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철 ‘돈 먹는 하마’ 우려

전국 20여개 지자체서 사업 추진 … 시민단체 “수요예측 잘못” 실효성에 의문 제기

지역내일 2005-07-25
전국의 기초자치단체들이 경전철 사업에 너나없이 뛰어들고 있다. 대규모 도시개발과 인구유입에 따른 교통난 해소를 위해서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에서는 민간자본 투자방식의 경전철 사업이 자치단체의 재정 압박 요인이 되고 시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는 ‘돈 먹는 하마’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운영적자를 보존해 줘야 하는 민자사업의 특성상 사업자가 제시한 수요예측이 현실적이지 않으면 지자체의 예산낭비는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실제 경남 김해시는 사업자와 협상이 완료돼 일부 토지보상까지 끝났지만 감사원 감사결과, 주변 인구감소에도 수요가 증가한다는 교통수요 분석이 문제가 돼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용인시와 광명시 등에서도 사업 추진과정에서 수요예측을 과다하게 산정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전철 추진현황 = 현재 경전철 도입을 추진하고 있거나 검토중인 지자체는 전국적으로 20여개에 달한다. 수도권에서만 수원 용인 광명 의정부 성남 부천 김포시 등 7개 시다. 이 가운데 용인 의정부 광명시는 민자사업 대상자 선정을 마무리하는 등 경전철 건설을 본격화하고 있다.
경전철 사업의 선두주자인 용인시는 최근 실시설계 검토를 끝내고 이달중 교통·환경영향평가를 마무리해 11월 중순경 경전철 사업을 착공할 예정이다. 기흥읍 구갈에서 포곡읍 전대리(에버랜드)에 이르는 18.4km 구간에 총 사업비 6970억원이 투자되는 이 사업에는 캐나다 봄바디사가 주축이 된 용인경량전철(주)가 민간사업자로 선정됐다.
광명시도 고속철 광명역세권 개발과 소하택지개발에 따른 교통대책으로 경전철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광명경전철은 관악역(경수선)-광명역(고속철도)-철산역(지하철 7호선)간 총 10.3㎞구간을 잇는 사업으로 시는 올 3월 고려개발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의정부시는 1994년부터 경전철 사업을 추진했으나 민간업체들간의 법정 다툼으로 사업이 장기간 지연돼 오다 올해 들어서야 소송이 종결돼 참여업체와 협상중이다. 의정부시는 장암지구에서 송산동까지 10.75 Km구간을 오가는 경전철을 1년내 공사에 착공, 2010년에는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수요예측 과다 산정 논란, 실효성에 의문 제기 = 경전철 추진 지역 시민단체 등은 사업 추진과정에서 수요예측이 과다하게 산정되었다며 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광명시민단체협의회는 “적자규모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어 시 재정 부담이 우려되고 지하철과 환승요금이 적용되지 않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개발 컨소시엄이 경전철 수요를 2010년 9만8000명, 2020년 15만7000명, 2030년 17만여명으로 예측했지만 광명은 대부분 서울로 가는 동서방향의 교통이 문제여서 남북방향의 경전철 수요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고려개발 컨소시엄은 광명역세권인 소하지구 등에 2만 가구 이상이 입주할 예정으로 있는 등 주변 개발동향을 최대한 반영했기 때문에 오차가 별로 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용인시는 지난해 7월 용인경량전철(주)와 실시협약을 체결하면서 2009년 개통 첫해 하루 14만6000명을 수송해 2010년 15만3000명, 2015년 17만6000명, 2020년 18만7000명, 2030년 19만9000명 등으로 이용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수지시민연대와 용인시의회 박순옥(죽전2동) 의원 등은 “교통분담률이 8%밖에 안 되는 경전철에 하루 15만여명이 타고 내린다는 수요예측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용인시가 수요예측을 과다하게 산정해 1년에 4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봄바디사에 보전해 주어야 할 형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용인경전철 사업타당성 연구용역을 맡았던 한국교통연구원 철도교통연구실 김연규 연구위원은 “수요예측에는 용인 동남부지역 택지개발에 따른 인구증가가 가장 많이 반영됐으며 동남부지역 주민들의 통행패턴을 분석해 내린 결론”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간사업자와 협상내용도 제각각 = 경전철을 추진하는 지자체와 민간사업자의 협상내용을 비교해 보면 사업조건이 천차만별이다.
의정부는 사업비(4961억원)의 48.3%를 지원하고 15년간 운영수입의 70∼90% 보장 조건으로 협상을 진행중이다. 용인시는 총 사업비 6970억원 중 43%를 국·도·시비로 지원하고 30년 동안 90%의 운영수입을 지자체가 보장해줘야 한다. 광명시는 이들 지역에 비해 가장 유리한 조건인 사업비 32% 재정지원과 5년간 75% 운영수입을 보장해주는 조건으로 협상중이다.
지역별로 인구와 노선 등 사업여건이 다르지만 각 사업자가 지자체에 요구하는 재정지원 및 운영수입 보장요구는 사업 실효성을 반증하는 것으로 자칫 시민부담만 커질 수 있다.
용인시의회 박순옥 의원은 “용인시가 봄바디사와 불평등한 협약을 맺어 시민의 혈세가 30년 동안 수조원이나 캐나다로 흘러 들어가게 됐다”고 우려했다.
박 의원은 또 “사업비 가운데 동백지구 아파트 분양자 등에게 개발분담금 명목으로 거둬들인 지방비 910억원은 법원의 판결 여부에 따라 반환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시비의 추가 투입으로 재정 압박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사업추진 신중해야 = 경전철을 둘러싼 각종 비판에 대해 해당 지자체들은 국내 최고의 전문기관인 피코(PICKO, 민간투자지원센터)와 KDI(한국개발연구원)의 검토·평가를 거친 사업에 대해 시민단체가 타당성 재검토 등을 요구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연규 연구위원은 “자치단체의 민자사업은 재정 보조 문제 때문에 가능한 수요를 낮추려고 한다”며 수요예측이 과다하게 산정됐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도비가 계획대로 지원되지 않거나 설계변경 등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 요인이 생길 경우 시 재정의 부담금이 늘게 된다. 수요예측이 잘못되면 해마다 막대한 시 예산을 적자보전에 투입해야 한다. 국가 및 지방 예산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수요예측을 근거로 꼭 필요한 지역에만 경전철이 건설될 수 있도록 사업추진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용인 황인혁 광명 곽태영 기자 ihhw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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