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기여입학제, 사회 악덕 부추기게 될 것(김혁종 2005.07.19)

지역내일 2005-07-14 (수정 2005-07-19 오후 12:46:55)
기여입학제, 사회 악덕 부추기게 될 것
김 혁 종 (광주대 총장)

최근 대학기부금 입학제도가 다시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 때 사립대학의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거론된 바 있었던 기부금 입학문제는 지난해 3월 연세대가 학교발전에 기여한 사람의 직계자녀에게 입학혜택을 주는 ‘기여 우대제’ 도입에 대한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논쟁이 다시 점화되었고, 최근 포항공대 총장이 다시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점차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 사회 또는 특정 대학의 발전을 위해 비금전적 또는 금전적 기여를 했을 경우, 그 자손에게 대학 입학의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것이 이 제도의 골자이다. 이 제도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기부금을 통한 대학의 재정 확보를 기반으로 연구, 복지 시설 확충, 장학금 지급 확대 등을 통한 대학의 질적 발전과 타 학생들에게 돌아 갈 장학혜택 등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는 기여입학제가 가져올 몇 가지 사회적 문제점들을 간과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찬성하는 측의 주장과는 달리 대부분의 대학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현재와 같이 대학이 서열화 되어있는 상황에서 기여입학제를 도입할 경우 대부분의 기부금은 특정 대학, 특정학과에 집중될 것이고, 그에 따라 대학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대학서열화·학벌주의 강화
둘째, 우리사회가 타파하고자하는 졸업장 위주의 학벌주의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서울의 명문대 입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부모의 경제력이 입학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을 접한 바 있다. 경제 권력을 가진 계층이 학벌 권력까지를 점하는 상황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부유층 자녀가 돈을 통해 명문대 입학까지를 얻어낸다면, 점차 심화되고 있는 빈부 격차로 인한 계층간 갈등과 위화감은 사회통합과 역행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기여입학제를 통해 입학하는 학생들이 극히 소수라고 하겠지만, 학력위주의 사회 풍토 확산과 함께 여전히 공고하기만 한 현재의 학벌주의에 자본 권력까지를 가미하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셋째, 교육평등권에 위배된다. 기여입학제는 기부금이 대학 입학의 직접적 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돈=입학이라는 등식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교육의 기회균등을 고려해 기여입학자는 정원 외로 선발한다고는 하지만 정원 외 입학이라는 것도 법적으로 정해진 비율이 있어서 다른 학생의 교육 기회를 박탈하여 사회적 평등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예컨대, 특정대학 특정학과의 정원이 40명 이라하자, 신입생 선발에서 41, 42등을 한 학생은 불합격처리 되고 200, 300등의 학생이 기부금을 내서 합격한다. 결국 41, 42등 한 학생은 돈이 없어 원하는 학과에 다니지 못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제 걸음마 단계인 건전한 기부문화 정착의 역행도 우려된다. 기여입학제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미국에서도 기부금을 통한 입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과 같은 입학을 전제로 한 기부행위는 없다. 아직 선진적 기부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고, 순수한 의미의 기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손쉽게 대학 재정을 확충하려는 의도로 기여입학제가 도입된다면 불순한 자본과의 부적절한 결탁을 피할 수 없을 것이고, 우리 사회의 건전한 기부문화는 더욱 왜곡될 것이다.

기부문화 정착에 걸림돌
결국 기여입학제는 대학의 재정 확충을 통한 대학발전 도모라는 일부 대학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대학서열화, 학벌주의, 계층간 위화감 심화, 교육 평등권 훼손, 기부문화의 왜곡 등 제반 악습들을 더욱 공고히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기여입학제도는 우리사회가 학벌주의에서 학력주의로 완전히 변화되어 대학의 서열화가 무의미하게 되었을 때 다시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여입학제의 수혜자는 일부 부유층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유지 및 국가발전을 위해 헌신한 분들이나, 국가 및 지역의 문화를 진작시키고 보존하는데 평생을 바친 분들의 몫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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