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화섭 칼럼>‘월화수목금금금’의 교훈(2005.05.24)

지역내일 2005-05-24 (수정 2005-05-24 오후 1:34:50)
‘월화수목금금금’의 교훈
권화섭(언론인)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의 주간 시간표는 ‘월화수목금금금’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연구팀 전원이 주말을 잊은 채 1년 365일을 하루같이 연구에만 몰두해 왔고, 이런 그들을 보고 미국의 한 생명공학 권위자는 연구팀을 ‘군대’, 황교수를 ‘장군’으로 불렀다고 한다. 세계 최초로 난치병 환자의 복제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낸 황교수 연구팀의 성과는 바로 이러한 스파르타식의 피나는 투쟁의 결과인 것이다.
황우석 교수는 어떻게 이런 연구팀을 만들어낼 수 있었는가. 그것은 황교수 자신이 바로 그런 연구 생활을 해온 결과이다. 황교수는 10년 넘게 하루 3~4시간만 잠을 자고, 연구실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또 열심이고, 제자들에게 엄격한 만큼 그들의 어려움을 챙겨주는 ‘자상한 아버지’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현대사회에서 이런 연구실 풍토는 참으로 상상하기 어렵다. 지금 우리는 황교수의 연구 성과에 환호한다. 그러나 그 성과가 세계적 인정을 받기 이전에 그의 연구실 운영 방식을 알았다면 아마도 우리들 중 다수는 황교수를 “군대식이고 가부장적인 기피인물”로 여겼을 것이다.

스파르타식 강행군의 개가
한국인들은 한때 황우석 교수의 연구팀과 똑같이 일한 적이 있었다. “잘살아보세”라는 구호아래 전국민이 오로지 경제성장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뒤로 물린 채 앞만 보고 달려 ‘한강의 기적’을 이룩했다. 이제 그런 세월은 먼 과거의 일이 되었고, 또 오늘의 경제 문제를 풀어가는데 ‘막연한 향수’ 이상의 어떤 가치를 인정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것은 분명 딜레마다. 우리 사회는 아직 유럽과 같이 저성장-고실업을 참고 견딜 수 있는 ‘성숙된 단계’와 거리가 멀다. 그러나 전체적인 사회분위기는 독일 노조가 지난 1970년대 이후 주창해온 “적게 일하고, 함께 일한다”(work less, work all)는 구호와 동일한 의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독일 노동자들은 세계에서 최고의 기술수준을 자랑한다. 세계 공작기계시장에서 가장 정밀한 최고가 5%의 시장은 변함없이 독일의 차지라는 사실이 그 증거다. 그러나 아무리 기술수준이 뛰어날지라도 남들보다 적게 일하고 많이 놀게 되면 경제성장은 정체하게 된다. 한때 유럽 대륙을 이끄는 기관차였던 독일경제는 오늘날 성장률이 1%대 밑으로 떨어지고 실업률이 12%에 이르는 가운데 1인당 소득은 EU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유럽의 병자’로 전락했다.
최근 한국민들은 지난 1분기 성장률이 2.7%로 떨어졌고 정부가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성장률을 5%대로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하지만 그 실현이 어려울 것이라는 실망스러운 뉴스를 접했다. 실상 이런 상황은 충분히 예견되었던 것이다. 정부가 고집스럽게 낙관적인 경제전망을 고수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덜 일하고, 더 많이 챙기자”는 놀부 심사로 한참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2004년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 에드워드 프레스컷 교수는 독일과 프랑스가 저성장-고실업 상태에 빠져있는 것은 두 나라 노동자들이 미국 노동자들보다 적게 일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국 노동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이 1820시간인데 비해 독일과 프랑스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각기 1480시간과 1467시간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두 나라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이 떨어지는 것은 그들이 미국 노동자들보다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라 두 나라의 세금이 지나치게 무겁기 때문에 그들이 더 일하려 하지 않는다고 프레스컷 교수는 설명한다.

성장 위해 사회적 혁신 필수
이런 프레스컷 교수의 분석에 대해 최근 하버드대 알베르토 알레시나와 에드워드 글래저 교수와 다트머스대학의 브루스 새서도트 교수는 새로운 이론을 들고나왔다. 그것은 노동자들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또 함께 놀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세금보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노동자들의 근로 행태를 결정하는데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 1981년 프랑스가 주 39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후 유럽 전역에 근로시간 단축 바람이 불었고 마침내 2000년에 주 35시간 근무제가 채택되었다.
유럽의 근로시간 단축은 국내에도 강한 바람을 일으켰다. 근로복지의 측면에서 이것은 분명히 발전이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우리의 성장잠재력과 실제 성장률이 급속히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 그 바람과 전혀 무관한 것인지 궁금하다. 특히 저임금 저기술 근로자들과는 별개로 일부 고임금 전문직 종사자와 CEO들의 이기주의적이고 비도덕적인 행태가 전체 노동자들에게 미치고 있는 영향은 진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사회지도층과 정치지도자들은 황우석 교수의 연구팀으로부터 깊은 교훈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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