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이 아름답다]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지역본부 훈련사업부 안희철·원희수 (마지막회)

“정보화의 사각지대, ‘정보화 난민’을 찾아갑니다”

지역내일 2005-05-18
‘일하는 사람이 아름답다’시리즈를 연재를 마칩니다. 총26회에 걸쳐 연재된 이 시리즈는 우리사회 서민직업인의 일과 삶을 살펴본 보고서로써 우리 주변에서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일하고 있는 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산업인력공단 서울지역본부는 99년 10월부터 ‘이동직업훈련’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한마디로 ‘수요자가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는 교육’인데, 사내 직업훈련시설이 미비한 영세 기업체의 근로자, 실업자, 중·고령자, 농촌 주민 등을 대상으로 아주 초보적인 인터넷 활용에서부터 홈페이지, 포토샵, CAD, 엑셀, 파워포인트에 이르기까지 정보화 기초 및 실무 교육을 진행한다.
어디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비롯해 교육 설비가 완벽하게 갖춰진 이동 버스 안에서! 사업 시작 이후 작년까지 5년 동안 5천여명이 교육과정을 수료한 점도 그렇거니와 40대 이상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 갈수록 신청자가 더 많아진다는 점으로 볼 때 성공작으로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정보화 시대, 정보화 시대 하지만 의외로 사각지대가 많습니다. 교육생들 중에는 한글을 모르는 분, ABC를 모르는 분, 컴퓨터 끄고 켜는 법을 모르는 분도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젊은 분들 중에도 컴퓨터를 전혀 못 다루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 농촌의 여성들은 말할 것도 없지요.”
원희수씨(33세)가 ‘이동 교실’의 선생님으로 이런 ‘정보화 시대의 난민’들을 만나게 된 것은 5년 전이다. 초등학교에서 컴퓨터 교육 강사를 하던 중에 아는 분의 소개로 강의를 맡게 되었다. 개인 사정으로 갑자기 일을 못하게 된 강사의 ‘땜빵 자리’였던 데다 “늘 아이들과만 지내다 어른들을 가르친다니까 부담감도 느껴져서” 조금만 하다 말리라 생각했다.
“처음엔 너무 떨렸어요. 다들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라. 그런데 아이들보다 훨씬 더 집중력이 있고 열의가 넘치는 거예요.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니까 그렇겠죠? 이제는 천직처럼 느껴져요. 집에서 속상한 일이 있어도 강의만 시작하면 다 잊어버릴 정도니까요. 내성적이던 성격도 많이 활달해지고…. 교육생들이 기뻐하는 것을 보면 저는 그 이상으로 기쁘지요.”
갈급한 이들에게 꼭 필요한 도움을 주는 기쁨, 이동직업훈련팀의 일정을 조절하고 행정업무와 시스템 관리를 맡고 있는 안희철씨(27세)도 마찬가지로 그런 보람을 느낀다.
“교육생들이 좋아할 때, 배운 것들을 업무와 생활에서 요긴하게 활용하는 것을 볼 때, 정보화의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큰 보람을 느끼죠. 농민들 중엔 인터넷 몰을 이용해 생산물 판로를 넓히는 분들도 계시고, 인터넷 쇼핑몰에 취업하는 주부들도 있습니다.”
안희철씨는 사업 시행 초기에 공익근무요원으로 공단에 배치되어 팀의 시스템관리를 맡았다가 공익 근무기간이 끝난 뒤 계약직 사원으로 채용되어 지금까지 함께 일하고 있다.
“강사들 네 분이 모두 30대 초중반의 여성들입니다. 오래 함께 일하다 보니 이젠 다들 누나 같죠. 인생살이도 배우고, 또 일하는 여성들의 고충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었습니다.”

공단의 교육용 이동버스는 두 대이다. 한 대는 정원이 20명, 다른 한 대는 30명이다. 버스 한 대에 기사 한 명과 강사 두 명으로 조가 짜여 있고, 안희철씨는 두 ‘교실’의 행정관리자 역할을 한다.
교육은 주로 경기도 일대에서 이루어지고, 가끔은 강원도도 간다. 교육 과정은 4주 단위로 짜여 있고, 강의 시간은 오전, 오후, 야간의 세 반으로 나누어져 있다. 오전반은 9시 30분에서 12시, 오후반은 1시에서 4시 30분, 야간반은 6시에서 7시 40분까지 진행되는데, 야간반은 기업체 재직 사원들 중심이다. 강사들은 한 달 단위로 ‘오전·오후조’와 ‘오후·야간조’를 바꾸어 맡는다.
이동할 때는 교육지의 거리와 교통 사정에 따라 대중교통, 자가운전, 이동버스를 적당히 선택한다. 이동버스의 경우 먼 곳으로 갈 땐 새벽 5시 30분, 보통은 6시에 공단본부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오전·오후조일 땐 새벽 일찍 집을 나서야 하고 오후·야간조일 땐 밤늦게 집에 들어간다.
원희수씨는 열 살 난 아들과 일곱 살 난 딸을 두고 있고 시어머니와 같이 산다. 그런 상황이 힘들지는 않을까. “저희 시어머니는 평생 직장 생활을 하신 분이고 지금도 일을 하세요. ‘여자도 일을 해야 한다’는 신조를 갖고 계신 활동적인 분이셔서 잘 이해해 주십니다. 늦을 땐 가까이 사는 친정어머니가 아이들을 봐 주시고, 또 이웃에 초등학교 때부터의 단짝 친구가 살아서 아이들 숙제도 봐주고. 조력자를 잘 조직한 셈이죠?”
안희철씨의 경우, 먼 곳일 땐 다음날 오전반 일정 때문에 교육지에서 기사와 함께 일주일 내내 묵어야 할 때도 있다. 3년전 결혼한 안희철씨도 아내가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맞벌이 부부다.
보람이 크다고는 해도, 남양주, 포천, 양주, 하남, 성남, 고양, 동두천, 안양, 안산, 안성, 양평, 용인……경기도의 거의 모든 시읍면을 훑고 다니는데 이런저런 어려움이 왜 없겠는가만 교육생들이 보여주는 따뜻한 인정은 그런 모든 것들을 잊게 만든다.
“농촌 지역에 가면 고구마 쪄오는 분들도 있고, 마늘 같은 거 갖다 주시는 분들도 있고. 언젠가 한번은 연세 많이 드신 아주머니 한 분이 교육 끝나는 날 섭섭하다고 그렇게 많이 우시더라고요. 누군가 친절하게 자신을 가르쳐 준 경험을 오랜만에 해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 인정의 힘 때문인지 ‘이동 교실’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 번도 수업을 못하거나 늦었던 적이 없다. 언젠가는 양평엘 가는데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교육생들이 오지 말라고 말렸지만 그래도 갔다.
“멀다거나 길이 험하다거나 날씨가 나쁘다거나 하는 건 아무렇지도 않아요. 제일 힘 빠질 땐 출석율이 떨어질 때죠. 재직자들은 야근 때문에 못 오는 수가 왕왕 있거든요.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안타깝죠.”

초기에는 홍보가 덜 되어서 아파트 단지에서 교육생들을 모집하기도 하였으나 사업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지금은 신청자 수를 조절해야할 정도가 되었다. 이제까지는 수료자 가운데 기업체 재직 근로자가 1/3 정도였는데, 앞으로는 재직 근로자 교육을 중점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럴려면 수요자가 실제 업무에서 필요로 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아주 구체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짜야 합니다. 일반적인 기능들은 안 쓰면 잊어버리거든요. 수강생들의 업무와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딱 들어맞는 맞춤식 교육을 해야죠.”
원희수씨와 안희철씨의 열성, 그리고 파트너로서의 궁합을 보건대 ‘맞춤식 교육 프로그램’도 틀림없이 잘 진행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원선생님은 강의를 정말 쉽게 잘 합니다. 수강생들과 호흡도 잘 맞추고요. 어떤 교육을 맡겨도 안심이 되는 분이지요.” “안희철씨는 저희들이 강의 외에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게 해 줍니다. 일정 조절이며 프로그램 사전 조율, 연락 같은 걸 정말 민첩하고 요령 있게 잘 해요. 그리고 어찌나 여성들을 잘 이해하고 배려하는지 저희 강사들이 모두들 입을 모아 말합니다. ‘아유, 우리 남편이 안희철씨만 같으면 얼마나 좋겠어.’”
“이 일 하면서 보니까 여성들 속 썩이는 남편들이 참 많더라”고 여성들 걱정을 해주는 안희철씨도 알고 보면 남 걱정할 형편은 아니다. 그는 아내와 함께 부천의 작은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다.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빚을 많이 져서 당장은 그 빚을 끄느라 ‘내 집 마련’ 같은 ‘사치스런’ 계획도 세울 겨를이 없다. “어렵죠. 근데 어려우니까 아내와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는 동지로서의 끈끈한 정이 생기더라고요.”
앞으로의 인생계획을 물었더니 두 사람의 대답이 소박하기 그지없다. 원희수씨의 바램은 “이 사업이 오래 계속되어서 앞으로도 강의를 계속 할 수 있는 것”이다. 안희철씨의 바램 역시 “앞으로도 정보화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기회가 생긴다면 전공인 제어계측 분야의 일을 해 보는 것”이다.
삶이 두 사람을 속일지라도 두 사람은 슬퍼하거나 노하지 않을 것 같다. 욕심 없는 사람을 속이기는 쉽지 않고, 설혹 속인다 할지라도 슬픈 날을 참고 견딜 수 있을 만큼, 그리하여 즐거운 날을 맞이할 수 있을 만큼 두 사람은 젊고 푸르다.

/글 유시주·사진 백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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