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집만 지으면 강북이 강남 되나(문창재 2005.07.28)

지역내일 2005-07-21 (수정 2005-07-28 오후 3:20:06)
집만 지으면 강북이 강남 되나
문창재 (본지 객원 논설위원)

“강남에서는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는 우수개 소리가 있었다. 겨우 전기 전화 수도 정도만 끌어다 놓았을 뿐, 도로가 포장되지 않아 비만 오면 장화를 신고 다녀야 했던 개발 초기 강남지역 주민들의 생활상을 말해주는 일화다.
서울 시내 택시 운전사들에게 운행 기피지역이라는 것이 있었다. 잠실 강남지역이었다. 시내와 너무 멀어 손님을 태우고 가면 돌아올 때 빈차로 와야 했던 것이다. 주민들은 택시 승차거부 운동으로 맞섰지만, 운전사들은 급할 게 없었다. 결국 서울시가 나서 이 지역만은 합승행위를 묵인해주는 조치로 문제를 해결했다. 강남은 그런 곳이었다.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서울 도심기능 분산에 수도권 정책의 명운을 걸었던 정부는 강남으로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한 묘안을 짜기에 골몰했다. 도심지역에 몰려있는 학교 학원 고속버스터미널 같은 교통유발 시설을 강제로 분산시키는 시책을 추진하면서, 강남으로 가겠다면 갖가지 특혜를 주었다. 그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학교이전이었다. 명문학교를 강남으로 이전시키면 자연히 사람이 따라가리라는 발상은 주효했다.

장화 없이는 못살던 강남
명문학교의 대명사인 경기고등학교를 영동지역으로 이전시킨 뒤를 이어, 공사립을 막론하고 구획정리 사업지구 안에 있는 체비지를 학교용지로 헐값에 불하하기 시작했다. 그 뿐 아니라 하늘의 별 따기 같던 은행융자까지 알선해 주었으니, 강남가기 경쟁이 벌어진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다. 낡을 대로 낡은 교사를 새로 짓고, 교지도 넓혀 학교의 면모를 쇄신할 절호의 찬스였다. 공사립 명문학교들이 다투어 강남으로 모여들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신설 공립학교에 대한 지원도 파격적이었다. 학교시설과 교구 설비 등이 강북학교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였다. 자연스레 8학군이라는 명문학군이 생겨났다. 그 때부터는 차츰차츰 강남 과밀화라는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반대로 강북 도심지역의 옛 영화는 잊혀져 갔다. 강남만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 이외의 지역이 슬럼으로 변해가는 것을 모른 채 한 강남편애 정책의 산물이다.
오랜 논란 끝에 지난 주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 가격안정 대책의 핵심은 강북을 강남수준으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강북지역에 교육 문화 교통 등 광역 인프라를 확충해 강남에 쏠린 주택수요를 흡수하겠다는 복안이다. 여당에서는 강남 인접지역 그린벨트를 풀어 소형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얼핏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면이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서 강남에 쏠리는 수요를 채워주겠다는 메시지가 없어 현실성이 떨어진다. 특목고 몇 개를 설립하는 정도의 교육 인프라 아이디어, 무작정 공급만 늘리는 방안으로 이 투기광풍을 잠재울 수 있을까.
특목고라면 강남보다 강북 지역에 더 많이 생겨났다. 강남 인접지역에 신도시를 만든다면 또 다른 투기요인이 되지 않을까 두렵다. 부동산 세제를 바꾸고, 공영개발을 통해 개발이익을 환수하겠다는 방안 등도 투기대책이 급할 때마다 써먹던 처방들이다. 부동산외적 요인에 대한 종합적인 처방은 왜 나오지 않는지 답답하다.

현실성 떨어지는 여당 청사진
우리나라는 집이 모자라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는 게 아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택 보유율은 100%가 넘은 지 오래다. 더 넓고 쾌적한 집에 살고 싶어 하는 끝없는 욕구를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 투기열풍은 지나치다. 그 근본원인이 어디 있는가 하는 데서부터 대책이 출발해야 한다는 것은 경제 문외한들도 입에 담는 방책이다.
여윳돈이 모이는 곳이 어디인지는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실질적으로 마이너스인 저금리 정책이 유지되는 한 돈이 모일 곳은 부동산과 주식 시장뿐이다. 계속되는 불경기 속에서도 주가가 치솟는 기현상이 잘 말해준다. 은행돈을 빌려 부동산 투기를 하도록 내버려두면서 무슨 투기대책인가.
고정수입이 없는 은퇴자들이 노후를 살아갈 길은 퇴직금 같은 목돈을 굴려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었다. 그 길이 막히면 돈이 갈 곳은 뻔하다. 이런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한 채 냉탕 온탕 처방을 되풀이해 보아야 뿌리 깊은 망국병의 근치(根治)는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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