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세월 6·3세대, 정치권 원로로
긴조세대, 뒤늦게 조직화 움직임 보여
전대협 세대, 미래정치 주역될지 관심
1965년 6월 3일 한일국교 정상화 회담, 1974년 4월 25일 중앙정보부 ‘민청학련 사건’ 발표, 1975년 5월 13일 긴급조치 9호 발효,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1987년 6·10 항쟁 ….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을 관통하며 한국 현대사를 뒤 흔들어 놓았던 사건들은 그 시기 국가권력에 저항했던 ‘세대’를 낳았다. 6·3 세대, 민청학련 세대, 긴급조치 세대, 광주항쟁 세대, 전대협 세대 등이 그들이다.
살아온 시대가 다른 만큼 각 세대를 구분 짓는 특징이 있긴 하지만 정치적 지향점에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대부분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이란 점에서 그렇다. 최근 이들은 세대별로 모임을 갖는 등 정치권 내에서 ‘세대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스스로 실종된 역사로 평가하는 긴조세대는 다음달 13일 긴급조치 9호 30주년 기념식과 학술토론회를 갖는 등 뒤늦게 조직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덕룡, 6·3세대 대표 정치인= 1964년 한일국교 정상화에 반대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였던 6·3 세대.
현재 정치권에 남아 있는 6·3세대로는 김덕룡(서울대 61학번)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 이재오(중앙대 64학번) 한나라당 의원, 김덕규(고려대 61학번) 국회 부의장, 문희상(서울대 64학번) 열린우리당 의장, 천영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한명숙(이화여대 63학번) 열린우리당 의원 등이다. 4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이들은 정치권 원로로 자리매김해 있다.
6·3세대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흐른 후 탄생한 게 민청학련 세대다. 현 정치권의 핵심은 사실상 민청학련 세대라고 봐도 무방하다.
31년전 오늘, 중앙정보부는 ‘민청학련’ 사건을 발표했다. 민청학련이라는 반정부 학생조직이 정부를 전복하려 했고, 1964년 인민혁명당 사건의 주동자들이 학생들을 배후 조종해 국가전복을 기도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 사건에 연루된 학생·지식인은 1024명. 이중 180명은 비상군법회의에 송치돼 구속 기소됐고 인혁당계 8명은 사형선고 다음날 바로 사형이 집행됐다. 지금 정치권에 남아 있는 민청학련 관련자는 이 철(서울대 69학번) 전 의원, 열린우리당 유인태(서울대 68학번) 장영달 (국민대 68학번) 강창일(서울대 71학번) 의원, 한나라당 이재웅(연세대 73학번) 의원 이해찬(서울대 72학번) 국무총리 등이다. 김근태(서울대 65학번) 보건복지부 장관, 손학규(서울대 65학번) 경기도 지사는 민청학련 배후조정 혐의로 수배를 받은 인물들이다.
이들은 매년 ‘민청학련운동계승사업회(회장 이 철 전 의원)’를 통해 모임을 갖고 있다.
◆중간허리 역할 ‘긴조세대’ = 70년대 유신헌법 반대데모를 주도했던 긴조세대는 민청학련 세대와 70년대를 같이 살았지만 정치적으로 커다란 조명을 받지 못했다. 유신체제에 저항한 주축이었지만 이들 스스로 ‘실종된 역사’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긴조세대 국회의원은 약 20명. 72학번에서 78학번인 이들은 현재 정치권에서 중간허리 역할을 맡고 있지만 대부분 초·재선이다.
긴조세대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열린우리당 이호웅(서울대 69학번) 의원·원혜영(서울대 70학번)·문학진(고려대 74학번)·김부겸(서울대 76학번)·우원식(연세대 76학번) 의원, 한나라당 박계동(고려대 72학번)·김문수(서울대 72학번) 의원 등이다.
대략 봐서도 드러나듯, 이들 정치인의 면면은 각양각색이다. 긴조세대의 한 정치인은 “대중과 함께, 조직화된 운동을 했던 전대협 세대와 달리 우리세대의 운동은 비조직적이었고 대중적이지 않았다”며 “긴조세대는 드러내놓고 운동을 할 수 없었던 시대의 산물”라고 평가했다.
17대 국회 들어 열린우리당 내 긴조세대는 ‘아침이슬’이란 모임으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도하는 등 강한 인상을 주었다.
우리당 우원식 의원은 “각 세대별로 모임을 갖고 있는데 우리까지 무슨 모임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내부 지적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모임이 긴조세대의 역사적 의미를 정립하는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운동의 시작, 광주항쟁·전대협 세대 = 긴조세대 이후 등장하는 광주항쟁 세대와 전대협 386 세대는 70년대와 달리 운동 과정에서 대중성을 확보함으로써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치적으로도 민청학련이나 긴급조치 세대에 비해 조명을 받은 세대이기도 하다. 보통 광주항쟁과 전대협을 묶어 ‘386세대’라고 부르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이들 세대를 분리해 보는 게 맞다.
광주항쟁 세대의 대표적인 국회의원으로는 열린우리당 민병두(성균관대 78학번) 송영길(연세대 81학번) 김영춘(고려대 81학번) 의원과 심재철(서울대 78학번) 한나라당 의원 등이다.
전대협 세대 국회의원은 열린우리당 이인영(고려대 84학번) 오영식(고려대 85학번) 임종석(한양대 86학번) 이기우(성균관대 85학번) 등을 포함, 10명이다.
전대협 세대는 현재 외곽에서 ‘전대협 동호회’라는 이름으로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이기우 의원은 “전대협 세대에 대한 이런저런 비판과 평가가 있지만 대중운동을 거쳐 정치권에 들어왔기 때문에 향후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며 “현재 전대협 세대 정치인은 리더십 트레이닝 과정에 있다고 본다. 평가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신창훈 기자 chunsim@naeil.com
긴조세대, 뒤늦게 조직화 움직임 보여
전대협 세대, 미래정치 주역될지 관심
1965년 6월 3일 한일국교 정상화 회담, 1974년 4월 25일 중앙정보부 ‘민청학련 사건’ 발표, 1975년 5월 13일 긴급조치 9호 발효,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1987년 6·10 항쟁 ….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을 관통하며 한국 현대사를 뒤 흔들어 놓았던 사건들은 그 시기 국가권력에 저항했던 ‘세대’를 낳았다. 6·3 세대, 민청학련 세대, 긴급조치 세대, 광주항쟁 세대, 전대협 세대 등이 그들이다.
살아온 시대가 다른 만큼 각 세대를 구분 짓는 특징이 있긴 하지만 정치적 지향점에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대부분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이란 점에서 그렇다. 최근 이들은 세대별로 모임을 갖는 등 정치권 내에서 ‘세대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스스로 실종된 역사로 평가하는 긴조세대는 다음달 13일 긴급조치 9호 30주년 기념식과 학술토론회를 갖는 등 뒤늦게 조직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덕룡, 6·3세대 대표 정치인= 1964년 한일국교 정상화에 반대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였던 6·3 세대.
현재 정치권에 남아 있는 6·3세대로는 김덕룡(서울대 61학번)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 이재오(중앙대 64학번) 한나라당 의원, 김덕규(고려대 61학번) 국회 부의장, 문희상(서울대 64학번) 열린우리당 의장, 천영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한명숙(이화여대 63학번) 열린우리당 의원 등이다. 4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이들은 정치권 원로로 자리매김해 있다.
6·3세대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흐른 후 탄생한 게 민청학련 세대다. 현 정치권의 핵심은 사실상 민청학련 세대라고 봐도 무방하다.
31년전 오늘, 중앙정보부는 ‘민청학련’ 사건을 발표했다. 민청학련이라는 반정부 학생조직이 정부를 전복하려 했고, 1964년 인민혁명당 사건의 주동자들이 학생들을 배후 조종해 국가전복을 기도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 사건에 연루된 학생·지식인은 1024명. 이중 180명은 비상군법회의에 송치돼 구속 기소됐고 인혁당계 8명은 사형선고 다음날 바로 사형이 집행됐다. 지금 정치권에 남아 있는 민청학련 관련자는 이 철(서울대 69학번) 전 의원, 열린우리당 유인태(서울대 68학번) 장영달 (국민대 68학번) 강창일(서울대 71학번) 의원, 한나라당 이재웅(연세대 73학번) 의원 이해찬(서울대 72학번) 국무총리 등이다. 김근태(서울대 65학번) 보건복지부 장관, 손학규(서울대 65학번) 경기도 지사는 민청학련 배후조정 혐의로 수배를 받은 인물들이다.
이들은 매년 ‘민청학련운동계승사업회(회장 이 철 전 의원)’를 통해 모임을 갖고 있다.
◆중간허리 역할 ‘긴조세대’ = 70년대 유신헌법 반대데모를 주도했던 긴조세대는 민청학련 세대와 70년대를 같이 살았지만 정치적으로 커다란 조명을 받지 못했다. 유신체제에 저항한 주축이었지만 이들 스스로 ‘실종된 역사’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긴조세대 국회의원은 약 20명. 72학번에서 78학번인 이들은 현재 정치권에서 중간허리 역할을 맡고 있지만 대부분 초·재선이다.
긴조세대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열린우리당 이호웅(서울대 69학번) 의원·원혜영(서울대 70학번)·문학진(고려대 74학번)·김부겸(서울대 76학번)·우원식(연세대 76학번) 의원, 한나라당 박계동(고려대 72학번)·김문수(서울대 72학번) 의원 등이다.
대략 봐서도 드러나듯, 이들 정치인의 면면은 각양각색이다. 긴조세대의 한 정치인은 “대중과 함께, 조직화된 운동을 했던 전대협 세대와 달리 우리세대의 운동은 비조직적이었고 대중적이지 않았다”며 “긴조세대는 드러내놓고 운동을 할 수 없었던 시대의 산물”라고 평가했다.
17대 국회 들어 열린우리당 내 긴조세대는 ‘아침이슬’이란 모임으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도하는 등 강한 인상을 주었다.
우리당 우원식 의원은 “각 세대별로 모임을 갖고 있는데 우리까지 무슨 모임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내부 지적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모임이 긴조세대의 역사적 의미를 정립하는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운동의 시작, 광주항쟁·전대협 세대 = 긴조세대 이후 등장하는 광주항쟁 세대와 전대협 386 세대는 70년대와 달리 운동 과정에서 대중성을 확보함으로써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치적으로도 민청학련이나 긴급조치 세대에 비해 조명을 받은 세대이기도 하다. 보통 광주항쟁과 전대협을 묶어 ‘386세대’라고 부르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이들 세대를 분리해 보는 게 맞다.
광주항쟁 세대의 대표적인 국회의원으로는 열린우리당 민병두(성균관대 78학번) 송영길(연세대 81학번) 김영춘(고려대 81학번) 의원과 심재철(서울대 78학번) 한나라당 의원 등이다.
전대협 세대 국회의원은 열린우리당 이인영(고려대 84학번) 오영식(고려대 85학번) 임종석(한양대 86학번) 이기우(성균관대 85학번) 등을 포함, 10명이다.
전대협 세대는 현재 외곽에서 ‘전대협 동호회’라는 이름으로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이기우 의원은 “전대협 세대에 대한 이런저런 비판과 평가가 있지만 대중운동을 거쳐 정치권에 들어왔기 때문에 향후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며 “현재 전대협 세대 정치인은 리더십 트레이닝 과정에 있다고 본다. 평가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신창훈 기자 chuns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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