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할인점에 삶의 터전 잃는 영세상인들(2005.08.08)

지역내일 2005-08-07
할인점에 삶의 터전 잃는 영세상인들
김 영 호 (시사평론가)

월마트는 세계최대의 유통제국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입한 액수만도 180억 달러나 된다. 중국의 입장에서 월마트는 세계에서 6번째 큰 수출시장이다. 국가로 친다면 독일 다음이다. 그런데 이 수입액도 월마트 구매액의 6%에 불과하다. 월마트는 지난해 미국 공급업체한테서만 1375억 달러어치를 사들였다. 미국에서 월마트에 상품-용역을 공급하는 업체는 6만8000개나 된다. 웬만한 국가규모이다.
그 월마트가 중국에 진출하여 20개 도시에 42개 점포를 개설했다. 현재는 소매시장 점유율이 1%지만 20년 이내에 수천개의 점포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 거대한 유통제국이 한국에도 진출해 있다. 아직은 점포수가 16개로 탐색전을 펴는 수준이다. 여기에 프랑스의 까르푸가 27개 점포를 운영하고 영국계 테스코와 삼성물산의 합작회사인 홈플러스도 40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다. 외국자본이 막강한 자금력을 배경으로 한국시장을 대대적으로 공략할 채비를 서둔다.
국내자본은 76개의 점포망을 갖춘 신세계의 이마트가 선두를 달린다. 이어 롯데마트가 40개, 농협의 하나로클럽 18개, 메가마트 11개 등으로 가세하고 있다. 할인점은 1995년에만 해도 19개에 불과했다. 그런데 1996년 유통시장이 개방되면서 국내외 유통재벌의 각축장으로 변했다. 금년 말에는 300개로 늘어나는 점포수가 그 치열성을 말한다.
1970년 후반 아파트 시대 전개와 함께 일반 재벌들도 유통업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그 때만 해도 서울 상권은 도심권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그 후 아파트 보급과 지하철 확충을 타고 부도심권이 곳곳에 형성되었고 거대자본이 그곳에 침투하여 영세자본을 초토화했다. 유통재벌이 서울 강북에서 출발하여 강남, 신도시, 중소도시를 차례로 공략하여 지역상권을 장악했다.
이 싸움에는 건설업체들도 가세하여 격렬한 시장쟁탈전이 벌어졌다. 여기에 1990년대 초반부터 외국자본이 상륙하면서 유통시장은 그야말로 백병전의 양상을 띠었다. 결국 자본력이 취약한 중견급 재벌들은 패퇴하고 그것이 빌미가 되어 도산하는 불운을 안게 됐다. 이어서 동네에 있는 무수한 구멍가게, 슈퍼마켓, 재래시장이 도산사태를 맞고 나머지도 힘겹게 버티는 실정이다.
유통재벌들은 저가공세를 위해 공급업자의 납품가격을 후려친다. 값싼 수입품을 내세워 공세를 펴는 한편 저가납품을 강요하는 것이다. 가격파괴를 앞세운 거대자본-외국자본의 융단폭격을 맞고 많은 구멍가게와 재래시장이 삶의 터전을 뺐기고 말았다. 그 할인점이 이제 시간파괴에 나섰다. 24시간 영업전략을 구사하면서 고객을 저인망으로 훑는다. 농산품도 공략대상으로 삼아 값싼 농산물 수입에도 앞장서고 있다. 농촌경제가 또 한 차례 회오리를 맞을 처지다.
유통재벌들은 그것도 모자라 이제 소도시 침투에도 나섰다. 생계기반을 위협받는 지역상인들이 곳곳에서 들고 일어서고 있다. 태백, 김제, 논산, 영주, 안동, 서귀포, 춘천, 인천 남구, 대구 남구 등지가 시끌시끌하다. 할인점은 구멍가게에서 파는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정육, 생선, 떡, 철물, 꽃, 쌀에다 세탁소, 미장원, 수족관까지 갖췄다. 할인점이 들어서면 지역상인들은 몽땅 타격을 받는다고 보면 된다.
뉴욕 맨허턴에는 월마트가 없다. 파리 도심에도 까르푸가 없다. 교통체증을 유발한다는 이유이다. 또 영세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교통요지에 마구 허가하여 그 일대가 늘 교통지옥이다. 미국도 구멍가게와의 이익을 조정하고 경쟁제한행위를 규제한다. 영국은 일요일 영업시간을 오전 10시~오후 8시로 제한한다. 프랑스나 독일에서는 일정면적 이상은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물가관리에 성과가 크다며 경제관료들이 만세를 부른다.
그것도 모자라는지 규제완화를 이유로 등록제마저 신고제로 바꾸겠다고 한다.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도 완화대상이란다. 돈 없고 배운 게 없는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지 묻고 싶다. 그러면서 같은 입으로 재래시장을 활성화한다고 운위하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거대자본-외국자본이 자본-지식-기술-정보열위에 놓인 서민들의 생활터전을 무참하게 침탈하고 있다. 그 까닭에 중산층이 급속하게 붕괴한다. 지역경제도 쇠퇴한다. 번 돈을 본사가 있는 서울이나 외국으로 보내니 말이다. 소비자들도 단기적으로는 저가이득을 보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점적 횡포를 부른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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