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할당판매에 내몰리는 증권맨들

“대출받아 회사펀드 삽니다”

지역내일 2005-07-04 (수정 2005-07-04 오후 12:31:38)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국내 모 대형증권사 10년차인 김 모 과장.
김 과장은 두달전 회사에서 1000만원 대출을 받아, 회사가 판매하는 ELS(주가연계펀드)를 샀다. 김 과장이 대출까지 받아 펀드를 산 것은 회사가 할당한 펀드판매액을 채우기 위해서다. 회사가 김 과장에게 할당한 ELS 판매액은 2500만원선. 김 과장은 나머지 1500만원 어치를 어떻게 팔아야할지 골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묘안은 떠오르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미 김 과장의 가족과 가까운 친인척은 그의 권유로 상당한 액수의 펀드를 가입한 상태다. 중·고등학교와 대학 동창들도 마찬가지다. 사실 김 과장에게 대출을 통한 펀드구입은 마지막 선택이었던 셈이다.
증권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직원들에 대한 영업압박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위 캠페인(증권사가 직원들에게 각종 상품판매를 독려하는 기간)이 잦아지고, 할당 액수도 커지고 있는 것. 증권사들은 앞다퉈 ‘IB부문 특화증권사’ ‘세계적 투자은행’ ‘5년내 업계 1위 등극’ 등의 화려한 목표를 내걸었지만, 뒷전에선 여전히 직원들에게 회사상품을 수천만원씩 반강제로 할당하는 구태의연한 영업방식에 의존해 불만을 사고 있다.
증권사들은 지난해말부터 불기시작한 펀드열풍에 편승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예전엔 1년에 한두번 캠페인을 벌였지만 최근엔 365일 캠페인 체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대형증권사는 올초 사원급 1400만원, 대리급 2000만원, 과장급 2500만원씩의 ELS펀드 판매를 할당했다. 다른 대형증권사는 매달 360만원 불입기준을 적립식펀드 판매목표로 지시했고, 또다른 중형증권사는 매달 5계좌(1계좌는 10만원 기준)이상의 적립식펀드 가입을 내걸었다. 회사가 내건 캠페인 요구량을 채우지 못하면, 인사상 불이익이 있다는 것은 정설로 통한다. 구조조정이 횡행하는 증권가에선 등골이 서늘해지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증권맨들은 캠페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입사한지 얼마안된 직원들은 우선 가족과 친인척의 돈을 끌어모으기 시작한다. 물론 집안경제력에 따라 실적은 큰 차이를 보이게된다. 몇 달전 모 대형증권사의 한 계약직 여직원은 대기업 임원인 아버지가 회사자금 50여억원을 예치해준 덕분에 일약 정규직이 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 다음은 초·중·고교 동문들이 공략대상이 된다. 동문 카드가 어느정도 소진되면 택하는 방안이 이른바 ‘자살골 캠페인’. 본인이 받는 임금 가운데 일부를 떼서 펀드를 가입하는 경우다. 본인 또는 식구 명의가 다 차면, 다른 증권사 직원과 ‘스와핑 펀드구입’을 하기도 한다. 서로 상대편 증권사의 상품을 약속한 액수만큼 사주는 것. 마지막 수순이 대출을 받아 펀드를 사는 경우다.
한 대형증권사 대리급 직원은 “회사측은 IB 특화증권사로 거듭난다고 떠들면서도 실제론 펀드 할당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불평했다. 이 직원은 “회사 입장에선 당장 돈이 되니까 펀드판매를 안할 수 없지만, 직원들이 월급을 털거나 대출을 받아가면서까지 펀드를 사도록 하는게 장기적으론 어떤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중형증권사 영업점 차장은 “올해들어서만 내 월급으로 적립식펀드 계좌 5개를 텄다”며 “가계에 상당한 부담이 되는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대우증권 노조 관계자는 “대우증권은 올해 직원 스스로 1년 판매목표를 세워놓고 목표를 달성하면 포상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자발성을 최대한 강조했다는 점에서 이전에 했던 반강제성 캠페인과는 차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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