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회장 귀국 이후
권화섭 (언론인)
“재벌 문제라는 것은 경제사회 전체와 관련된 구조적 문제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재벌 문제는 범주적으로 입법을 통해 처리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현실은 그렇지 않고 개별적인 대상에 대해 국세청과 검찰이라는 행정수단을 동원해서 선별적으로 타격을 가하고 있다는 인상을 짙게 한다. 이것은 염려스러운 일이다.” 지난 1999년10월 대우그룹이 해체되고 김우중 회장이 중국에서 석연찮게 잠적할 당시 노재봉 전 국무총리가 국민의 정부 재벌개혁 방식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5년8개월간의 해외도피 생활을 끝내고 돌아왔다. 이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의 귀국으로 이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 최대의 스캔들이었던 대우사태와 그에 대한 사법적 처리가 마무리될 수 있게 되었다.
대우 해체 진상 밝혀질까?
그러나 97년 외환위기나 그 이후 재벌개혁 과정에서 대우그룹 해체가 김우중 회장이라는 한 개인의 처벌을 끝으로 그냥 덮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문제다. 그 충격이 컸고 고통이 심했던 만큼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미래를 위한 뼈아픈 교훈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노재봉 전 총리의 지적은 단지 재벌개혁만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정부의 경제운용 전반에 걸쳐 가장 중요한 문제점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 문제점이란 정책 목표의 당위성을 내세워 정책 수단의 합법성 내지 합리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조급성이다. 오늘날 부동산 정책의 전면적 혼란은 바로 이 조급성의 표출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우그룹 해체를 비롯한 재벌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러한 조급성 때문에 ‘왜’와 ‘어떻게’라는 질문을 거의 하지 못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IMF가 요구하는 금융산업 재편과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국제신인도 회복과 외자유치’라는 명분을 내세워 집권 1년 반만인 99년8월까지 55개 대기업의 퇴출과 반도체 등 7개 업종의 구조조정(빅딜)을 진행시켰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실적이 불만족스런 대우그룹을 정부 주도로 해체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한 삼성자동차의 부채정리를 위해 이건희 회장의 사재 출연을 압박하는 등 고압적인 방법을 마다하지 않았다.
1997년 외환위기에서 대우그룹을 비롯한 한국재벌들의 과오는 막중했다. 책임이 큰 만큼 재벌그룹들의 대수술은 불가피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는 “재벌그룹을 빼고 나면 한국경제가 없어진다”는 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의 지적을 너무나 가볍게 귓등으로 흘려버렸다. 또한 개혁의 조급성에 떠밀려 ‘재벌 이후’의 문제를 충분히 생각하지 못한 채 한국 재벌그룹들의 경쟁 위협을 견제하고 국내 시장 진출을 노리는 외국자본과 그 후원자인 IMF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추종하게 되지 않았는가 의심된다. 대우경제연구소장 출신의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김우중 회장이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사법적 처리를 감수해야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국내 재벌의 연쇄 몰락과 국제 금융자본의 국내경제 장악이 발생한 배경을 가장 잘 아는 만큼 숨겨진 이야기를 듣고 교훈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재벌개혁 절차 반성해야
김우중 회장의 귀국으로 이제 우리는 법정에서 검찰과 변호인단 간에 기업회계와 자금운용에 관한 기술적인 문제와 함께 정부의 재벌개혁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을 지켜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 논쟁은 다분히 정치적이고 경제철학적인 문제이므로 정답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경제상황은 이 문제를 결코 묵과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8년 세월이 지났고 한국재계의 판도가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재벌그룹과 그 총수들은 여전히 사회적 지탄의 대상을 면치 못하고 있고 한국경제는 저성장의 함정에서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우중 회장의 귀국은 우리의 경제개발과정에서 그와 재벌그룹들의 공과에 대해 새롭게 진지하게 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나라당 맹형규 정책위의장의 지적처럼 외환위기에서 “큰 기업들의 잘못이 많이 있었지만 (동시에 그 수습과정에서) 기업을 무너트린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 재벌총수들과 함께 정치인과 관료들도 외환위기와 그 이후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권화섭 (언론인)
“재벌 문제라는 것은 경제사회 전체와 관련된 구조적 문제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재벌 문제는 범주적으로 입법을 통해 처리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현실은 그렇지 않고 개별적인 대상에 대해 국세청과 검찰이라는 행정수단을 동원해서 선별적으로 타격을 가하고 있다는 인상을 짙게 한다. 이것은 염려스러운 일이다.” 지난 1999년10월 대우그룹이 해체되고 김우중 회장이 중국에서 석연찮게 잠적할 당시 노재봉 전 국무총리가 국민의 정부 재벌개혁 방식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5년8개월간의 해외도피 생활을 끝내고 돌아왔다. 이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의 귀국으로 이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 최대의 스캔들이었던 대우사태와 그에 대한 사법적 처리가 마무리될 수 있게 되었다.
대우 해체 진상 밝혀질까?
그러나 97년 외환위기나 그 이후 재벌개혁 과정에서 대우그룹 해체가 김우중 회장이라는 한 개인의 처벌을 끝으로 그냥 덮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문제다. 그 충격이 컸고 고통이 심했던 만큼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미래를 위한 뼈아픈 교훈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노재봉 전 총리의 지적은 단지 재벌개혁만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정부의 경제운용 전반에 걸쳐 가장 중요한 문제점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 문제점이란 정책 목표의 당위성을 내세워 정책 수단의 합법성 내지 합리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조급성이다. 오늘날 부동산 정책의 전면적 혼란은 바로 이 조급성의 표출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우그룹 해체를 비롯한 재벌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러한 조급성 때문에 ‘왜’와 ‘어떻게’라는 질문을 거의 하지 못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IMF가 요구하는 금융산업 재편과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국제신인도 회복과 외자유치’라는 명분을 내세워 집권 1년 반만인 99년8월까지 55개 대기업의 퇴출과 반도체 등 7개 업종의 구조조정(빅딜)을 진행시켰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실적이 불만족스런 대우그룹을 정부 주도로 해체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한 삼성자동차의 부채정리를 위해 이건희 회장의 사재 출연을 압박하는 등 고압적인 방법을 마다하지 않았다.
1997년 외환위기에서 대우그룹을 비롯한 한국재벌들의 과오는 막중했다. 책임이 큰 만큼 재벌그룹들의 대수술은 불가피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는 “재벌그룹을 빼고 나면 한국경제가 없어진다”는 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의 지적을 너무나 가볍게 귓등으로 흘려버렸다. 또한 개혁의 조급성에 떠밀려 ‘재벌 이후’의 문제를 충분히 생각하지 못한 채 한국 재벌그룹들의 경쟁 위협을 견제하고 국내 시장 진출을 노리는 외국자본과 그 후원자인 IMF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추종하게 되지 않았는가 의심된다. 대우경제연구소장 출신의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김우중 회장이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사법적 처리를 감수해야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국내 재벌의 연쇄 몰락과 국제 금융자본의 국내경제 장악이 발생한 배경을 가장 잘 아는 만큼 숨겨진 이야기를 듣고 교훈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재벌개혁 절차 반성해야
김우중 회장의 귀국으로 이제 우리는 법정에서 검찰과 변호인단 간에 기업회계와 자금운용에 관한 기술적인 문제와 함께 정부의 재벌개혁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을 지켜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 논쟁은 다분히 정치적이고 경제철학적인 문제이므로 정답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경제상황은 이 문제를 결코 묵과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8년 세월이 지났고 한국재계의 판도가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재벌그룹과 그 총수들은 여전히 사회적 지탄의 대상을 면치 못하고 있고 한국경제는 저성장의 함정에서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우중 회장의 귀국은 우리의 경제개발과정에서 그와 재벌그룹들의 공과에 대해 새롭게 진지하게 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나라당 맹형규 정책위의장의 지적처럼 외환위기에서 “큰 기업들의 잘못이 많이 있었지만 (동시에 그 수습과정에서) 기업을 무너트린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 재벌총수들과 함께 정치인과 관료들도 외환위기와 그 이후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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