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군(軍), 잘못을 거울삼지 않으면(문창재 2005.07.15)

지역내일 2005-07-15 (수정 2005-07-15 오후 2:08:56)
군(軍), 잘못을 거울삼지 않으면

지나간 일에서 교훈을 얻어 미래의 재앙을 예방하는 지혜는 사람만 가진 것이 아니다. 가축과 산짐승도 수렁이나 함정 같은 데 빠져 혼이 났던 길은 피해 다닌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한번 겪은 과오나 실수를 되풀이해서야 될 일인가.
일주일이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군대의 사건 사고소식에 접하면서, 우리 국민은 똑같은 일이 끝없이 반복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우리는 단연코, 한 번 일어난 사건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문책이 두려워 적당히 얼버무려 온 탓이라고 본다.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따져 처벌과 예방조치를 병행했다면, 비슷한 사고는 다시 일어나기 어려운 법이다.

사고 기종 훈련중지하거나 철저히 정비했어야
13일 밤 남해와 서해상에서 전술훈련 중이던 공군 전투기 두 대가 동시에 추락 실종된 사고는 그래서 더 가슴 아프다. 전투기의 손실도 크지만, 충성스럽고 노련한 전투기 조종사를 여럿 잃은 상실감이 더 아프다. 공군 발표에 따르면 추자도와 어청도 근해에서 해상 근접지원 임무를 수행 중이던 전투기는 아무 시그널도 없이 추락 실종됐다 한다. 같은 훈련을 하던 전투기 두 대가 동시에 추락 실종된 사고는 공군 역사상 처음이다.
공군 당국은 조종미숙, 기체결함, 비행착각 등 세 가지 가능성을 사고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F-4E기는 생산된 지 35년, F-5F기는 22년이나 되었다는 사실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렇다면 더 큰 문제다. 근년 들어 이번과 동종 전투기의 추락 또는 충돌사고가 5건이나 일어났다. 그것은 노후 전투기의 기능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중요한 시그널이었다. 사고기종의 훈련을 중지하거나, 철저하게 정비해 같은 사고를 예방했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중부전선 철책선이 뻥뻥 뚫리는 일은 국민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지난 달 13일에는 작년 3중 철책선이 뚫렸던 곳과 가까운 곳이 또 뚫렸다. 문제는 그 구멍으로 굶주림에 지친 북한군 병사가 넘어왔는데도 까맣게 몰랐던 일이다. 민가에 숨어있는 그를 주민이 신고하고 나서야 북새통이 벌어졌다. 똑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 작년이었다. 경계를 엄중히 해 국민을 안심시켜야할 군이 어디다 정신을 팔고 있는지, 어이없는 일이다.
그 무렵 인근 부대 비무장지대 전방초소(GP)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도 20여 년 전 사건의 복사판이었다는 점에서 국민의 지탄을 면하기 어렵다. 1984년 6월 동부전선 모 부대 내무반에서 군 생활에 불만을 품은 병사가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마구 쏘아 소대원 15명이 죽은 참사가 있었다.
그 사건은 유족에게 현장공개도 되지 않은 가운데 서둘러 수습되었다. 유족들이 달려가 사인에 의문을 표하고 현장공개를 요구했지만 그 목소리는 묵살되었다. 시신을 확인하는 현장에 헌병이 배치된 강압적인 분위기 때문에 조사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사건은 소속부대장(연대장)이 옷을 벗는 수준에서 일단락되었다.
그 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지휘관과 참모들이 병사 개개인의 신상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한 식구처럼 대했다면 똑같은 일이 또 일어날 수 있었을까. 이번 GP 사건도 그 때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솜방망이 같은 책임자 문책 때문이다.

군 온정주의가 똑같은 재앙 일으키는 간접 원인
엊그제 육군본부에서 열린 징계위원회에서는 GP 소속 사단장과 관할 군단장에게 각각 감봉 3개월, 철책선이 뚫린 지역 사단장에게 감봉 3개월 징계처분이 내려졌다. 이 결정 직후 솜방망이 징계라는 이유로 군과 정부를 비난하는 비난여론이 홍수를 이루었다. 부사관(하사) 부소초장이 구속된 일과 비교하는 소리임을 알아챈 군 당국은 “사단장은 사건 당시 부임 1개월 밖에 되지 않은 정황이 고려되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군에는 인사이동이 없어야 한다. 지휘관이란 단 하루를 앉아있어도 무한책임이 따르는 자리다. 그래서 막강한 권한과 명예가 보장되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책임질 사람의 책임을 묻지 않는 군의 온정주의는 똑같은 사건을 일으키는 간접원인이 된다. 오늘의 과오와 실수를 거울삼지 않는 조직에게는 현상유지만 있을 뿐 발전은 없다.
문 창 재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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