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서울대와 비생산적인 입시 논쟁(이종구 2005.05.30)

지역내일 2005-05-29 (수정 2005-05-30 오후 2:19:47)
서울대와 비생산적인 입시 논쟁
이 종 구 (성공회대 교수·사회학)

한국에서 서울대라는 말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상징적 권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도 정운찬 총장이 교육부의 대학입시 정책을 비판하면서 신입생 선발 시험에서 논술을 강화한다는 발언을 하자 대소동이 일어났다. 당장 10대 네티즌에서부터 교사운동 단체. 시민단체를 비롯한 한국의 모든 개혁세력이 들고 일어났으며 대통령도 한마디했다.
이들이 제기하는 비판의 요지는 성적 서열에 따라 신입생을 선발하면 입시 경쟁을 과열화시키고 더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게 만들어 결국 서울 강남에 사는 잘 나가는 사람의 자제만 서울대에 들어가는 억울한 일이 계속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학술 용어로 표현하면 계급의 재생산과 지위의 상속이 촉진되어 젊은이가 아무리 똑똑하고 능력이 있어도 무능한 부모를 만나면 소용이 없는 답답한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세상이 시끄러워지자 정부는 무조건 현상을 유지한다는 정책을 천명해 당분간은 큰일이 없을 것이라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정석 플레이를 펼쳤다.
이 자리에서 보통 사람에게는 아무리 들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신 반영 비율이니 7차 교육 과정이니 하는 복잡한 이야기를 되풀이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과연 내신 성적 위주의 입시가 고교 교육의 정상화와 사회적 형평성 제고에 기여하는가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시민단체나 민노당의 주장과 같이 수능 성적에 따라 줄 세우지 않고 신입생을 선발하면 사회 하층에게 유리한 결과가 되는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빗나간 교육정책당국 기대
입시에서 본고사를 폐지하고 수능 성적의 영향을 희석시키면 사교육비 지출이 완화되리라는 정책 당국의 기대는 현실적으로 완전히 어긋났다. 입시 현장의 실태를 보면 고교 전기간에 걸쳐 모든 것을 잘하는 모범생과 이를 뒷바라지 할 수 있을 만큼 돈과 시간을 갖추고 있는 부모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것이 내신 위주의 선발 방식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문제점이다. 내신에 대한 불신감을 해소한다고 학부형에게 시험 감독을 시키는 넌센스는 거론할 것도 없다. 개혁을 표방하는 우리당이나 사회 하층을 대변하는 민노당 국회의원이 지지기반의 이익과 배치되는 엉뚱한 일에 에너지를 쏟는 결과가 되었다.
내신 위주의 입시를 중시한 7차 교육과정의 입안자들은 선택 과목이 많아졌으므로 특기 적성 교육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했지만 이것도 빗나가고 있다. 기본 실력이 배양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택과목을 늘리니 까다롭고 힘든 과목은 고교생들에게 기피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대학에서는 사회과학 전공자가 고교에서 세계사를 배우지 않아 강의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수학 실력이 부족한 공대생 때문에 골치를 썩히는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실태는 교육개혁론자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국가경쟁력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퇴보할 수도 있다는 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대 총장의 발언 한마디에 전국민이 일희일비하는 사태는 아무리 생각해도 비정상이고 ‘코미디’이다. 정부니 국회는 걸핏하면 외국 사례를 끌어다 붙이며 어려운 얘기로 국민을 위압하지 말고 현실을 받아 들이면서 실현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원칙에 입각해 생각하면 해결책은 간단하며 당장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정책도 있다. 대학이 전공 이수에 필요한 능력과 적성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면 고교 교육의 정상화도 촉진된다. 고교 교실 내부의 사정에 맞추어 대학이 신입생을 뽑아야 한다는 어설픈 개혁론자들의 논리도 배격해야 한다.

지방 명문대 육성 절실하다
그러나 전공 이전에 브랜드를 따지는 고질적인 풍조를 바꾸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진짜 개혁을 하려면 서울대보다 좋은 명문대를 여러 개 만들어 학벌의 독과점을 해체할 각오를 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제일 좋은 대학이지만 세계 대학 서열에서 명함도 못 내미니 정부가 서울대에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주기적 협박에 주눅이 들 필요가 없다. 국내에서 강력한 도전자를 만나면 서울대도 좋아진다. 즉, 졸업장의 브랜드가 아니라 개인의 실력이 평가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행정수도 이전도 추진하는데 정책 의지만 있으면 지방에 명문대를 육성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개혁가는 말도 잘해야 하지만 방향감각과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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