파괴했다. 이 새로운 단위를 바꾸거나 버리려면 사형을 각오해야 할 정도로 칭기스칸은 혁신을 원칙에 따라 철저히 했다.
칭기스칸은 또 이 새로운 시스템이 침체되지 않도록 그가 세운 제국 헌법(대자사크)이나 격언(빌리크) 등을 통해 경계하고 또 경계했다. 칭기스칸의 빌리크 제6조에 보면 “자격이 없는 10호장, 백호장, 천호장은 그 안에서 갈아치워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 모든 만호장, 천호장, 백호장은 연초와 연말에 나한테 와서 훈시를 듣고 가야 지휘하는데 지장이 없다. 자기 겔(몽골식 천막)에 들어 앉아 내 말을 듣지 않은 자는 물에 빠진 돌처럼, 갈대밭에 떨어진 화살처럼 없어질 것이다”고 말해 팀장들과 의사소통을 중요시했다.
1203년 타타르 정복 이후에 더욱 철저히 조직을 정비한 결과 칭기스칸에게는 1000명 단위인 천호가 95개 정도 있었다 한다. 바로 이 95개 천호라는 팀을 지휘하는 팀장이 ‘칸’이다.
칭기스칸이 새롭게 개혁한 정치 경제 사회 군사 시스템에서 천호장에 올라선 사람은 몽골 사회를 이끌고 지탱하는 기둥이 됐다. 그 중에는 노예출신도 있었다고 한다. 기득권 세력이던 씨족장과 부족장들 사이에서는 원성이 자자했지만 일반 백성과 병사들은 대환영했다고 한다.
백호나 천호들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았을 것까지 감안하면 칭기스칸이 직접 이끌었던 군대는 약 8만-9만 명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칭기스칸은 케식텐이라는 교육제도도 만들었다. 교육대상은 십호장 백호장 천호장, 그리고 정복지 유력자의 자식들이었다. 이들은 케식텐 안에서 전투를 비롯한 각 분야에 걸쳐 전문교육을 받았다. 이 케식텐은 소위 팀장들을 교육시켜 칭기스칸이 변화시킨 새로운 시스템을 운용할 인재들을 키웠다.
말의 스피드와 타이밍
천호제와 케식텐이라는 새로운 사회 조직은 몽골 사회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존재’보다 ‘역할’에 기초를 둬 개인의 실력과 창의성을 극대화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둔한 옛 것’이라는 뜻의 몽고(蒙古)라는 한자말처럼 무지하고 몽매해서 형편없는 몽골족은 바로 칭기스칸의 팀제식 혁신에 힘입어 13세기 중국과 중앙아시아 등 유라시아 대륙을 정복할 수 있었다. 몽골 부족 전체는 당시 약 100만명으로 알려졌으며 이들에게서 뽑은 군대는 약 8만-10만명에 불과했지만 팀장의 팀장인 칭기스 칸은 대제국을 건설했다.
전성기의 몽골 제국은 현대 지도에서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 30개국, 인구로는 30억이 넘는다. 2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약 10만명이라는 말의 스피드를 이용한 기병 부대를 통해 이룩한 성과여서 시간을 다투는 타이밍이 중요시되는 21세기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안찬수 기자 khaein@naeil.com
최고경영자(CEO)라는 개념을 최초로 만들어낸 것은 제너럴모터스(GM)이다. GM은 포드와 함께 ‘대량생산’ ‘CEO 경영’ ‘생산성 혁명’ 등의 개념으로 20세기 산업자본주의를 이끌었다. 그런 GM이 최근 일본 자동차에 밀리면서 일본식 팀제 생산방식인 ‘도요타 웨이’를 따라 새턴사업부에서 ‘팀제 생산방식’을 시도해보려다 실패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
CEO개념 만들었지만
CEO는 20세기 미국 산업자본주의의 발명품이지만 최고의사결정자, 최고사령관 등이 사실 ‘팀장들의 팀장’과 같다는 생각을 한 것은 인류사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몽골제국을 건설했던 킹기스칸(1162-1227)이다.
팀제가 로마제국의 ‘백인대(Centuria,켄투리아)’에서 최초로 유래했다면 이 백인대를 10명 단위로 다시 쪼개서 팀을 만들어 10호라는 팀장을 뽑도록 하고 그런 팀이 10개가 모이면 백호(자군)라고 부르는 중대를 구성하는 등 칭기스칸은 10진법을 이용해 팀제를 더욱 혁신적으로 발전시켰다. 이 제도가 바로 10호를 바탕으로 한 천호제이다.
이 천호제는 당시 몽골 사회의 귀족적 특권과 출생 및 신분에 기초한 카스트 구조를 부수고 사람의 재능을 평가하고 혈통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과제를 부여한, 당시로서는 혁신적이고 새로운 군사 사회 조직 원리였다. 칭기스칸은 이 조직 원리를 통해 모든 몽골 종족과 이민족인 타타르, 위구르, 여진족까지를 통합해 강력한 군사 정치 생활 조직을 만들어냈다.
칭기스칸이 인류사에 남긴 업적은 그와 그 후손들이 이룩한 대제국이나 군사적 정복의 결과보다도 오히려 귀족적 특권과 출생에 기초한 신분제의 벽을 부수어 노예도 능력이 있으면 리더가 될 수 있게 한 바로 이 같은 사회 행정 시스템의 혁신에 있다. ‘존재’를 중시하기보다도 ‘역할’에 중심을 두어 개인의 능력을 최대화 시켜 사회발전에 이바지 하게 하는 시스템을 창안한 것이다.
칭기스칸이 테무친이라는 이름으로 아직 칸의 지위에 오르기 전 당시 몽골 사회는 씨족은 씨족끼리 모여 사는 씨족봉건사회였다. 칭기스칸은 투르크 부족에게서 10진법으로 군사조직을 갖추는 것을 배워 몽골 전 사회를 이 10진법 체제로 바꾸었다. 칭기스칸은 씨족사회를 와해시키고 10진법체제의 팀제 사회로 전환시켰다. 요즘말로 하면 지연 혈연 학연을 철저히 무시한 시스템을 짠 것이다.
칭기스칸은 전사들을 십호(十戶 아르반)라고 부르는 10명으로 이루어진 분대로 편성하여 분대원끼리 서로 형제 역할을 하도록 했다. 친족 집단이나 부족과 관계없이 그들은 형제처럼 함께 살고 싸워야 했다. 그들은 전투에서 분대원이 포로가 되면 남겨두고 떠날 수 없었다. 이것이 그들의 형제 관계를 확인하는 궁극적인 방법이었다. 맏형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가족처럼 몽골의 십호에서도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이 분대장을 맡았다. 그러나 분대원들이 의견을 모아 다른 사람에게 이 자리를 맡길 수도 있었다.
분대 열이 모여, 즉 100명이 모여 백호(百戶 자군)라고 부르는 중대를 이루었다.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중대장을 맡았다. 가족들이 확대되어 가문을 만들듯 몽골의 중대 열이 모이면 천호(千戶 밍간)라고 부르는 연대를 이루었다.
천호가 열 모이면 1만 명이 만호(萬戶 투멘)이라고 부르는 사단을 이루었다.
칭기스칸의 10호제,
‘존재’에서 ‘역할’로
칭기스간은 아버지와 아들과 형제와 사촌이 함께 모여 사는 것은 허락했지만 새로운 단위로 그들을 편성하여 낡은 체제의 가문, 씨족, 부족, 인종적 정체성의 인습을 파괴했다. 이 새로운 단위를 바꾸거나 버리려면 사형을 각오해야 할 정도로 칭기스칸은 혁신을 원칙에 따라 철저히 했다.
칭기스칸은 또 이 새로운 시스템이 침체되지 않도록 그가 세운 제국 헌법(대자사크)이나 격언(빌리크) 등을 통해 경계하고 또 경계했다. 칭기스칸의 빌리크 제6조에 보면 “자격이 없는 10호장, 백호장, 천호장은 그 안에서 갈아치워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 모든 만호장, 천호장, 백호장은 연초와 연말에 나한테 와서 훈시를 듣고 가야 지휘하는데 지장이 없다. 자기 겔(몽골식 천막)에 들어 앉아 내 말을 듣지 않은 자는 물에 빠진 돌처럼, 갈대밭에 떨어진 화살처럼 없어질 것이다”고 말해 팀장들과 의사소통을 중요시했다.
1203년 타타르 정복 이후에 더욱 철저히 조직을 정비한 결과 칭기스칸에게는 1000명 단위인 천호가 95개 정도 있었다 한다. 바로 이 95개 천호라는 팀을 지휘하는 팀장이 ‘칸’이다.
칭기스칸이 새롭게 개혁한 정치 경제 사회 군사 시스템에서 천호장에 올라선 사람은 몽골 사회를 이끌고 지탱하는 기둥이 됐다. 그 중에는 노예출신도 있었다고 한다. 기득권 세력이던 씨족장과 부족장들 사이에서는 원성이 자자했지만 일반 백성과 병사들은 대환영했다고 한다.
백호나 천호들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았을 것까지 감안하면 칭기스칸이 직접 이끌었던 군대는 약 8만-9만 명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칭기스칸은 케식텐이라는 교육제도도 만들었다. 교육대상은 십호장 백호장 천호장, 그리고 정복지 유력자의 자식들이었다. 이들은 케식텐 안에서 전투를 비롯한 각 분야에 걸쳐 전문교육을 받았다. 이 케식텐은 소위 팀장들을 교육시켜 칭기스칸이 변화시킨 새로운 시스템을 운용할 인재들을 키웠다.
말의 스피드와 타이밍
천호제와 케식텐이라는 새로운 사회 조직은 몽골 사회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존재’보다 ‘역할’에 기초를 둬 개인의 실력과 창의성을 극대화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둔한 옛 것’이라는 뜻의 몽고(蒙古)라는 한자말처럼 무지하고 몽매해서 형편없는 몽골족은 바로 칭기스칸의 팀제식 혁신에 힘입어 13세기 중국과 중앙아시아 등 유라시아 대륙을 정복할 수 있었다. 몽골 부족 전체는 당시 약 100만명으로 알려졌으며 이들에게서 뽑은 군대는 약 8만-10만명에 불과했지만 팀장의 팀장인 칭기스 칸은 대제국을 건설했다.
전성기의 몽골 제국은 현대 지도에서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 30개국, 인구로는 30억이 넘는다. 2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약 10만명이라는 말의 스피드를 이용한 기병 부대를 통해 이룩한 성과여서 시간을 다투는 타이밍이 중요시되는 21세기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안찬수 기자 khae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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