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천민자본주의와 파퓰리즘 논쟁

지역내일 2005-05-22
지난4월 중순 독일 사회민주당(SPD)대표 프란츠 뮌테페링은 빌트암존탁과 의 회견에서 외국계 투자자들을 메뚜기 떼에 비유하면서 “국제적 경쟁에 의해 촉발된 이익극대화 전략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반자본주의 논쟁에 불을 지폈다.
뮌테페링은 “국제자본가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들의 행동이 근로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면서 2004년 기록적인 이익을 내고서도 6400명이나 해고한 도이치방크를 “비도적적이고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당시에는 여론의 주목을 거의 받지 않고 지나갔지만 4월의 발언은 독일에서 가장 큰 주의 지방선거를 눈앞에 둔 민감한 시점에 나왔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젊은이들 사이에는 “자본주의 타도”라는 구호가 적힌 티셔츠가 유행을 하고, 발행부수가 200만부나 되는 한 노조의 잡지는 “미국기업은 흡혈귀”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프랑크푸르트의 증권거래소 도이체베르제와 영국의 헤지펀드인 어린이투자신탁 사이의 분쟁을 중재하던 한스 아이켈 재무장관 역시 이 논쟁에 뛰어들면서 “단기이익만을 추구하는 외국자본에 대해서는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보다 인건비가 싼 국가에 투자하는 기업들에 대한 비판을 거침 쏟아내면서 소위 “메뚜기 기업 리스트”가 나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당연히 반발이 뒤따랐다.
메뚜기기업 명단에 올랐던 도이치방크의 조셉 아케르만 회장은 5월18일 “투자자들을 일자리를 먹어 치우는 벌레로 비하한다면 독일은 더 이상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사민당을 비난했다.
분데스방크 역시 “기업과 투자가의 경쟁적인 노력을 비판하는 것은 불확실성만 가중시킬 뿐이며 구조적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또 독일 근로자연맹의 디테르 훈트도 “사민당의 반자본주의 논쟁은 독일의 대외 이미지를 악화시키는 역효과만 낼 뿐”이라고 비난했다.
독일 국영 항공사인 루프트한자의 감사이사회 의장 쥐르겐 베버도 “반자본주의 논쟁이 외국인들의 투자를 가로 막는다”고 경고했다.
급기야 사민당의 반자본주의 논쟁은 파퓰리즘이라는 비난까지 받게 되었다. 베를린 아스펜연구소의 제프리 게드민 소장은 5월17일 파이낸셜타임즈 기고문을 통해 “슈뢰더는 자본주의에 대한 논쟁을 정직한 국민적 토론으로 이끌지 않고 인기영합적인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했다”면서 “5월22일의 선거가 어느 정당의 승리로 끝나든 독일은 이미 파퓰리즘 정치의 패배자로 전락하고 있다”고 여당을 비판했다.
지난 수십 년간 잠잠하던 반자본주의 논쟁이 유럽 제1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불이 붙게 된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실업문제다.
사민당의 슈뢰더 총리는 2003년 3월부터 ‘아젠다2010’이라는 일련의 경제개혁조치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경제침체는 계속되었고 실업률은 꺾일 줄 몰랐다. 지난 2월28일자 파이낸셜타임즈는 독일의 실업률이 12%에 이르렀으며 실업자수는 520만명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73년만의 최악의 실업사태였다.
2006년 9월로 예정된 다음 총선은 16개월이나 남아있다고 하지만, 만약 북라인-베스트팔리아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사민당으로서는 정치적 사망신고나 다름없기 때문에 비상한 대책이 절실해졌다.
기민당은 10개항으로 된 소위 “독일을 위한 합의”라는 개혁안을 내놓았다. 이 개혁안은 실업보험금을 삭감하여 근로자 해고를 용이하게 하고 각종 행정절차를 간소화할 뿐 아니라 산업별 임금협약에 관한 규정의 완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야당대표 안겔라 메르켈은 3월10일 하원회의에서 “520만에 달하는 실업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정책을 지속해서는 안되며 보다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독일은 지금 채권발행을 통한 경기부양과 같은 단순한 미봉책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를 필요로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여당과 녹색당은 야당의 이런 요구에 대해 “당리당략이며 케케묵은 정책”이라고 혹평했다.
보수야당의 요구에 대해 슈뢰더는 법인세감면 계획에는 동의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민당 대표인 프란츠 뮌테페링은 “노동자의 권익보호가 우선”이라는 강경한 노선을 고수했다.
여야간 합의는 물 건너 가고 텃밭인 북라인-베스트팔리아주의 선거에서도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사민당은 마침내 반자본주의 논쟁을 통해 실업의 책임을 기업들에게 전가하기 시작했다.
북라인-베스트팔리아 지역에서 급락한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식으로던 실업문제로 인해 쏟아지던 비난의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만 했다. 이 지역의 전체 실업자수가 110만 명을 넘어섰고 지방에 따라 실업률이 무려 30%에 이르는 곳도 있었기 때문이다.

논쟁의 향방
이번 반자본주의 논쟁은 22일의 선거결과와는 무관하게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반자본주의 논쟁이 나온 이후 사민당의 지지율이 상당히 회복되었으며 “자본가와 경영진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사민당의 주장에 대해 여론이 공감을 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여론의 호응에 힘입은 슈뢰더는 한발 더 나아가 6월13일 베를린에서 있을 사민당대회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규정하고 국제자본의 흐름을 강력하게 통제할 것을 EU의 정책으로 제안할 예정이다. 이는 사민당이 반자본주의 논쟁을 2006년 총선을 위한 전략으로 채택하였음을 시사한다.
여론의 반응
뮌테페링의 발언은, 포퓰리즘이라는 일부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삼분의 이가 뮌테페링의 주장에 찬성한다고 답했으며, 50%가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고 대량해고를 하는 기업의 상품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번 논쟁이 선거를 겨냥한 정략적인 발언이 아니라는 사민당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응답자의 사분의 삼은 “이번 논쟁이 선거를 위한 전략”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김광호 리포터 holh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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