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교정행정 현장을 가다]⑧ 대전교도소

아픔딛고 교정행정 모범으로 다시 우뚝

지역내일 2005-04-29
교정시설은 사회와 괴리된 별천지이자 인권의 사각지대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얼음장 밑을 흐르는 물소리를 통해 봄을 느끼듯 최근 교정행정에도 상당한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개방형 시설과 환경정비 그리고 수용자에 대한 처우개선까지 변화는 이미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됐다.
여기에는 김승규 법무장관 등 수뇌부 의지가 강하게 배어있다. 본지는 매주 1회씩 달라지고 있는 교정행정의 현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때 묻은 손 씻어주신 눈물겨운 공훈을 기려 저 찬연한 별빛으로 길이 빛나게 하소서 (교도관 추모비 내용 중 일부)
지난해 7월초 대전교도소에는 큰 아픔이 있었다. 고 김동민 교감이 수용자가 휘두른 둔기에 맞아 숨진 사건이다. 이 사건은 비단 대전교도소만의 아픔이 아니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전국 교도관 모두의 고통이었다. 유족을 위해 전국 교도관 1만 2000여명이 한 달여 동안 자발적으로 모금한 성금이 3억원을 훨씬 넘었다. 추모비를 세웠고, 열악한 교정행정에 대한 사회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제 10개월 가까이 지났다. 슬픔은 가슴에 묻고, 다시 우뚝 서고 있다. 대전교도소에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아나고 있는 것이다.

◆규모 수용자 전국 최대 = 대전교도소는 규모와 수용인원 면에서 전국에서 단연 돋보인다. 12만 5000평에 이르는 면적은 전국 교정시설 가운데 가장 넓다. 이곳에 사동, 공장, 사무실 등 건물만 100개가 넘는다. 경비교도를 포함한 직원이 700명이 넘는다.
수용인원도 마찬가지다. 기결수와 미결수까지 합치면 3500명 가까운 수용인원으로 웬만한 교정시설 2~3개를 합친 숫자다. 1300명 정도가 초과수용 상태다.
미결수를 수용할 수 있는 구치소 설치가 현안이 되고 있는 이유다.
더구나 2범 이상 수형자들을 모아놓았기 때문에 관리가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규모와 시설 그리고 수용자까지 대전교도소는 간단치 않은 곳임에 분명하다.

◆역사와 함께 한 영욕의 공간 = 대전교도소는 우리 근현대사의 명암을 그대로 담고 있다. 3·1운동이 일어난 지 정확히 두 달 뒤인 1919년 5월 1일 대전교도소는 개청했다.
일제에 의해 대전감옥이라는 이름으로 그 생명이 시작됐다. 그러다가 1961년 대전교도소로 이름을 바꿨고, 84년에 현재의 유성구 대정동으로 옮겨 지금에 이른다.
오랜 역사만큼 이곳을 거쳐 간 유명 인사들이 많다. 안창호 선생을 비롯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이곳에서 옥고를 치렀다.
해방이후에는 이념갈등 속에서 비전향 장기수 등 수많은 사상범들의 전문 수용소로 대전교도소가 자리 잡았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는 통혁당 사건으로 20년 복역하는 가운데 15년을 이곳 대전교도소에서 보냈다. 신 교수는 이곳 생활의 가장 큰 아픔은 밤마다 들려오는 호남선 기차소리였다고 회고했다. 기차소리를 들을 때 마다 ‘차창에 불 밝힌 저 기차는 저마다의 고향으로 사람들을 싣고 가고 있구나’라는 상념에 젖었다고 한다.
<야생초 편지="">를 쓴 황대권씨, ‘유학생 간첩사건’의 서준식씨 등 현대사를 풍미한 인사들이 많다.
정치인들도 상당하다. 특히 한화갑 민주당 대표의 키스사건은 유명하다. 한 대표는 1981년 1월 세 번째 감옥생활을 대전교도소에서 했다. 이곳에서 그는 면회를 온 부인과 포옹하고 뜨거운 키스까지 했다.
이 사건은 교도소 생긴 이래 처음이어서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독립투사에서부터 사상범, 정치인들까지 대전교도소는 그렇게 우리 역사와 맥이 닿아 있다.

◆“교도소한테, 정부한테도 고맙다?”= 파키스탄 출신의 알리 00(남·35). 그는 2000년 11월 살인죄로 7년형을 선고 받았다. 비즈니스 비자로 우리나라를 오가던 그는 사기를 당해 귀국할 수 없었고 불법체류자 신세가 됐다.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는 2001년 7월 대전교도소로 왔다. 생활을 잘해 지난해부터는 구외공장에 작업을 나가고 있다. 6개월 동안 작업상여금을 150만원 정도 모았고, 만기 출소 때까지 600~650만원 정도 모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교도소한테도 그렇고 정부한테도 고맙다”면서 “한국이 좋은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됐는데 너무 늦어버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전교도소에는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외국인 수형자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지난 95년 외국인 수용자 전담교도소로 지정돼 현재 26개국 300명 가까운 외국인 수용자가 있다. 나라와 문화가 달라 처우가 쉽진 않지만 외국인 전담직원을 두고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좌절의 끝에 희망을 본다 = 작업이나 기술교육을 통한 교정교화는 외국인 수용자뿐 만이 아니다.
내국인 수용자들에게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18개 작업장에는 1500여명이 취업해 있는 상태다. 이들이 지난해 올린 실적이 52억원을 넘는다. 2년 연속 전국교도작업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지난해 장기 수형자들에게 시범실시한 주택청약예금 가입 운동은 반응이 너무 좋아 전국 교정시설로 확대실시 되고 있는 상황이다.
각종 직업훈련과 교육활동 또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린 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 가구제작부문 금상을 받은 이 모(36)씨는 배운지 3년 만에 지방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씨는 “오는 9월 전국대회를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면서 “출소 후 가구점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타일부문 금상을 받은 최 모(45)씨도 “사회에서 한 번도 경험이 없지만 적성에 맞는 것 같다”면서 “미장 조적까지 두루 배워 기능장 자격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좌절의 시간에서 희망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김현태 소장은 “본인이 변신하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길이 있고 도와줄 용의가 있다”면서 “이들에게 가족과 주변사람들 그리고 사회가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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