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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내일 2005-06-27
한국증권금융에 변화의 새바람이 불고 있다. 1년여전 기자가 목격했던 크고 화려한 한국증권금융 사장 전용 간담회실은 어느새 작고 소박한 분위기로 바뀌어 있었다. 본사 임직원 사무실도 공간활용에 주력한 기색이 완연했고, 그 덕분에 1개층은 외부업체에게 임대해준 상태였다. 임대료로만 3억원의 부수입을 챙겼다는 후문. 한국증권금융 사상 첫 공모 사령탑인 홍석주 사장(사진)의 취임 1년이 몰고온 변화가 물씬 느껴지는 대목이다. 여의도 한국증권금융 사옥에서 홍 사장을 만나, 증권금융이 겪은 변화의 과정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 30여년 가까이 은행권에서 일하다, 지난해 6월 증권가로 자리를 옮긴지 1년이 지났다. 아무래도 많이 낯설었을텐데
증권은 솔직히 생소한 분야였다. 다만 회사가 증권분야의 금융을 다루다보니, 은행권 업무와 유사점도 많았다. 덕분에 은행장 경험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었다. 물론 1년동안 증권업에 대한 공부도 많이 했다.

- 증권금융 사장에 취임한지 1년이 지났다. 취임 당시 증권금융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 것이었나. 사실 증권금융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뿐더러, 증권업계에선 그다지 긍정적 이미지를 남기지 못했던 것 같은데
증권금융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이었던게 사실이다. 경쟁없는 무풍지대에서 직원들이 안주하는 인식이 팽배했다. 일각에선 존립 필요성이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했다. 솔직히 업계에선 (직원들에 대한) 대우는 좋으면서 다니기는 편한 회사라는 비아냥도 있었던게 사실이다.

- 취임초 가장 먼저 한 일은 뭔가. 변화를 겪은 경험이 거의 없는 조직에 메스를 대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1년전 증권금융은 정부의 금융정책을 수행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었다. 수익사업보다 정부정책을 보조하는데 자신의 역할을 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조직과 직원들이 수동적이었다. “그냥 되겠지”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이를 깨고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우선 사내공모를 통해 중간관리자 7명으로 구성된 변화추진팀(Change Pilot Team)을 만들었다. 이들에게 자유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조직을 변화시킬 아이디어를 받았다. 이들이 낸 아이디어를 통해 1일1칭찬 운동이나 업무노하우 공유운동이 벌어졌고 업무핑퐁(미루기)이나 형식적인 보고절차가 대폭 줄었다. 이 팀은 향후 변화관리팀으로 확대 개편할 예정이다. 변화관리팀은 경영전략과 조직 및 인력관리, 변화관리 리더십을 신속하게 수행케해 경쟁력있는 상업금융기관으로 거듭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변화관리팀은 현재 경영혁신 활동을 총괄하는 변화추진팀과 프로젝트 수행을 총괄하는 신규팀 등 2개팀으로 구성될 것이다.

- 조직에 긴장감이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외부에 뚜렷한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부에 경쟁체제를 많이 도입했다. 영업점에 국한되던 실적평가제를 전 조직으로 확대했고, 컨설팅기관에 의뢰해 다면평가제를 도입하고, 보너스도 실적에 따라 차등지급키로했다.

- 올초 증권업계엔 구조조정 열풍이 불었다. 증권금융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처음에 직원들에게 임금을 깎고, 인원을 줄이자고 얘기했더니 전혀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전 직원에게 편지를 썼다. “자기 희생없인 회사가 살 수 없다, 조직이 변화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결국 직원과 노조가 용기를 냈다. 지난 3월 전체 직원 247명의 25%에 해당하는 62명에 대해 명예퇴직을 단행했다. 3년간 임금동결이라는 어려운 합의도 이뤄냈다. 이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절감된 비용의 절반을 직원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쓸 계획이다. 광범위한 연수를 추진하고 있다. 또 변호사나 회계사, 자산운용인력 등 전문가들을 영입해 인력의 전문성을 높일 계획이다.

- 아무래도 직원들과의 대화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좀전에 얘기했듯 전 직원에게 수시로 직접 이메일 편지를 보내고 있다. ‘2% 부족할 때’ ‘언제를 위기로 인식해야하는가’ 등 제목의 글을 1년간 서른번 정도 보냈다. CEO의 고민을 직접 직원들에게 전달하고 이해를 구했다. 또 직원들에게 ‘90일안에 장악하라’ ‘실행에 집중하라’ ‘이건희 개혁 10년’ 등의 책을 권해, 무엇을 고민하고 변화해야하는가를 공감하는 기회를 가졌다. 직원들과 스키장도 함께 가서 대화를 하기도했다.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매분기마다 경영설명회를 개최해 회사의 재무 및 영업현황 등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 경영쪽으로 다시 얘기를 돌려보자. 증권금융은 그동안 고객예탁금 관리업무를 독점하면서, 편하게 돈번다는 눈총을 받아왔다. 만약 향후 고객예탁금 독점구조가 깨진다면 어떻게되나
현재처럼 고객예탁금이 증권금융에 전액예치되는 구조에 대해 안정성과 유동성, 수익성 등 모든 측면에서 증권사들이 만족한다고 본다. 만약 은행과 경쟁 관계에 놓이더라도 증권금융은 증권사와의 편리한 자금수불시스템과 은행에 비해 저렴한 수수료율 덕분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 증권금융이 미래에 더욱 도약하기 위해선 뭔가 새로운 돌파구가 있어야할텐데
증권금융의 4월말 현재 자본금은 3400억원이고, 총자산규모는 18조원인 중견 금융기관이다. 하지만 이정도 규모론 대형금융기관이나 글로벌금융기업과 경쟁하기 어렵다. 따라서 증권금융은 기존 공적업무는 충실히 계속하되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데 몰두해야한다고 본다.
우선 선진금융기관을 벤치마킹해 시장인프라 업무나 틈새업무에 특화된 금융기관으로 성장을 꾀할 생각이다. 기존업무의 영역확장(niche market)이 1차 목표다. △증권사 미수금 대납지원 대출 △증권사 담보금융지원 대출 △비상장주식 후순위채권 보호예수주식 담보대출 △8조원대를 돌파한 증권수탁업무 △반일물 콜 등에 주력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증권금융의 주주이자 고객인 증권사들의 니즈(needs)를 파악해서 증권사들에 대한 지원과 제휴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주요한 목표다. 금융감독원에 건의해 예탁금의 MMF 등 증권사 상품에 대한 투자한도를 현행 20%에서 30%대로 확대하거나 ABS 등에 투자가 가능토록 해 예탁금의 증시환류를 확대토록 할 것이다. 이같은 증권금융의 업무영역 확대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중장기적으로 기업인수합병도 염두에 두고 있다. 물론 당장은 아니겠지만, 중장기적으론 그럴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얼마전 우리사주지원센터를 만들었는데
우리사주제도는 잘만 활용하면 회사와 노동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제도다. 우선 지원센터에 국내 우리사주 전문가들을 두루 모실 것이다. 이 조직을 통해 전국의 중소기업에 우리사주 제도를 설명하고, 도입키로한 기업엔 각종 금융지원을 할 계획이다.

- 최근 태국과 대만을 방문했다고 들었다
증권금융은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에 적극 동참하자는 차원에서, 아시아 개도국의 증권시장 발전을 돕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4월엔 한국증권금융을 모델로 해서 만들어진 대만과 태국 증권금융을 방문해 공동발전방안을 논의했다. 이들과는 전문인력을 교류하고 직원연수를 지원할 계획이다.
태국방문길엔 태국 증권금융측 요청으로 태국 금융감독당국을 방문해, 한국증권금융의 역할과 리스크 관리에 대해 설명해줬다. 태국 감독당국은 리스크관리 문제 등을 놓고 증권금융에 대해 불안해하는 분위기였는데, 한국증권금융의 사례를 전해듣고는 상당히 불안감을 털어내는 분위기였다. 태국 증권금융으로부터 고맙다는 얘기를 들었다. 오는 10월엔 아시아 증권금융기관들이 모여 국제컨퍼런스를 갖는다.

- 증권금융이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들었다
지난 5월 윤리경영 선포식에서 사회공헌활동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회사차원의 일괄적 기부나 산발적인 봉사활동에 그치던 것을 체계화하기 위해 우선 내달 1일 ‘한마음봉사단’을 발족할 예정이다. 또 한국헤비타트와 ‘사랑의 집짓기 운동’ 조인식을 갖고,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헌혈행사도 계획 중이다. 보육원 방문이나 복지재단 기부도 염두에 두고 있다. 사실 증권업계가 사회공헌활동에 좀 소극적인 편인데, 증권금융의 노력이 업계에 신선한 충격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홍 사장이 취임한 이후 증권금융 직원들의 업무강도가 엄청 세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퇴근시간도 많이 늦어졌다고 한다
이래저래 그런 얘기를 들었다. 개인적으론 과거 은행근무 시절 야근을 밥먹듯이 했다. 하지만 업무효율성 측면만 따지자면 일괄적인 야근이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근무시간이 종료되면 사무실 등화관제 등을 통해 직원들의 퇴근을 종용할 계획이다. 오후 7시나 8시쯤 사무실 불을 다 꺼버리면 직원들 사이에 소모적인 야근풍토는 없어질 것이고, 대신 근무시간 중에 업무에 최대한 집중하는 모습이 서서히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 홍 사장은 수년전 조흥은행장을 지낸바 있다. 지난해 국민은행장 인선 땐 유력한 후보로 거명되는 등 금융권에선 실력과 경험 양측면에서 항상 CEO 후보군 1순위로 분류된다. 친정격인 은행권에서 다시 CEO를 맡아달라는 제안이 온다면 어떻게하겠나
지난해 증권금융 사장 공모에 응모, 주주들과 직원들의 지지를 받아 이 자리에 올랐다. 임기동안 증권금융의 변화를 주도하고, 주주들을 만족케하는게 나의 임무다. 임기가 끝날때까지 이 임무에만 전념할 것이고, 다른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 증권금융이 내년이면 창립 50주년을 맞는다고 들었다
반세기동안 다져온 든든한 뿌리를 바탕으로 변화와 혁신을 덧붙이겠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제2의 창업을 하겠다는 각오로 거듭나, 시장과 고객이 필요로하고 그들에게 가치를 돌려주는 금융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대담 안찬수 재정금융팀장
정리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사진 이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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