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경찰이 아직 멀었다는 얘기 많이 한다. 고소장을 경찰에 내지 않고 왜 검찰에 내겠는가. 경찰이 아직 못 미더운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한 부장검사가 대화 도중 수사권조정 문제가 화제에 오르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경찰에 더 많은 권한을 주는 것에 대해 이렇게 ‘시기상조론’을 폈다.
시기상조론은 경찰이 아직 ‘인권문제’와 ‘부패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수사력이 미흡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경찰에게 이 3가지 문제는 아킬레스건이다.
◆곤혹스런 인권침해 논란 = 지난해 경찰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 논란에 휩싸인 대표적인 사건은 ‘밀양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이다. 경찰은 사건 조사과정에서 피해자를 가해자들과 직접 대질시키는 등 초보적인 수사준칙을 지키지 않아 피해자 인권을 침해하고 말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경찰의 잘못된 수사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시 송광수 검찰총장은 “기본적인 원칙마저 지키지 않았고 피해자 보호지침도 무시됐다”며 “사건을 원점에서 철저히 수사하라”고 사건 지휘 검찰청인 울산지검에 특별 지시해 경찰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최근 수사권조정 논의에서도 검찰은 불량만두 파동과 함께 이 사건을 경찰의 인권침해 사례로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경찰을 자극했다. 검찰은 경찰의 불량만두 수사를 두고 만두소의 유해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기소된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고 몰아 붙였다 .
경찰은 이 사건 이후 만회를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취임직후부터 “인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라며 조직내부에 인권 드라이브를 걸었다.
경찰청 내에 총경급을 책임자로 하는 ‘인권보호센터’를 설치하고 학계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인권수호위원회’도 설립했다. 또 ‘인권보호경찰직무규칙’(가칭)을 제정하는 등 관련규정을 정비하고 현장지도 강화와 인권 매뉴얼 발간 등을 통해 수사과정의 인권침해 방지대책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경찰 인권문제의 성패는 경찰이 얼마나 과거 잘못된 수사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권수사 관행을 형성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현장 수사관들이 새로운 수사관행을 몸을 체득하도록 꾸준한 교육과 훈련이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외대 이호중 교수(형법 전공)는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조직내부에 인권기구를 설치하고 인권교육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화돼야 할 과학수사역량 = 지난 3월 10일 경찰청 외사과는 인기그룹 멤버인 가수 A씨와 연예기획자 B씨, 여성댄스그룹 멤버 C씨를 마약 등을 복용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하지만 C씨에 대해 소변검사를 실시했으나 대마초 흡연사실을 확인하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C씨는 흡연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고 유일한 증거는 공범의 자백밖에 없는 상황에서 공소유지가 가능한지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다.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지 두 달이 지나 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을 요청했으나 담당 부서에서는 상황을 알지 못했다. 심지어 주임검사가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사건해결은 범인 검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확보해 법원에 의해 유죄가 확정됐을 때 사건이 종료된 것으로 봐야 한다. 경찰 수뇌부도 이런 점을 의식해 수사력 강화에 역점을 두는 모습이다.
경찰청은 올해 베테랑 수사관을 양성하는 수사경과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경찰청이 수사경과제를 시행한 것은 수사전문가 양성과 과학수사시스템 확립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사경과제는 수사경찰을 일반경찰과 분리해 독립적인 인사, 교육 시스템을 갖추어 운영하는 제도다. 수사경찰을 수사부서에서만 평생 근무토록 보장함으로써 수사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최근 경찰 수사력이 상당히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수능부정 사건과정에서 보여준 경찰의 수사력은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고 사이버범죄, 마약범죄, 강력범죄 수사 등에서는 수사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다.
하지만 앞으로 수사권이 조정되면 사건에 대한 경찰 책임이 커지게 된다. 더욱이 공판중심주의가 시행되면 수사경찰이 재판에서 증인으로 직접 서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따라서 경찰이 과학적 수사에 바탕을 둔 수사력 강화에 획기적인 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찰 비리 근본적 해결이 관건 = 수사권조정과 관련 뇌물수수 등 경찰 비리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권한이 주어진 만큼 도덕성도 함께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다.경찰관의 수뢰문제가 사회문제로 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찰 수뇌부는 일단 감찰기능 강화 등을 통한 내부 부패방지 시스템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경찰청 박종환 감사관은 “현재 경찰의 감찰은 다른 공직 사회보다 강하고 징계수위도 높아 부패 경찰관이 발 딛기 어렵다”며 “수사과정에서 벌이지는 부패문제는 더욱 강력한 감찰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감찰기능을 보안하기 위해 대법원이나 법무부처럼 민간인 5∼6명이 참여하는 감찰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좀더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투명성기구 오정택 사업국장은 “현재 경찰의 감찰은 신분보장이 이뤄지지 않아 감찰 기능을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심지어 감찰반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다른 보직으로 발령이 나면서 감찰 대상자 밑에서 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국장은 “감찰담당 직원의 신분보장과 함께 민간인이 감찰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경찰 수뇌부는 부패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찰관 처우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이 절실하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예산부처 등에 대한 설득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정원택 정석용 기자 wontaek@naeil.com
서울중앙지검 한 부장검사가 대화 도중 수사권조정 문제가 화제에 오르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경찰에 더 많은 권한을 주는 것에 대해 이렇게 ‘시기상조론’을 폈다.
시기상조론은 경찰이 아직 ‘인권문제’와 ‘부패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수사력이 미흡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경찰에게 이 3가지 문제는 아킬레스건이다.
◆곤혹스런 인권침해 논란 = 지난해 경찰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 논란에 휩싸인 대표적인 사건은 ‘밀양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이다. 경찰은 사건 조사과정에서 피해자를 가해자들과 직접 대질시키는 등 초보적인 수사준칙을 지키지 않아 피해자 인권을 침해하고 말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경찰의 잘못된 수사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시 송광수 검찰총장은 “기본적인 원칙마저 지키지 않았고 피해자 보호지침도 무시됐다”며 “사건을 원점에서 철저히 수사하라”고 사건 지휘 검찰청인 울산지검에 특별 지시해 경찰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최근 수사권조정 논의에서도 검찰은 불량만두 파동과 함께 이 사건을 경찰의 인권침해 사례로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경찰을 자극했다. 검찰은 경찰의 불량만두 수사를 두고 만두소의 유해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기소된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고 몰아 붙였다 .
경찰은 이 사건 이후 만회를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취임직후부터 “인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라며 조직내부에 인권 드라이브를 걸었다.
경찰청 내에 총경급을 책임자로 하는 ‘인권보호센터’를 설치하고 학계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인권수호위원회’도 설립했다. 또 ‘인권보호경찰직무규칙’(가칭)을 제정하는 등 관련규정을 정비하고 현장지도 강화와 인권 매뉴얼 발간 등을 통해 수사과정의 인권침해 방지대책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경찰 인권문제의 성패는 경찰이 얼마나 과거 잘못된 수사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권수사 관행을 형성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현장 수사관들이 새로운 수사관행을 몸을 체득하도록 꾸준한 교육과 훈련이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외대 이호중 교수(형법 전공)는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조직내부에 인권기구를 설치하고 인권교육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화돼야 할 과학수사역량 = 지난 3월 10일 경찰청 외사과는 인기그룹 멤버인 가수 A씨와 연예기획자 B씨, 여성댄스그룹 멤버 C씨를 마약 등을 복용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하지만 C씨에 대해 소변검사를 실시했으나 대마초 흡연사실을 확인하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C씨는 흡연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고 유일한 증거는 공범의 자백밖에 없는 상황에서 공소유지가 가능한지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다.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지 두 달이 지나 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을 요청했으나 담당 부서에서는 상황을 알지 못했다. 심지어 주임검사가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사건해결은 범인 검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확보해 법원에 의해 유죄가 확정됐을 때 사건이 종료된 것으로 봐야 한다. 경찰 수뇌부도 이런 점을 의식해 수사력 강화에 역점을 두는 모습이다.
경찰청은 올해 베테랑 수사관을 양성하는 수사경과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경찰청이 수사경과제를 시행한 것은 수사전문가 양성과 과학수사시스템 확립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사경과제는 수사경찰을 일반경찰과 분리해 독립적인 인사, 교육 시스템을 갖추어 운영하는 제도다. 수사경찰을 수사부서에서만 평생 근무토록 보장함으로써 수사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최근 경찰 수사력이 상당히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수능부정 사건과정에서 보여준 경찰의 수사력은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고 사이버범죄, 마약범죄, 강력범죄 수사 등에서는 수사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다.
하지만 앞으로 수사권이 조정되면 사건에 대한 경찰 책임이 커지게 된다. 더욱이 공판중심주의가 시행되면 수사경찰이 재판에서 증인으로 직접 서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따라서 경찰이 과학적 수사에 바탕을 둔 수사력 강화에 획기적인 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찰 비리 근본적 해결이 관건 = 수사권조정과 관련 뇌물수수 등 경찰 비리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권한이 주어진 만큼 도덕성도 함께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다.경찰관의 수뢰문제가 사회문제로 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찰 수뇌부는 일단 감찰기능 강화 등을 통한 내부 부패방지 시스템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경찰청 박종환 감사관은 “현재 경찰의 감찰은 다른 공직 사회보다 강하고 징계수위도 높아 부패 경찰관이 발 딛기 어렵다”며 “수사과정에서 벌이지는 부패문제는 더욱 강력한 감찰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감찰기능을 보안하기 위해 대법원이나 법무부처럼 민간인 5∼6명이 참여하는 감찰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좀더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투명성기구 오정택 사업국장은 “현재 경찰의 감찰은 신분보장이 이뤄지지 않아 감찰 기능을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심지어 감찰반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다른 보직으로 발령이 나면서 감찰 대상자 밑에서 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국장은 “감찰담당 직원의 신분보장과 함께 민간인이 감찰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경찰 수뇌부는 부패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찰관 처우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이 절실하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예산부처 등에 대한 설득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정원택 정석용 기자 wontae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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