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 ­ 불법에 점령 당한 버스차로

불법주차 점령, 4차선 중 2차선만 제기능

지역내일 2005-07-27 (수정 2005-07-28 오후 1:26:30)
지난 27일 오전 10시쯤, 보수작업이 한창인 서울시 동대문 인근 쇼핑상가 밀집지역. 동대문 방면 4차선은 오토바이와 화물차, 택시, 상가를 찾은 고객들 차량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다. 버스전용차선을 알리는 파란색 선이 오히려 어색할 정도다.
의류를 가득 실은 차량이 상가 쪽으로 들어가기 위해 연신 방향지시등을 켜보지만 좀처럼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신호가 바뀌면서 반대편 차선에서 횡단보도를 건너오는 시민들과 출발하려는 차량이 뒤엉키면서 경적소리와 짜증 섞인 불만이 난무한다.
10시 30분쯤 불법주차단속 완장을 두른 단속요원들이 버스전용차선에 장시간 주차해 있던 차량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단속에 항의하는 시민들과 마찰을 우려해선지 딱지를 적고 사진을 찍는 손놀림이 바쁘다. 2~3대를 단속하고는 급하게 자리를 뜨는 단속요원들을 향해 한 오토바이 배달원이 “먹고 살기도 힘든데 딱지까지 떼면 뭐 멀고 살라는 거냐”며 한바탕 욕설을 퍼부어 댔다.
단속을 했다 하더라도 도로 상황은 큰 변화가 없었다. 단속이 지나간 자리에 어김없이 승용차와 화물차가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물건을 가지러 왔다는 오 모(46)씨는 “여기는 원래 막힌다는 것을 운전자들이 잘 알기 때문에 단속을 해서는 안 된다”며 “그때그때 상황 봐서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 모(50)씨는 ‘5분거리에 대규모 공영주차장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날씨도 덥고 들고 나는 일도 귀찮다. 항상 단속이 있는 것도 아니고…”라며 말끝을 흐린다.
200m 정도 아래쪽은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전용차선 불법 주정차를 24시간 감시하는 무인카메라가 작동하고 있어 4차선이 그대로 살아 있다. 바로 옆에서 화원을 운영하는 이 모(44.여)씨는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후부터 도로에 차를 놓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주민 눈치 보느라 단속 못한다”= 서울시청과 해당 구청은 불법주차로 차로가 막히고 대형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간대와 지역 특성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단속할 수 밖에 없다고 털어 놓는다. 서울시 주차단속반 관계자는 “상시 취약지역과 버스중앙차로, 전용차선에 우선적으로 단속요원을 집중적으로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구청이 주민불만을 이유로 불법 주정차 단속에 미온적’이라고 털어 놨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청 단속요원들이 투입돼 단속을 집중적으로 하면 ‘우리지역은 알아서 단속할 테니 시청은 빠지라’는 항의를 하는 구청도 있다”며 “앞으로는 불법 주정차 단속을 잘하는 곳이 주민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을 의식해 상시 단속 보다는 민원이 제기될 경우 단속하는 ‘면피용’ 단속이 불법 주정차를 방조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구청측은 “대중교통 소통에 지장을 주는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탄력적으로 단속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항변한다. 눈치보느라 단속을 제대로 못한다는 지적은 억울하다는 것. 한 구청 주차단속 관계자는 “부족한 인력과 장비로 불법주정차를 근절하는 것은 어렵고, 무작정 단속만 앞세울 수 없는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단속반 12개 조를 주야간으로 운영하는 종로구청은 주차단속을 요구하거나 단속에 항의하는 민원이 1일 30건 이상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구로구청은 080 서비스를 통해 24시간 주차관리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민원인이 단속을 요구하는 전화를 걸어올 경우 10분 이내에 현장에서 민원을 처리한다는 것.

◆무인단속기로 효율 높이고 편파시비 없애= 주차단속과 관련한 편파시비 민원이 속출하자 서울시와 자치구는 2006년까지 간선­·이면 도로에 400여개의 무인감시카메라를 달 예정이다. 올해 설치되는 시스템부터는 불법 주·정차 차량 및 버스 전용차로 통행 위반 차량 모두 단속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이 갖춰진다.
단속원과 운전자 사이에 흔히 벌어지던 숨바꼭질이나 승강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현재 과태료 부과제도에 대한 개선도 검토하기로 했다. 주정차 위반 과태료의 경우 폐차 또는 소유권 이전시 납부해도 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어 실질적인 제재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 주정차단속팀 관계자는 “한달에 2번 정도 위반 딱지를 떼는 운전자가 매달 15만원 정도 하는 월정 주차료와 비교해 비용면에서 싸기 때문에 불법주차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며 “장기간 체납자에 대해서는 실효성 있는 채권확보 등 강경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 자치구의 경우 해를 넘긴 과태료가 매년 누적되면서 징수율이 5.6%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차단속도 강남북 차이?

지난해 서울시와 각 자치구가 단속한 불법 주정차는 모두 351만6245건. 이 가운데 시청은81만9000여건을 단속했고 버스 중앙차로가 시작된 지난해 후반기부터 급증했다.
올 6월까지는 28만8000여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7000여건이 줄어들었다. 시청의 단속 건수는 증가 했으나 구청의 단속건수가 3만여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구청별 단속 현황을 살펴보면 강남과 강북 사이에 평균 6만여건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역적 특성과 무인감시카메라를 통한 단속 건수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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