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교정행정 현장을 가다]⑨ 제주교도소

빼어난 풍광에 어울리는 친환경 시설

지역내일 2005-05-06
교정시설은 사회와 괴리된 별천지이자 인권의 사각지대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얼음장 밑을 흐르는 물소리를 통해 봄을 느끼듯 최근 교정행정에도 상당한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개방형 시설과 환경정비 그리고 수용자에 대한 처우개선까지 변화는 이미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됐다.
여기에는 김승규 법무장관 등 수뇌부 의지가 강하게 배어있다. 본지는 매주 1회씩 달라지고 있는 교정행정의 현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나의 섬은 작지만 아름답다
산호와 해초 춤추고
흰 물새 물방울 튀기며 난다
깊고 너른 무정의 바다에
쉬지 않고 뿌리 내려
산을 감추어 놓았다
- 이하 생략 -

인천에서 태어나 제주도에 정착한 문복주 시인은 ‘꿈꾸는 섬’이라는 시에서 제주도를 이렇게 노래했다. 남국의 정치와 빼어난 풍광으로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국내 제일의 관광지다.
예로부터 돌 바람 여자가 많고, 대문 도둑 거지가 없다는 3다(多) 3무(無)의 섬 제주도.
그래서 제주에는 교도소가 없을 것으로 아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는 않다. 지난 71년에 생겨 35년의 역사를 지닌 제주교도소가 제주시 오라2동에 자리 잡고 있다. 해발 200고지 경치 좋은 곳에 160여명의 직원, 80여명의 경비교도 그리고 560여명의 수용자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신선이 내려와 즐기던 명소 = 제주에서도 가장 빼어난 경치 10군데를 일컬어 영주10경이라 부른다. 그 중 하나가 영구춘화(瀛邱春化)다. 영구춘화는 봄철 방선문(訪仙門)에서 철쭉꽃을 감상하는 일을 말한다. 방선문 별명이 영구(瀛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신선이 내려와 놀던 곳이라는 방선문. 이곳에는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두 갈래 계곡이 있고, 이 계곡이 만나는 곳에 구름다리처럼 생긴 거대한 돌문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방선문이다. 방선문 아래에는 100여명이 앉아서 쉴만한 넓은 공간이 있어 예로부터 제주 목사들과 시인묵객들이 봄놀이를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기암괴석에는 이들이 새겨놓은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방선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 잡은 곳이 바로 제주교도소다. 제주에 있다는 것만으로 제주교도소는 여느 교도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웃과 함께 하는 따뜻한 마음 =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방선문을 찾아 청소하고 관리하는 것이 제주교도소 몫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다. 가까운 곳에 위치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하고 있는 봉사활동의 하나다. 제주교도소는 직원들과 경비교도대 그리고 수용자들까지 활발한 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 이름나 있다.
특히 의료봉사단은 전국 교정시설의 모범으로 꼽히고 있다. 질 낮은 의료서비스를 바꾸는 것은 모든 교정시설의 오래된 고민거리다. 제주교도소에서는 이를 외부 전문가 도움으로 해결하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치과 정형외과 안과 등 수용자들의 질환이 잦은 7개 과목 외부전문의로 구성된 의료자원봉사단이 꾸려져 활동 중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매주 1회 또는 격주에 한 번씩 교도소를 직접 방문해 수용자들의 건강상태를 돌보고 있다. 최소한 1차 검진은 가능한 상태다.
또한 경비교도대는 지난 99년부터 경비교도봉사회를 조직해 제주지역 장애인 복지시설의 각종 행사도우미 활동을 하고 있다. 방선문 정화활동에도 이들이 중심이 된다.
교도소 전체적으로는 오라동 정실마을과 자매결연을 맺어 정을 나누고 있다. 그동안 감귤원 간벌이나 파쇄작업을 함께 했다. 또한 지난달 초에는 독거노인인 지 모(62)씨 집 주변 잡초와 덩굴을 제거해 혼자서 감당하지 못했던 노인을 기쁘게 해 준 일도 있다.
여직원들로 구성된 교정도우미들이 여자수용자들을 꾸준히 돕고 있으며, 모범수용자들까지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제주도의 독특한 지역특성에 기반한 것이다. 겹부조가 문제가 될 정도로 이웃과 정을 나누는 것에 익숙한 제주도민 특유의 기질 때문이다. 지금도 직원 경조사가 있을 때는 전직원이 모두 참여할 정도다.

◆명심보감부터 직업훈련까지= ‘공자가 말하기를 선행을 하는 자는 하늘이 복으로 갚고, 악행을 하는 자는 하늘이 화로써 응징한다.’ 교도소 구내에 매일 아침 이런 내용의 방송이 진행된다. 명심보감을 가르치는 방송프로그램이다.
작업장이나 각 교육장 칠판에는 같은 내용의 글귀가 적혀 있다. 틈틈이 쉬는 시간에도 공부하기 위해서다. 제주교도소에서 수용자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역점을 두고 가르치고 있는 한자교육의 일환이다. 하루 한 구절씩 명심보감을 익히는 것과 함께 한자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1600여권의 교재도 자체적으로 제작했다.
지난 2002년 7월부터 시행중인 교육프로그램이다. 이 덕택에 최근까지 제주교도소에서는 한자능력검정시험에 237명이 합격했다. 일본어 교육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해 현재까지 24명이 JLPT(일본어능력검정)에 합격하는 성과를 보였다. 성적이 우수한 사람에 대해서는 시상 및 접견, 전화 등 처우에 반영해 다른 수용자들에게 자극이 되도록 했다.
직업훈련도 활발하다. 제주직업전문학교와 제주관광대학과 자매결연을 통해 훈련의 내실화를 꾀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4개 직종 54명의 직업훈련원 전원이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했다. 또한 자동차 정비교육의 경우 직원들 50명이 회원제로 차량을 제공해 다양한 실습 경험을 쌓도록 하는 것도 독특하다.
좋은 환경에 다양한 학습프로그램, 그리고 따뜻한 정이 흐르는 제주교도소.
160여의 적은 직원숫자 임에도 불구하고 560여명의 수용자들과 별다른 마찰 없이 생활하고 있는 비결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제주=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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